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나열

100일 글쓰기 - 74

by 모사가


감정은 느껴지고 흘러가는 무언가다. 지금을 살 수 있게 해주는 뜨거움이기도 하다.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눈물일 때도 있고, 생명처럼 살아 꿈틀거리며 괴롭게 타고 올라올 때도 있다. 생각 뒤에 감추고 묶어두어 소비하는 것쯤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그래서 한 번쯤은 감정을 끝까지 몰아붙여 마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랑이 너무 커서 날 집어삼킬 것 같아 무섭다. 그래서 꽁꽁 숨겨놓고 꺼낼 수 없다. 그게 결국 날 파괴할 거란 걸 안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다. 마음속 불덩이가 모든 걸 태워 없애버릴 순간을 위해 기꺼이 뛰어든다. 들끓어 폭발할 것 같은 그 사랑을 닿지 않을 깊은 곳에 던져놓았다. 꺼낼 수 없는 곳에 넣어두고 내가 내가 아닌 채로 사는 이 시간들이 영겁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아프고 힘들다.


머리의 이야기는 재미없다. 생각은 틀에 가둬버린다. 마음속 이야기를 해야지. 마음의 잃어버린 말들을.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살아있던 그때로 돌아가 한 단어, 두 단어, 그렇게 찾아 건진다.


집채만 한 어둠이 날 삼킨다. 빛을 완벽히 가릴 수 있을 만큼 커다랗다. 살아내야 할 삶이 있고 지켜내야 할 것들이 있으니 사랑은 넣어두라 이야기한다. 제발 널 붙잡아. 빛은 진리가 아니야. 반짝이고 빛나는 신기루일 뿐이야. 아무것도 없어. 날 세뇌하는 캄캄함이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 그 무엇도 진실은 아니다. 사실은 내 마음만이 진실일지도 모른다.


울지 마. 네가 선택했잖아. 거기에 있는 것도 너고, 간 것도 너야. 넌 울 자격도 사랑할 자격도 없어. 밝음이 모든 걸 앗아간 자리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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