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교수님이 인생에서 제일 좋은 나이가 75살 즈음이라고 하셨는데 요즘은 그 말씀이 와닿는다. 아직 칠십도 안된 나이니까 한창이 한참 남아서 더욱 고맙다.
여전히 병태와 잡다한 수다 떨 꺼리가 있어서 고맙다. 둘 다 듣는 것보다 말하기를 좋아해 종종 말꼬리 잡고 목소리 높일 때도 많지만 어쨌든 고맙다. 틈만 나면 주야장천 걸어서 그런지 또래보다 건강해서 고맙다. 자식들에게 손 벌릴 일 없어 고맙다. 자식들도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아 더 고맙다. 학생시절 거지여행 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지만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으니 정말이지 감사하다.
나이만 먹었지 기여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지하철 공짜로 타라하고, 국립공원 입장료도 무료다. 외국에 나와도 노인우대 혜택은 계속된다. 젊을 때부터 비교하지 않고 소신대로 산 덕분에 보여줘야 할 걱정, 내세워야 할 것이 없다. 앞으로는 내려놓아야 할 일만 남았다는 것이 감사하고 즐겁고 행복하다.
다섯 번째 목적지는 브레방전망대이다.
시내에 있는 생미셀 성당 뒤편 오르막을 10분 정도 올라가면 브레방 전망대까지 가는 케이블카역이다.
중간역인 프랑프라즈를 거쳐서 브레방 에 오른다.
몽블랑 정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수 있다는 이 곳에서 그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싶었는데ᆢ 구름이 가득하다
병태가 늘 강조하는, 다 채워지지 않고 십 분의 칠만 채워지는 자족의 삶, 칠영배를 떠올리며 오늘도 감사하다
다시 프랑프라즈(2000m)로
내려와 프레제르 Flegere
(1894m)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브레방에서 계속 내려올 수도 있지만 이번 여행은 맛보기 여행임을 외치면서 힘차게 출~~ 발.
길은 그저께 걸었던 그랜발콩노드와 샤모니시내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걷는 길이다 그랜발콩슈드.
업 다운이 심하지도, 돌길도 많지 않은 순한 길을 설렁설렁 걷는다.
한없이 이어지는 길.따가운 햇살 아래지만 걷는 내내 옆에서, 앞에서, 때론 뒤에서 같이 걷는 이가 있고 하얀 산이 있어 행복하다. 순하고 평화로운 길을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걷는다
누구라도 철학자가 될 것 같은 그 길을 세 시간쯤 걸어 프레제르로 돌아온다
케이블카 타고 샤모니로 내려가려고 줄 서 있는데 유쾌한 직원이 8인승 케이블카에 젊은 연인 둘 만 태우고 문을 닫으며 눈을 찡긋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