입학을 맞아 이런저런 쇼핑을 하다 히말라야 악어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판매한다는 글을 봤다. 심지어 비싸고 좋은 가죽이라는데, 히말라야? 악어? 두 가지가 영 매치가 안돼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어 검색해봤다.
찾아보니 히말라야의 만년설에서 영감을 얻어 염색한 가죽을 지칭한단다. 하안 만년설과 주변의 흙, 돌 등을 반영한 염색이다. 실제로 경매에 나온 에르메스의 히말라야 버킨백은 4억 2천만 원에 낙찰된 적도 있다고 한다. 다이아와 금으로 장식되어 있고 에르메스라는 브랜드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가방이 집 한 채와 맞먹는 가격이라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
히말라야는 낯설지 않다. 트래킹이나 등반이 하고 싶어서 익숙하다거나, 진정한 쉼과 자연과의 교감을 위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알아봤던 적이 있었던 건 아니다. 내적으로 가깝다기 보단 외적인 이유로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세계의 지붕, 일명 초몰룽마, 8848m. 에베레스트 산을 품은 히말라야 산맥은 지리교사에겐 교과의 시작과도 같다. 히말라야는 지형 형성 작용에서 내적 작용인 조산-조륙-화산운동 중 습곡과 단층의 조산 운동으로 만들어진 신기 습곡 산지다. 현재까지도 두 지각판의 충돌로 매년 1cm씩 솟아오르고 있다. 1년에 1cm가 별 것 아닌 듯 하지만, 100년이면 1m나 된다. 인간이 태어나 죽을 때쯤 내 집터가 1m 가까이 높아져 있다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변화다.
산과 강, 들의 모습을 감상적으로 보기 힘들긴 하다. 노출된 화강암벽, 강가의 둥근 자갈, 논과 밭의 배열은 모두 지형과 기후, 인간생활의 복합적 결과물이다. 멋있고 예쁘다만 하기엔 보는 순간 떠오르는 이미지와 글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용암동굴에 가서 석회동굴이라 하는 치명적 실수는 안 할 수 있다.
한낱 교과서 속의 주요 개념이 디자이너에겐 색채로 다가오다니, 역시 다르다.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 색채와 이야기가 가득한 삶은 어떤 모습일까.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도 있지만, 지식에 가려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다.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인생은 그래서 어렵다.
* 사족입니다만, 솔직히 저는 가방을 보고 이게 히말라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 히말라야는 파란 하늘과 거친 암벽, 그리고 회백색의 얼음을 떠올리게 하거든요. 고도가 높은 곳은 인간의 나약함과 고독함, 또 자연의 웅장함과 위대함을 느끼게 합니다. 인간의 감수성으로 가방에 염색되어질 건 아닌 것도 같고.. 뭐 그렇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