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한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생각 없이 너무 많은 물건들을 사 날랐다. 버리기도 참 잘 버리고, 사기도 정말 잘 샀다. 세 식구 살기에 좁지 않은 집이 자꾸만 물건들로 넘치는 느낌이 든다. 게다 쓰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개중에 버리기 아까운 좋은 것들은 하나둘 골라 당근 마켓에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당장 복직하면 아쉬울 것들이 많을 수 있다. 워낙에 옷, 신발, 가방 등 여자들이 좋아하는 사치품에 관심이 많았었다. 장롱이 총 6짝이나 있는데 절반 이상이 내 옷이다. 신발은 이멜다 저리가라로, 대충 세어봐도 100켤레는 족히 넘는다. 가방도 정확한 개수는 모르겠지만 15개는 넘는다. 이 세 가지는 그래도 안 산 지 제법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반지는 포기를 못해 논개 여러 명이 울고 갈 판국이다.
약간의 우울함을 쇼핑으로 풀었던 게 크다. 텅 빈 마음을 무언가를 사 채우려 했고, 못난 질투심을 비싼 물건으로 덧씌우려 했다. 소비하는 그 순간엔 기뻤지만 이후의 죄책감과 공허감은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사게 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돈은 쓰려고 버는 거지, 나가서 버는데 이 정도쯤은 사야 맞지, 그렇게 자기 합리화도 많이 했다. 휴직하곤 더 아껴 써야 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와 남편은 하지 않고 나만 휴직하는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쓸데없는 소소한 것들을 사모았다. 첫 번째 휴직이 끝나고 복직했을 때 장롱 서랍 한 칸에 빼곡히 들어찬 꽃무늬 파우치들을 보고 기겁했다. 분명히 내가 산 게 맞는데 대체 이것들을 왜 샀는지 모르겠더라.
그런 경험 때문인지 이번 휴직은 미니멀 라이프의 첫 시도가 되었다. 사기 전에 꼭 세 번씩 생각한다. 지금 필요한지, 계속 쓸 건지, 가격은 적당한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살 물건이 식재료와 간단한 생필품, 학용품 외엔 없다. 나머진 그냥 예쁘거나 갖고 싶은 것일 뿐 없어서 못 사는 것들이 아니다.
아직도 비워야 할 물건들이 많다. 여기저기 구석구석 뒤지며 스스로를 많이 반성하게 된다. 휑하게 비어버린 공간이 늘어나면 마음도 가벼워지려나. 여름까지 부지런히 치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