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프레드릭"을 응원한다

100일 글쓰기 - 84

by 모사가


<프레드릭>, 작은 들쥐 한 마리의 특별한 이야기다. 들쥐 가족의 겨울나기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프레드릭이라는 이름의 들쥐 한 마리는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다른 가족들이 너는 왜 일을 하지 않냐 묻자 프레드릭은 햇살을 모으고, 색깔을 모으고, 이야기를 모으는 중이라 답한다. 마침내 겨울이 오고, 저장해 둔 먹이가 떨어지고 힘들어질 때쯤 프레드릭은 햇살과 색깔을 불러오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읽는 내내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가 오버랩된다. 근면이 최고의 가치이자 성실한 노동자를 양산해내는 게 목표였던 그 시절, 베짱이는 지탄의 대상이었다. 남들 일할 때 놀고먹으면 말로가 불쌍해진다는 간단한 명제를 양단의 대비로 잘 보여준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 요즘엔 개미는 일만 하다 죽고 베짱이는 기발한 상상으로 크게 벌어 죽을 때까지 즐겁게 살 것이라 이야기한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만 해선 그저 그런 인생을 살게 된단다. 꼭 맞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 같지도 않다.

<프레드릭>은 극단적이지 않다. 열심히 일하는 가족과 그렇지 않은 프레드릭은 대립하지 않는다. 왜 일하지 않느냐 묻지만 타박하지 않는다. 엉뚱한 답을 내놓는 프레드릭을 그저 내버려 두고 인정해준다. 함께 먹이를 모으지 않았지만 기꺼이 나누어 먹고, 먹이가 떨어져 각박해질 때쯤 네가 모은 것들은 어떻게 됐냐 묻는다. 그러면 프레드릭은 자랑스레 자신이 모은 것들을 풀어놓고, 가족들은 시인이라며 추켜세운다.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시인이라 칭찬하는 가족들 앞에서 수줍어 발그스레해진 볼로 "나도 알아." 라 말한다. 잘하는 것을 칭찬하고, 그 칭찬을 자양분으로 삼아 자존감은 높아진다. 다름을 비난하지 않는, 다양성의 존중을 제대로 보여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이 1968년에 발간되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일하는 개미에 심취해있던 때, 나눔의 가치를 이해하고 서로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었다니 충격이다. 한참 젠더갈등이 이슈가 되었을 때 미국에서 박사과정 중인 친구가 "여긴 1950년대처럼 남존여비의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고, 동성결혼도 하고,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으로 사는 사람들도 있고, 그냥 다 같이 살아. 다 다르게 사는 것 같아." 라 했던 말이 이해된다. 오랜 기간 서로의 가치관을 귀중히 여기는 법을 배워왔기 때문일 테다.

초등 1학년 권장도서로 이 책을 일찍 만나게 된 우리 딸이 한편으론 부럽다. 책이 그저 글자로만 남지 않고, 베품을 실천하고 다름을 배척하지 않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각자의 마음 속 하나쯤은 자리한 프레드릭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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