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라 붐빌까 봐 월요일 시간을 예약하려 했는데 월요일 날씨는 흐림이라고 예고된다. 예약 없이 일요일에 가기로 한다. 마침 숙소가 케이블카 타는 곳 바로 앞이라 아침 먹고 도시락 챙겨 7시 30분 케이블카에 오른다. 이 시간은 기다림 없이 그냥 탑승할 수 있다.
이 코스는 무조건 일찍 움직여야 한다.
미리 탑승 시간을 예약해도 지연되기 일쑤고심지어 전일 취소되기도 한다.
조금 늦어지면 전망대에 올라가도 인파에 밀려다니고 버티칼글라스 사진을 찍기 위해 한 시간 대기는 보통이다. 서두르는 것이 상책이다.
샤모니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3842m 전망대에 올라
눈부신 하얀 세상에 환호한다. 글라스 사진을 찍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설산을 즐긴다. 감탄사만 질러댈 수밖에 없는 거대한 설산 덩어리들. 이런 대자연 앞에선 누구라도 한없이 겸허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얇은 패딩은 필수다. 우리가 간 날은 샤모니는 제법 더운 날이었지만 올라오니 패딩 입는 것이 알맞게 제법 쌀쌀하다
더 이상 좋을순 없다. 퍼부어 주는 햇살로 하늘과 맞닿은 곳까지 아낌없이 내보여주는 하얀산들의 잔치
저 아래까지 내려가 걷고, 스키타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인다. 다른 세상 사람들 같아 부럽다
우리는 이탈리아 꾸르마이예르 courmyeur 쪽 전망대인 엘브로네helbronner까지 운행하는
파노라믹케이블카를 타고 왕복한 후 세 시간 정도 걸어내려 올 예정이므로 시간이 빠듯하다.
대기 없이 바로 찍은 버티칼글라스 사진. 무서웠다는 사람들도 많던데 우리는 여유작작.
직원이 사진 정말 못 찍어 준다고 해서 기대 안 했는데 이만하면 실물보다 백 배는 잘 나왔네. 불과 30분쯤 후에 60분 기다려야 한다는 지점까지 줄이 늘어서 있었다
하절기의 바람 없고 날씨가 좋은 날만 운행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왕복 케이블카 파노라믹케이블카를 탄다. 티켓은 에귀 뒤미디 전망대에서 따로 구입해야 한다.
3000m 이상 고봉의 크레바스 위를 왕복하는 파노라믹 케이블카
곳곳에 크레바스가 움틀대는 아찔한 설산 위, 느릿느릿 진행하는 케이블카를 감사하며 즐긴다.
꾸르마이예르에 다가오자 눈 위를 걷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또 부럽다 아마도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들일거야
눈이 멀 것 같이 부신 순백의 멋진 산봉우리들을
바라보며 쿠르마이에르에 도착한다
샤모니 쪽과는 또 다른 정겨움으로 다가오는 이태리 쪽 몽블랑.
이태리 쪽 몽블랑은 순하다
사람이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제 몸을 내어준다. 에귀디미디에서 눈길을걸으려면 어마무시한 비용을 지불하고 가이드와 끈으로 연결 후, 장비를 갖춰야 가능하다고 한다.
30분쯤 건너온 이곳은 슬쩍 내려가 눈길을 걸어 볼 수 있는 꿈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보다 더 신난 병태. 눈 쌓인 날 강아지는 울고 갈 온갖 재롱을 부리네
몽블랑 눈썹(?)께 쯤 될려나? 그 위에 털버덕 앉아 보기도 하고. 드디어 영자도 전생에 나라 구한 대열에 합류한다
손 내밀면 닿을 듯 가까이 눈을 느끼며 다시 에귀디미디로 돌아온다.
에귀디미디에서 샤모니까지 중간 정거장인 프랑드 레귀 Plan de laguille에서 내려 점심을 먹는다. 트레킹 중 점심은 거의 즉석 도시락을 먹었는데 물을 부으면 마구 올라오는 뜨거운 김이 신기한 외국인들이 구경하러 온다.
'니들 나라엔 이런 것도 없니? K 푸드의 일종이란다.' 물어보면 설명해 줄 기세지만 다행히 아무도 묻진 않는다.
커피도 마시고 커다란 물 한 병 산 후, 몽땅베르까지 트레킹을 시작한다목적지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 갈림길에서 이정표가 나와줘서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정식 TMB길이 아니고 최하급의 편한 길 위주로 슬슬 걸었으니 동네 뒷산 일주일에 한두 번쯤 다닐 정도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샤모니 마을이 앙징맞게 내려다보이는 쉬운 코스의 길이지만 바닥을 잘 살피며 걸어야한다.
우리 숲과 순한 우리 산의 흙길이 사무칠 정도로 거친 돌길과 너덜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그랑발콩노드 Grand balon nod이다. 실제는 몽블랑 남쪽 산허리 발코니 같은 길을 걸으면서 건너편의 브레방 쪽 파노라마 산군을 감상하는 길이다. 2시간 40분가량 걸어서 몽땅베르 역에 도착한다.
몽땅베르에서 샤모니로 내려가는 산악트램은 4시 30분~5시 못 미처 운행이 종료된다.
그 시간을 못 맞출까 봐 급히 서둘렀더니 이 산길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 같다.
트레킹 일정을 계획할 때 케이블카나 산악열차의 막차 시간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막차를 놓치면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또다시 두, 세 시간 정도 걸어서 바닥까지 하산하는 것.
이 날 몽땅베르에서 빙하동굴까지 보고 간다는 계획이었으나 샤모니행 막차를 무사히 탈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