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경쟁이 붙는 현장에선 목격자나 증인, 생존자 등 중요한 취재원과 인터뷰 한 뒤엔 소위 '단독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 '보안'을 지켜달라며 단도리를 한다. 당시엔 지금보다 매체 수도 적었고, 방송 3사와 종합일간지가 전부였는데도 그랬다. 자사 이기주의, 혹은 기자의 '단독 보도' 욕심이라고 욕먹을 만한 대목이다. 매체가 늘어난 지금도 사고 현장에서 기자들의 '단독 경쟁'은 피를 말린다. 문건 하나, 목격자 한 명, 사진이나 영상 등 증거가 될만한 그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기자들은 애를 쓴다.
카이룰루 씨와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기자 선배와 연락을 했다. 지면에 실을 사진을 찍고, 나는 인터뷰한 곳에서 기사를 송고했다. 그는 사촌 형과, 자신의 거취 문제 등으로 불안해했고 나는 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이천시와 경기도 관계자 등에게 문의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오후 6시가 넘어서 인터넷에 '카이 룰루' 관련
단독 기사가 올라왔다. 카이룰루 씨가 전화를 안 받으니 나에게 그의 위치를 물어보는 기자도 있었다. 당시 나는
경향신문 3년 차 기자였고, 단독 인터뷰는 표절이 불가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인터넷 판에 기사를 먼저 올렸는데. 다음날 아침 중앙일보 지면에 똑같은 기사가, 사진만 '경향신문 제공'으로 해서 나갔다. 카이룰루 씨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해당 기자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몇 분 후 미디어오늘 측에서 기사 표절시비 논란이 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달라고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