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설렁 샤모니몽블랑-5

밸뷰언덕 산악열차

by 임경희

영자에게 떠나는 이유를 물으면 '행복하려고'라고 대답한다. 어떤 심오한 이유보다 자연이 주는 평온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가슴 깊이 들여 마시는 공기가 달다. 나이가 드니까 다녀오고 난 후의 성취감도 좋다. 주변 사람들의 칭찬에 우쭐하기도 한다. 주로 걷는 여행이니까 걷고 싶은 곳의 정보를 수집하고, 대충 일정을 정하고, 항공편과 숙소를 알아보고.. 그럴 때 무지하게 행복하고 많이 감사하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건들은 모두 소중한 추억이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친구 병태와 공유하는 추억이니까 그리워하기 위해 적는다. 그러므로 이 글들의 제일 열렬한 독자는 영자 자신이다.


네 번째 날은 산책 위주의 어슬렁거리는 날로 정한다. 감기 걸린 몸으로 버티다가 어제 좀 무리했는지 다 나은 것 같던 기침이 조금 심해졌다. 그래서 정한 밸뷰 Bellevue행.


샤모니슈드 Chamonix sud에서 르우슈 Les Houches행 버스를 타고 밸뷰에서 내리면 밸뷰언덕행 케이블카 정거장이다.

꼭대기에 오르니 이 생이 아닌 것 같은 풍경에

다시 또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그냥 여기서 멍 때리기만 해도 격하게 행복하다.


이런 곳에서라면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어떤 일도 표용 할 수 있을 것 같다. 넋을 잃고 아무 생각 없이 한참 동안 앉아 있는다.


그러다가 빙하 바로 옆에서 빙하를 느낄 수 있다는 비 오나 씨 Bionnassay 빙하에 가려고 했었다는 생각이 갑자기 떠 올라 이정표를 찾아 걷는다. 모처럼의 숲길이라 더욱 반갑다.


조붓한 오솔길은 잠깐 순한가 싶더니 제법 급한 경사길로 이어진다. 영자 감기가 도질까 봐 겁난 병태의 만류로 발길을 돌리고 밥이나 먹자며 벤치에 앉는다

설명서 따라 찬물을 부으면 10분 쯤 후 맛있는 밥이 완성된다

도시락을 종류별로 준비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칭찬에 너~~~ 무 인색한 울 병태가 칭찬할 정도로 간편하고, 질리는 양식 먹는 것보다 훨씬 개운 했던 우리 점심밥. 겨울엔 산에서 따뜻한 밥 먹을 수 있으니 더 좋을 듯ᆢ

게다가 이런 뷰를 보면서 밥을 먹는데 어떤 음식인들 맛있지 않을까.



벨뷰 언덕엔 산악열차 정거장이

있다. 르파예 Le Fayet에서 벨뷰를 거쳐

니데글 Le Nid d aigle까지 왕복 운행한다.

높은 산꼭대기까지 구불구불 오르내리는 산악열차를 꼭 타보고 싶었다.


멀티패스로 무료이용할 수 있지만

열차 사이트에 들어가서

시간을 예약해야 한다.

시간 맞추기 힘들어 포기했었는데 바로 눈앞에 정류장이 보인다.

안내 직원까지 있다.

어찌나 친절한지 정말 예뻤다. 마침 빈자리가 있으니 자기가 예약해주겠다고 한다.


제일 높은 종착역인 니데글역까지는 올해는 공사로 인해 폐쇄되었다고 한다.

그전 역인 몽라쉐까지만 올라갔다가 회차하는 열차를 타고 아래쪽 종점인 르파예까지 내려간 후, 샤모니행 기차 타고 돌아가면 된단다.


다시 또 넘치도록 고맙습니다. 이건 아침에 내가 구상했던 그림과 똑같은 것이다. 15분 후 올라가는 기차가 도착한다고 해서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거대한 노랑화원을 맘껏 즐긴다.


산 위를 달리는 빨간 열차를 타고 몽라쉐에서 내려 10분 후 회차하는 열차를 다시 타기 위해 산 위에서 설렁설렁 여유를 부린다.


종착역 니데글에는 몽블랑 정상에 도전하는 전문 산악인들이 하루 자고 출발하는 산장이 있다. 거기서 비 오나 씨 빙하로 내려오는 길도 있으니까 내년에 공사가 끝나면 니데글에서 비 오나 씨로 트레킹 후 벨뷰로 와서 케이블카로 내려오는 코스도 참 좋을 것 같다


기차 타고 창밖의 멀거나 가까운 숲을 바라보며 르파예역에 도착하고,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샤모니행 열차를 타고 샤모니역으로 돌아온다.


샤모니는 정말 작은 마을이라 샤모니역이나 종합버스 정류장 격인 샤모니슈드, 에귀 뒤미디, 샤모니 센터나 토요일장도 열리는 샤모니 광장 Place du Mont Blanc, 까르푸, Super U 등등 거의 다 걸어 다닐 수 있어 참 편하다.


일찍 집에 들어왔으므로 빨래를 하기로 한다.

영자는 저녁을 준비하고 숙소 바로 앞 빨래방엔 병태를 보낸다. 일머리 없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병태라 조금 걱정이 된다.

내가 갈 걸 그랬나 살짝 후회할 만큼 시간이 흐른 뒤, 무인 빨래방이라 난감했는데 어떤 청년이 도와줘 세탁코스는 무사히 작동시켰다며 의기양양하게 병태가 들어선다.



"세제도 따로 팔지? 얼마큼 넣었어?"

"엥? 빨래할 때 세제를 넣는 거였어? 말을 해줘야 알지"

"아이고 ~~ 안 빤 것보다는 나을 테니 그냥 입어야겠네"

이 분이 바로 43년 동안 살아온 영자 남편 병태이다.




00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