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 김어린이의 시작 -

by 모사가


아이가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간소하게나마 입학식을 했고, 운동장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그럴싸한 사진도 찍었다. 반별로 시간을 구분해 보호자 1명만 참석하는 입학식이 어색하고, 코로나 감염으로 오지 못한 친구가 2명이나 되어 마음이 쓰였다.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그렇게들 많이 운다 들었다. 학교라는 공적 교육기관에 보낼 만큼 아이를 키워낸 그 격동의 세월이 스쳐 지나가며 울컥해진다 했다. 내심 감동의 순간을 기대하며 식장에 들어갔는데 웬걸, 눈물은 커녕 전혀 슬프지 않았다. 귀엽고 예쁜 아이가 씩씩하게 해내는 모습이 그저 대견할 뿐이었다. 내가 끼고 키운 시간이 길지 않아서 그런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입학식까지 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은 오전 학교 방문, 오후 줌 설명회로 나뉘어 이루어졌다. 아이와 보호자는 자가 키트로 검사를 해야만 입학식 참석이 가능해, 서로의 코를 쑤시며 콜록거리다 울다 난리법석을 피웠다. 입학식도 반별로 30분씩이었는데 그나마 마지막 반이라 여유 있게 사진이라도 찍을 시간이 있었다.


식장 입구부터 알록달록하다. 풍선아트가 벽면에 붙어있고 레드카펫이 깔려있다. 2m 간격으로 의자가 놓여있어 흡사 시험장 같다. 아이들은 번호대로 나가 줄을 서 기다리고, 교장선생님은 순서에 맞춰 단상으로 올라온 아이들에게 입학허가서와 꽃을 일일이 나눠주신다. 받아 든 아이들은 풍선아치와 입학 축하 현수막이 펼쳐져있는 옆자리로 옮겨 선다. 선생님이 옷매무새를 만져주시면 눈으로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사진사 아저씨가 사진을 찍어주시면 계단으로 내려온다. 물 흐르듯 매끄러운 진행이 놀랍다.


교사의 눈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풍선아트는 30만 원 정도 되겠지, 입학허가서를 일일이 뽑아 상장 파일에 꽂고 스티커까지 붙이려면 귀찮았겠다, 꽃은 당일 배송받았을 텐데 번거로웠겠다, 선물해 준 책가방에 일일이 이름표를 만들어 끼워 넣고 쇼핑백에도 이름을 붙여놓는 소모적인 일을 하셨구나, 저 정도 사이즈 현수막은 6만 원인데 4개니까 24만 원, 년도가 없으니 보관만 잘하면 매년 재활용이 가능하겠다, 신발장까진 운동장 트랙으로 돌아서 가겠구나, 등등 그 짧은 시간에 많이도 봤다.


입학식이 끝나고 아이는 옆에서 이것저것 묻는다. 웬만한 것들은 답해줄 수 있다. 한참 대꾸를 해주다 이게 아니지 싶었다. "따님아, 담임선생님께 여쭤봐. 엄만 따님 학교는 잘 몰라."라고 한발 뺐다. 그랬더니 따님은 "엄마 선생님 아니야? 왜 몰라?" 라며 핀잔을 준다. 굳이 변명하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었다.


근무하다 동종업계 종사자를 학부모로 만나면 좀 부담스럽다. 그래서 따님에게 조용히 일렀다. "학교에서 엄마 선생님이라고 말하지 마. 엄마 이야기 나오면 우리 엄마 집에 있다고 그래. 지금 집에 있는 거 맞잖아, 그렇지?" 아마도 따님은 우리 엄마가 집에 있다고 하라 그랬다고까지 말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 믿어봐야겠다. 숨길 수 있을 때까진 숨기는 거다.




나의 예쁜 따님.


학교는 즐거운 곳이란다. 해야 할 일이 갑자기 많아져 정신없겠지만 차차 적응될 거야. 그리고 따님 마음속에 가득한 사랑을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많이 나눠주면 좋겠어. 부족해지면 엄마가 다시 또 채워줄게.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약속해주면 좋겠는데, 힘든 일이 있을 땐 엄마한테 와서 꼭 이야기해 줘. 엄마는 늘 따님 편이니까 믿어 봐.


사랑해, 엄마 딸. 우리 같이 열심히 다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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