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는 없었다. 제발도 통하지 않았다. 우리 집에도 그분께서 왕림하셨다.
목요일 오후 아이의 새로운 피아노 선생님이 다녀가셨다. 첫 수업이라 알려주실 게 많았는지 약속된 시간이 지나서도 끝나지 않았다. 마침 남편도 재택인 날이라 집에 있었다. 다음날 아침, 선생님이 확진이 되셨다며 연락이 왔다. 아이는 이미 학교에 갔고, 남편도 출근했고, 따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주말 내내 집에서 온 가족의 동태를 살폈다.
일요일 낮까지 멀쩡했다. 오후에 한 자가키트검사도 모두 음성이었다. 하지만 날이 저물고 밤이 되자 아이와 남편이 열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는 38.4도, 남편은 37.9도. 코로나구나, 마음을 굳게 먹었다. 밤새 아이 곁에서 열을 재며 해열제를 먹였다. 교차 복용까진 가지 않고 4시간 간격으로만 먹였다. 커피를 계속 마셔 몸과 정신을 각성시켜놓은 덕이었는지 시간을 놓치지 않고 먹일 수 있었다.
오늘 아침 일찍 모두 함께 병원에 갔다. 다른 환자들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기 위해 1등으로 도착해 진료를 받았다. 역시나 아이와 남편은 양성, 나는 아직까진 음성이다. 검사비는 유료, 약값은 무료다. 산더미같이 약을 받았는데 돈을 내지 않으니 이상하다. 피아노 선생님과의 접촉 시간이나, 아이와의 접촉 정도를 따져도 내가 남편보다 월등히 높은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나의 감염은 시간문제일 듯 하지만 그래도 음성이니 조금 편한 부분은 있다. 아쉬운 대로 필요한 것들을 모두 사서 집에 들어왔다. 분리수거 일도 오늘이라 혼자 으샤 으샤 다 버렸다.
날이 좋아 무증상 확진자들은 많이 괴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집 어린이는 열이 나고, 아저씨는 두통이 있단다. 열어놓은 창문 틈새로 불어 드는 따스한 봄바람도 싫은 눈치다. 아이는 자꾸만 안아달라 온다. 차라리 나도 양성이어서 마음껏 안아주고 볼을 맞대면 좋으련만.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처지가 안타깝다.
많이 아프지 않고 지나가길. 그리고 나는 확진될 거라면 최대한 빨리 되길, 아니라면 끝까지 아니길. 다 바라는 건 욕심 같지만 그래도 크게 한 번 욕심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