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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단 Jun 12. 2020

선을 넘는 희열과 벽을 깨는 환희의 대향연

PS3게임 <GTA5>


“아무리 봐도 승용차에 어른 7명이 타는 건… 도저히 사이즈가 안 나오는데?”

“아냐 아냐, 그럼 내가 여기라도 탈게!”

“뭐? 너 미쳤어? 안 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자리 잡은 예쁜 펜션. 절친인 B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곳이라 계절을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놀러 가던 대학 시절 친구들의 아지트였다. 부모님께서는 다행히 우리 모두를 귀여워해 주셔서 (아니었을지도?) 주말마다 찾아가 뒹굴거리기도 하고 가끔은 손님 테이블에 음식을 나르거나 바비큐도 굽고, 숯불 피우기도 도와가며 유유자적 산촌 생활을 만끽하던 취준생 시절이었다.


하루는 금요일 오후 전공 수업을 마치고 3명의 친구들과 함께 펜션으로 향했다. 한 녀석이 엄마차를 몰고 온 덕분에 음악도 듣고 깔깔대면서 즐겁게 봉평에 도착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다음 날 각자 약속이 있다며 3명은 차를 타고 떠나버렸고 나 혼자 펜션에 덩그러니 남았다. 깊은 산속 계곡 바로 옆에 붙어있어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했지만 그만큼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져 차량이 아니고서는 다니기 영 불편한 곳이다. B는 내게 하룻밤 더 자고 일요일에 자기 차로 인천에 돌아가자 했다. 여기까지는 뭐 흔히 있던 일.



그러나 삶에는 가끔 변수가 발생한다. 토요일에 찾아온 1박 손님 중 여대생 5명이서 추억여행을 온 팀이 있었는데 이 여학생들의 미모에 B가 홀라당 반해버린 것이다. 일요일 브런치 제공을 끝으로 손님들과는 작별, 설거지와 방 청소를 한 후, 나랑 오붓하게 인천으로 향하는 빈틈없는 스케줄이었는데… 그녀들과 몇 마디 나누다 보니 공교롭게 이 여학생들 또한 인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고 B는 얼씨구나 하며 집까지 태워주겠다는 호의를 내비쳤다. 콜택시를 불러 터미널까지 가서 고속버스를 타고 인천에 도착해 또 대중교통으로 환승해 집까지 가는 수고스러움에 비하면 매너 좋아 보이는 펜션 사장 아들 차를 타고 인천까지 편히 가는 쪽이 훨씬 끌리는 제안이었을 거다.


문제는 여성분들이 전체적으로 유럽 스타일의 건장한 체형이셔서 작은 승용차에 모두 타는 게 영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B는 운전석이고, 그중에서도 체구가 좀 있는 분이 조수석에 타면 나머지 4명은 뒷자리에 낑궈 앉게 되는데 내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 확보가 도저히 안 되는 거다. B는 일말의 주저 없이 날 버려둔 채 출발하려 했고 대중교통으로 가는 게 얼마나 빡센지 아는 만큼 다급하게 외쳤다.


“그럼 나 트렁크에 탈게! 이러면 됐지?”

“뭐? 승용차 트렁크에 누워서 봉평에서 인천까지 간다고? 안 돼, 너 숨 막혀서 죽을지도 몰라!”

“아,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할 테니까 핸드폰이나 잘 보면서 운전해. 가자!”


남자가 이런 것쯤은 별 거 아니라느니 (남자랑 트렁크가 무슨 상관?) 야쿠자 영화에서 많이 봤다느니 호기롭게 나불대며 트렁크에 몸을 실었다. 걱정 반 호기심 반인 여학생들의 시선이 잠시 느껴졌으나 B는 단호하게 뚜껑을 쾅! 닫아버렸고 이내 고요와 적막 속으로 빠져들었다. 캄캄할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소리까지 차단될 줄은 몰랐다. 계곡에서 뛰노는 아가들 소리가 한순간에 멎었다. 트렁크 너머 승객칸에서는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노래가 어렴풋이 들려왔고 B가 여자들에게 던지는 시시껄렁한 농담이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감이 아주 멀었다. 그렇게 차는 천천히 출발했다.


