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마지막날엔 머물고 있는 샤모니에서 이탈리아의 꾸르마이예르로 건너 가 몽드라삭스 Mont de la Saxe능선을 걸을 계획이었다. 샤모니와 꾸르마이예르 구간은 산 꼭대기에선 관광 케이블카로, 지상은 터널을 통해 몇십 분만에 도착할 수 있다.
TMB 코스 중에서도 최고 멋진 코스라는 몽드라삭스 능선은 이번 코스 중 제일 기대했던 꿈같은 길이다. 샤모니에서 당일로 다녀오려니 신경이많이 씌어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걱정이 많이 되었다.
나흘 전에 버스표를 예약하려고 OMIO앱을 열었는데 바로 FLIX버스 사이트로 넘어가 버린다.OMIO앱에서는 버스 출발 두 시간 전 까지는 취소해도 전액 환불 된다고 했는데 FLIX버스 사이트에선 취소 수수료가 무려 70%였다.
세상에 이런 횡포가 있을까?
꼭 갈 예정이니까 왕복 버스 편을 예약했다.
예정일 이틀 전인 어제, 돌아오는 버스 편이 취소됐다는 이메일이온다. 샤모니에서 10시에 출발하고 꾸르마이예르에서 20시에 돌아오는 버스였다. 20시 버스의 바로 앞 시간인 16시 버스를 타려면 시간이 촉박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비싼 택시로 올 수도 있겠지만 비용 부담도 되고 번거로워서 정말 속상했지만 몽드라삭스 능선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더 기막힌 것이 자기네 편한 대로 돌아오는 티켓이 일방적으로 취소되어, 가는 티켓을 취소하는 것인데, 편도 취소 수수료가 70%다.
그나마 나머지 30%도 바우처로 돌려준단다. 이런 순~~~%₩@&%₩ 웬만하면 욕은 안 하고 우아하게 늙고 싶은데 습관대로 마구 욕이 나온다.
정말 대한민국 좋은 나라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내 계획이랑 기대를 깡그리 망쳐 놓아 보상을 못 받을 망정 왕복표를 끊었음에도 가는 여정의 버스비는 100%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뿐인가? 마지막날엔 이탈리아를 갈 예정이니까 그날은 제외하고 몽블랑멀티패스를 구매했었다. 샤모니에서 움직이려면 비싼 하루치 패스를 따로 사야 한다.
고객센터에 항의하려 해도 전화번호는 안 보이고 챗봇뿐인데 도무지 진행이 되지 않는다.
귀국 후 병태가 이멜이든 전화든 어떤 방법이라도 항의해 보겠다 하더니 본사가 미국이라 시차 맞추기 힘들것 같단다. 특유의 밍기적거림으로 계속 미룰 것이 뻔해 믿음은 가지 않는다.내가 영어만 잘해도 가만있지 않는다고~~~
이런 일이 생기면 돈도 아깝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처사에 울화통이 치민다.
어쩌랴 여행 중일 때는 일단 재빨리 잊는 수밖에. 기껏해야 유럽여행 카페 중 제일 큰 유랑카페나 영자 블로그에 욕이나 실컷 하며 소심한 대항을 한다.
여섯 번 째날은락블랑 호수다.
프레제르에서 락블랑으로 올라가는 코스보다 앙덱스에서 락블랑까지 내려오는 코스가 더 쉽다고 블로거 선배님들이 알려준다. 앙덱스 lndex까지 올라가 락블랑Lac Blanc 호수까지 내려오기로 했었다.
이번 트레킹은 되도록 설렁설렁 걷는 게 목표였음으로 무조건 쉽고 편한 길이 우선이다. 라프라즈 Les praz까지 버스를 타고 간 후, 프레제르까지는 케이블카로, 앙덱스까지는 스키리프트를 타고 올라간다.
생애 처음 스키를 탔던 날, 젊은 영자는 리프트에서 내리는 것조차 긴장되고 어려워 엄청 버벅거렸다
춥고 바람 부는 날의 리프트 위에서 그때를 추억하며 미소 짓는다.
앙덱스에서 내려 마주한 설산들.
앙덱스엔 6월 말임에도 녹지 않은 눈, 온통 눈 세상이다. 경계도 애매해서 마치 크레바스 같은 작은 골짜기로 빠질 것 같이 무섭다.
아이젠도 없어 대략 난감했지만 스틱에 의지해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내려가 본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대 모자를 주체할수 없어 등산 손수건으로 동여매고.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며 비틀비틀 한 걸음씩 전진한다. 그러다가 우리처럼 락블랑으로 가던 중, 도저히 안 되겠다며 돌아오는 분들을 두 팀이나 만난다. 두 팀 모두 위험하니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하신다.
충고를 받아들여 일단 리프트를 타고 다시 프레제르로 내려오기로 한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힘든 길을 걸을 필요는 없다며 프레제르에서 샤모니까지 내려오는 아주 편안한 코스로 잽싸게 계획을 변경한다.
뱀이 나올지 모른다고 앞장서서 스틱을 휘두르며 걷는 병태
모처럼 따가운 햇살이 바늘처럼 꽂히는 길이 아닌 그늘진 편안한 길을 룰루랄라 걷는다.
샤모니까지 한 시간 남짓 남았을 때 만난 플로리아산장 Chalet La Floria.
꽃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예쁜 산장이다. 샤모니에서 여기까지만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샤모니까지의 길은 거의 임도라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는 길은 아닐 것 같았다. 하지만 양쪽에 울창한 나무들이 시원하고 곳곳에 계곡 물소리도 상쾌해서 세 시간가량의 트레킹을 즐겁게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