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는 자세
100일 글쓰기 - 83
학년 초가 되면 학부모들의 글로 맘카페가 들썩인다. 얼마 전엔 아이가 열이 나 담임 선생님께 문자로 소식을 알렸는데 답이 없어 다시 전화를 두 번이나 더 했는데도 묵묵부답이라 서운하다는 내용의 글에 천 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댓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담임 선생님과 문자가 되는 게 어디냐부터 시작해 수업 중엔 답을 할 수 없지 않겠냐, 전화를 두 번이나 더 했는데도 연락이 없는 건 문제가 있다, 전화를 퇴근 후에 한 것 아니냐, 급기야는 학부모의 필수 마음가짐은 내려놓음이라는 자조적인 답변까지 이어졌다. 교사이자 엄마인 나는 이런 글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양쪽의 입장이 모두 충분히 이해되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근소한 차이는 있지만 보통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가 교사의 근무시간이다. 아이들 하교가 대략 4시 정도까지 이어진다 생각하면 학부모가 교사의 근무시간 내에 연락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매우 짧다. 게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본인 퇴근 이후 아이를 만날 수 있다 가정하면 저녁 무렵에야 연락이 가능하다. 옛날에야 연락 수단이 없었다지만 휴대전화가 보편화된 요즘엔 궁금증을 다음날 아침까지 참기 어렵다. 반면 담임 선생님의 입장은 또 다르다. 집으로 돌아가 가정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고 퇴근한다. 그러나 오후 5시부터 시작돼 잠들기 전까지 야금야금 이어지는 메시지와 전화에 답하다 보면 여기가 학교인지 집인지 헷갈린다. 30명의 학생 중 연락하지 않은 수를 세는 게 더 빠른 날도 있다.
몇 년의 시행착오를 거쳐, 나는 휴대전화 2개를 사용하고 있다. 일부 시도에서는 교육청 차원에서 업무용 휴대전화를 보급한다고 하는데 내가 근무하는 곳은 아직이다. 더불어 학부모 총회에 오신 학부모님들께 6시 이후에는 꼭 문자를 남겨 달라 부탁드린다. 그때부턴 전화는 받지 않고 문자만 시간대별로 확인해 급한 일은 전화하고 나머지는 다음날 업무시간에 답변하겠다 이야기한다. 퇴근 후에는 나의 어린아이를 보살피고 남편과 일상을 나눌 시간이 필요하다 하면 감사하게도 대부분 이해해주신다. 사실 1년 내내 오는 연락 중 정말 급한 연락은 많아야 3개 정도다. 대부분은 “내일까지 뭘 제출해야 하는데 아이가 가져오지 않았다는데 어떡하죠?” 와 같이 퇴근한 내가 해결해줄 수 없는 것이거나, 학교 홈페이지만 잘 찾아도 나오는 “이 가정통신문은 어디에 있나요?” 같은 것들이다.
읽어 내려가던 댓글들 중 “교사는 사명감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라는 말이 마음 깊은 곳을 콕 찌른다. 직업인으로서의 교사와 소명을 품은 스승 사이에 "너는 어디쯤 있니?" 라 묻는 것 같아 불편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교사에게서 스승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가출학생을 경찰에 신고한 지 3일 정도 지나 “선생님이면 좀 찾으러 다니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니에요?”라고 전화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가 찾다 안 되니 신고를 했지 찾을 수 있으면 신고를 했겠냐고 쏘아붙였지만 허탈한 건 어쩔 수 없다. 기계적인 교사 대신 가슴 뛰는 스승이 되고 싶어 몸부림치지만 그러기엔 너무 박봉이고 기대치는 한없이 높다.
문자와 전화에 답이 없었던 선생님은 알고 보니 코로나 확진으로 갑자기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한다. 그럼에도 “제가 코로나 확진으로 답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격리 해제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이도 쾌차하길 바랍니다.” 정도의 짧은 문자 하나가 아쉽다. 천 냥 빚을 갚을 것도 아니고 애타는 학부모 마음 하나 진정시킬 말 한마디가 그리 어려웠나 싶다. 마찬가지로 학부모도 좀 더 느긋하고 포용적인 마음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내 자식 한 명도 버거운데 비슷한 아이들이 30명 가까이 모여 있는 교실은 ‘하루하루 무사히’가 목표다.
서로가 바쁘고 힘든 새 학년 새 학기,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생각하고 흘려보내 보자. 우린 모두 성숙한 어른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