모든 기계 부품은 그 쓰임과 용도가 분명한데 트렁크는 짐을 싣기 위해 있는 공간이고 좌석은 사람이 앉기 위한 공간이다. 반대로 사용하면 어떻게 되냐고? 트렁크 칸은 좌석과 달라 노면의 충격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강원도 산길인지라 차가 퉁퉁 튀기 시작하자 트렁크 속 나도 이리 쿵 저리 쿵 구르며 부딪히기 바빴다. 아프다. 그리고 덥다. 해가 안 들어오니 선선할 줄 알았는데 달리다 보니 여기도 더워졌다. 산소가 점차 희박해지는지 숨이 좀 답답한 것 같은데 아마 기분 탓이겠지. 앞으로 세상 사람을 두 종류로 나눈다면 ‘트렁크에 실려본 적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으로 나누고 싶다.


B가 평소 험하게 운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여자들과 농지거리에 정신이 팔렸는지 급브레이크와 급출발이 유난히 잦았다. 그러다 퍼뜩 든 무서운 생각. 안전벨트가 없는 건 둘째치고 졸음운전하던 25톤 트럭이 이 승용차를 뒤에서부터 들이받아 버리기라도 한다면 나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불안 속에서 몇 시간을 더 달렸다. 공포와 체념에 이성을 잃었는지 기면 상태로 헤롱대다 도착한 곳은 전체 여정의 딱 중간 지점, 여주휴게소였다.


“야, 살아 있는 거 맞아? 나와서 아이스크림 먹어!”    


트렁크가 열리는 순간 작렬하는 햇살에 수정체가 너무 아파 잠시 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자 주변의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평화로운 일요일, 한낮의 고속도로 휴게소, 차 트렁크에서 젊은 남자가 비틀대며 내리는 장면이 나들이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나 보다.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뭐야? 저거 신고해야 되는 거 아냐?’ ‘납치잖아 오빠!’ 아니야 납치.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피곤한 일. 일부러 목소리 톤을 높이고 얼굴에는 가식적인 웃음을 활짝 지으며 외쳤다.


“와하하, 재밌다 하하! 이제 네 차례야 B야. 들어가! 교대 교대!”


순간 B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수상쩍다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작대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 안 할 수 없었고, 목적지까지 나만 계속 감금시키는 것도 아무래도 좀 미안했던지 결국 여주에서부터는 그가 트렁크에 들어가고 내가 운전하기로 했다. 이리하여 살아있는 생명체를 트렁크에 태우고 도로를 달리는 첫 경험이 시작됐다. 처지 대역전.


시작은 두려움이었다. ‘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앞쪽으로 부딪히는 건 몰라도 뒤에서 받히는 것만큼은 피해야겠는데’ 등의 다짐을 하며 조심조심 주행했다. 그런데 달리면서 차츰 안정을 찾고 적응이 되다 보니 묘한 즐거움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도로교통법상 불법이고 위험한 일인 거 안다. 접촉사고라도 나면 우리뿐 아니라 애꿎은 상대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바로 이거. 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을 감행하고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뼛속까지 자극적인 ‘일탈’의 맛.


이유 없이 타인을 괴롭힌 적 없고 경찰 연행, 검찰 심문, 법원 재판 그 어떤 것도 받아 본 적 없다. 소심한 쫄보로 살아왔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모범적인 삶이었는데… 바로 지금! 차 트렁크에 사람을 싣고 질주하는, 무슨 할리우드 범죄 영화에서 매즈 미켈슨 같은 사람이나 할 법한 행동을 하고 있는 스스로가 너무나 신기한 거다. 낯설긴 한데 싫지만은 않은 압박감. 기분 좋은 스트레스. 두려워하기보다는 두려움을 주는 쪽에 선다는 설렘과 흥분. <브레이킹 배드>의 월터 선생님은 블루 크리스털을 처음 만들고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인간수업>의 오지수 학생도 첫 거래를 무사히 마친 날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론 분명 짜릿했겠지?


아, 위험하다. 암흑 속에서 몇 시간을 갇혀있다 나와서 그런지 마음 깊은 곳까지 어둡게 물들어 있는 것 같다. 사고체계가 정상적이지 않다.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스릴에서 손을 뗄 수 없다. 죽을지 뻔히 알면서도 활활 타오르는 잉걸불 속으로 뛰어드는 건 불나방뿐 아니라 인간도 마찬가지였던가?

