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드디어 다시 문을 열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대략 10여 년의 추억이 차곡차곡 담겨있던 미니홈피를 오랜만에 열어봤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둥, 흑역사만 가득하다는 둥, 재미있는 후기들이 많다.
언젠가 한 번 크게 사진과 게시물 정리를 한 적이 있었다. 취직을 하고 학생들이 미니홈피를 찾게 되면서 대대적으로 손을 본 덕에 기억 속 예쁜 추억들만 남아있다. 대학 시절 합법적으로 놀러 다닐 수 있는 전공이다 보니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학기 중엔 꼭 한 번씩 답사를 갔고 방학마다 해외로 구경을 다녔다. 답사는 남들이 가지 않는 산과 들, 절벽이 주를 이루고, 여행은 누구나 다니는 관광지로 가득 채웠다. 그렇게 밀도 있는 경험들이 쌓인 시간이 고스란히 싸이월드에 보관되어 있다.
안방에 나 홀로 격리되어(가족 내 유일한 비확진자라) 옛날 여행을 떠났다. 스물한 살이 되었다, 스물일곱 살이 되었다, 널을 뛰듯 시간을 건너 다닌다. 시간마다 쫓아다니는 기억이 가득하다. 시간과 기억이 찰싹 붙어 이야기를 만든다. 엄마와 여행을 떠나는 공항에서 캐리어 손잡이가 망가져 당황했던 일, 파리 시내 관광일엔 뭘 잘못 먹었는지 계속 토하는 바람에 혼자 버스에 남아 온갖 뒷골목은 다 돌며 환상이 깨졌던 일, 사흘 만에 준비해서 떠난 태국여행, 낭떠러지를 눈앞에 둔 계곡에서 넘어져 인대가 늘어나 교수님 등에 업혀 산길을 올라온 일 등등, 끝이 없다.
사진에서 나와 부모님의 젊음을 발견한다. 가족 카톡방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엄마는 참 젊었다며 제일 좋은 여행친구인 딸과 더 많이 다니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신다. “네가 가자고 할 때 갈걸 그랬어, 나중에 갈 기회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환갑을 훌쩍 넘긴 이제는 가기가 겁이 나신단다. 아빠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엄마와의 여행을 꿈꾸신다. 한참 후에 지금 사진을 보면 그때도 젊었다며 이야기할 거라고, 어디든 가자고 여행 상품을 검색하신다. 나는 이제 딸과의 여행을 생각한다. 우리 딸이 조금 더 크면 유럽에 가면 되려나? 미국이 좋을까? 동상이몽이다.
코로나로 얼룩진 4월을 지나면 가족끼리 여행을 떠나야겠다. 마침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만히 누워 휴대폰으로 톡톡- 검색에 열을 올린다. 싸이월드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