에라, 풀악셀 전개다! 달리자, 달려보자! 계기판의 속도계는 170… 180을 넘어섰고 차체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보수 학부모 단체로부터 거액의 의뢰를 받아 <게임의 해악성 -청소년 수용자의 모방 심리에 관한 연구-> 따위의 글을 써야 한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가장 첫 번째 레퍼런스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게임. 새 시리즈가 출시될 때마다 폭력성과 모방 범죄 우려로 논란이 끊이지 않아 수많은 나라에서 심의가 반려되거나 상당 부분 수정되어 가까스로 출시되는 작품. 2013년 발매 당일 딱 하루 동안에만 세계에서 9600억 원을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한 게임계의 슈퍼스타. 바로 <Grand Theft Auto (이하 GTA)> 시리즈다.


최신작 <GTA5>는 2018년에 세계에서 3번째로 1억 장 판매를 돌파한 기념비적인 게임에 등극했다. 1위와 2위가 건전함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테트리스>와 <마인크래프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GTA5>가 이 정도 판매량을 올렸다는 건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게임이 도대체 뭐기에? 무슨 매력이 있어서? 해답은 너무나 간단하다. 바로 ‘일탈’이다.



학창 시절 술자리 게임 중에는 ‘옵션 게임’ 이라는 것이 있었다 (설마 아직도 이런 걸 하지는 않겠지?) 걸린 사람은 벌칙으로 술을 한 잔 마시고 나서 옵션을 하나씩 추가해 나간다. “이제부터는 마시기 전에 꼭 잔을 바닥에 두 번 치고 마셔!”, “이 이후로 영어 쓰면 안 돼”, “지금부터는 웃으면 무조건 걸리는 거야 이빨만 보여도 원샷” 등의 옵션들이 계속 추가돼 나중에는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아 무슨 짓을 하든 걸려버리는 지경에 이른다. 절대 피할 수 없다. 심지어 센스쟁이들은 “숨 쉬면 마셔” 같은 옵션을 거는 통에 결국 다 같이 계속 마시다 죽을 수밖에 없는 추억의 게임이었는데…


요즘 우리네 삶이 꼭 이런 옵션 게임을 닮아가는 느낌이다. 상식을 가진 현대 교양인이라면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는 끝없는 옵션의 굴레. 모두에게 예의와 존중을 갖추고 정치적 올바름을 신경 써야만 힙한 인싸가 되어 인기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트렌디한 세상.

'주말에는 시바견을 데리고 공원 산책을 나서 마주 오는 사람과 싹싹하게 인사를 나눠야 사교적인 사람으로 보이겠지. 공정무역으로 수입한 원두로 볶은 커피를 마셔줘야 하고 육식은 왠지 좀 고루해 채식주의를 견지한다. 내용은 잘 모르지만 페미니즘과 흑인 인권, 동성애에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요가와 필라테스 수업도 빠지지 않는다. 환경을 생각해 에코백과 텀블러는 필수,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내연기관 차량보다는 전기차를 선호하고 SNS에 올리기 위해 여행과 공연, 독서도 빼놓지 않는다. 그리고 수많은 소셜 모임들…'


세상에는 언제부턴가 이처럼 다양한 가이드라인이 끝도 없이 그어졌다. 남녀를 불문하고 이 기준에서 벗어나면 꼰대나 아싸, 언피씨, 아재, 차별주의자 등 다양한 비난이 뒤따른다. 직장 회의 시간이나 친구들과의 모임, 가족 간의 식사 자리에서조차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신경 써야 할 것 천지다. 보편적인 가면을 쓰고 튀지 않게 무난하게 살아가고는 있지만 한 번쯤은 확 그냥 모든 걸 뒤집어엎고 싶을 때도 있다. 딱딱 짜인 룰대로만 살다 미쳐버릴 것 같은 순간, 그럴 때 찾게 되는 무한한 자유의 도시 ‘로스 산토스’. 바로 <GTA5>의 세상이다.



중년의 사이코패스, 빈민가의 양아치, 가족부양에 허덕이는 전직 은행 강도. 3명의 캐릭터가 좌충우돌 풀어나가는 스토리라인이 매력적인 것도 맞지만 결국 이 게임을 단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유’다. 숨이 턱턱 막히는 현실로부터 도피해 이곳에서만큼은 무슨 짓이든 해도 된다는 자유! 도덕과 상식의 굴레는 벗어던지고 제도와 규칙은 보기 좋게 엿 먹일 수 있는 거대한 가상공간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회사 선배 한 명은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오픈카, 컨버터블을 샀지만 뚜껑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몇 번 여닫아본 게 전부다. 마음 같아서야 루프를 활짝 열고 음악도 쾅쾅 틀며 도심을 질주하고 싶지만 주변에 민폐이기도 하고 미세먼지도 신경 쓰이는 데다 아가 때문에 혼자 운전할 일도 잘 없다며… 결국 선배는 현실의 자동차는 출퇴근과 마트용으로만 사용하고 <GTA> 세상 속에서만 뚜껑 연 빨간 오픈카에 올라 강렬한 비트의 록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를 즐긴다.


우리가 그동안 할 수 없던 수많은 것들이 <GTA> 월드에선 가능하다. 회사원이라 엄두도 못 내던 용 문신을 뒷목에서부터 등을 거쳐 허벅지까지 내려오게 새기고 목 늘어난 러닝셔츠에 반바지 바람으로 명품 패션 거리를 건들건들 활보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바람 불면 날아갈 듯 비실비실 유약한 몸뚱이의 소유자라 주변에 위압감 비슷한 것조차 준 적 없는데 사이버 공간에서만큼은 장판교의 장비가 따로 없다.



바이크로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며 짜릿하게 달릴 수도 있고, 위험해서 꿈도 못 꾸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산악자전거를 탄 채 산 정상에서 출발하는 다운힐 질주, 넘실대는 파도 속 보트 운전, 공사 중인 초고층 빌딩 옥상에서 낙하산째로 다이빙, 아침 출근시간이라 차로 꽉 막힌 로스 산토스 도심 한가운데를 헬리콥터를 타고 유유히 날아가는 상쾌함…


돌이켜보니, 일의 특성상 관료들이나 보수적인 사람을 상대할 일이 많아 회사원이 되고부터는 대부분 무채색의 고루한 옷들만 입어왔다. 옷장을 열면 전부 그레이톤에 채도 낮은 수수한 패션 일색. 자동차도 흰색 회색 검정만 타다 보니 나만의 개성이나 취향이 뭔지, 그런 게 존재하기나 한 건지 생각조차 한 적 없다. 그런데 <GTA5>에선 달랐다. 핏하게 딱 떨어지는 버건디색 슈트에 행커치프까지 예쁘게 꽂고 머스터드색 스포츠카를 타고 석양이 불타는 해안도로를 상쾌하게 달렸다. ‘아… 이것이 삶이고 인생이구나. 나는 이런 걸 하고 싶었던 거구나’ 처음으로 알았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고르는 옷 말고, 나중에 중고차로 되팔 때 가격을 생각해 고르는 무난한 색의 자동차 말고, 정말로 내가 좋아해서 고르는 선택의 즐거움.


이렇게 ‘순한 맛’의 취향 찾기는 물론 각종 범죄, 납치, 살해, 폭발 등 영화에서나 볼 법한 거친 뒷골목 생활까지 체험해볼 수 있으니 현실의 스트레스에 찌든 성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아닐 수 없다. 범죄 게임으로 인한 모방 우려야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는데 이 정도 멘트로 정리하고 싶을 뿐.

“선생님들, 찐따가 가상현실 속에서 일진 체험 좀 한다고 실제 세상에서 하루아침에 일진이 되지는 않아요”



나쁜 사람들에게는 사실 <GTA>가 필요 없다. 실제 생활에서 리얼 인간을 대상으로 얼마든지 추접한 짓을 벌이는데 게임에서 캐릭터들 상대로 비슷한 일을 하는 게 뭔 재미가 있을까. 때문에 선량하고 도덕적이며 순박하게 살고 있는 보통의 소시민들한테 게임에서나마 센 척도 좀 하고 규범도 어겨가며 대리만족을 느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것이다.

내일 아침이 되면 다시 회사에 종속된 노예, 비루한 현대인의 삶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짜증 나는 세상에 총질도 좀 하고, 잘난 척하는 공권력이나 근육 자랑하는 범죄자들도 쥐어 패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라고 권해주고 싶은 게임. <GTA5>는 각박한 현대인을 위한 멘탈 힐링 게임이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은 작품이다.


아, 결과를 말해주자면 B를 트렁크에 싣고 여주에서 인천까지 달린 분노의 질주는 무사히 집에 도착하는 걸로 끝났다. 남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유언 1순위가 ‘야 괜찮아, 안 죽어’ 라는 학계의 정설처럼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날의 무모함과 객기는 너무나 어이없어 기가 막힐 정도이다. 하지만 중년의 아저씨가 된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탈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던 청춘의 바보 같음이 조금은 그리워 가끔씩은 돌아가 보고 싶기도 한 그 날, 추억의 영동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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