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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squeen Sep 09. 2020

법원이 2주 쉬면, 재판은 두 달 뒤로

국민이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는?

#2주 휴정이면, 재판은 두 달 뒤로 밀린다.


코로나19로 겪게 된 일상의 변화 중 하나가 재판이 멈춘 것입니다. 항상 법원은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만 2주씩 정기 휴정을 가졌는데요. 올해는 코로나로 3월부터 최근까지 세 번 휴정 권고를 내렸습니다.      


민사사건의 경우 2주 동안 재판이 멈추면, 사건의 중요도에 따라서 재판 기일이 다시 조정되기 때문에 한 사건이 보통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재판이 뒤로 밀린다고 하더라고요. 세 번의 휴정이면 어떤 사건은 석 달에서 길게는 반년 가까이 재판 일정이 밀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법원이 2주 동안 재판을 쉬면 자동으로 2주씩 사건이 뒤로 밀리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을 다투는 사건의 경우 어떻게 될까요? 공사 관련 소송이면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사가 중단되기도 하고,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겠죠.     


그래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나 뉴욕주 등 다른 나라의 경우 민사사건뿐 아니라 형사사건도 영상재판 시스템을 도입해 줌이라는 화상 서비스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데, 코로나19시대에 우리도 영상재판을 활용하면 안 될까 싶어서 말이죠.     


# 법이 없다


문제는 관련 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원도 세계화 시대의 흐름이 ‘영상재판’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21억 원씩, 총 105억 원을 들여 전국 법원에 영상재판 설비를 갖추겠다는 계획을 갖고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전국 민사법정의 90%에 달하는 520곳에 영상재판 시스템을 갖춰놨더라고요.     


그런데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에 영상재판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을 증인과 감정인 통역인으로 제한하고 있어 사건의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 변호인은 영상재판을 이용할 수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아예 영상재판이 불가능하냐? 민사소송의 경우 재판을 준비하는 변론준비기일이나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에서는 영상재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근 대법원이 민사 규칙을 개정했습니다. 재판 준비절차나 심문 등은 간단히 판사실에서도 화상으로 사건 당사자들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민사사건의 특성상 준비절차를 갖고 재판을 진행하는 사건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곧바로 정식 재판으로 들어가고, 서면진술을 주로 하기 때문에 법정에 출석해 짧게는 1분, 보통 5분 안팎, 길어야 30분 정도 걸리는 재판 과정을 위해 멀리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동해 재판을 받아야 하고, 특히 지금같이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는 이마저도 재판을 받을 수없어 재판이 계속 뒤로 밀리는 것이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어제 MBC 뉴스데스크에 나간 영상재판 관련된 기획기사는 '국민이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고민에서 시작한 기획 기사입니다. 어떤 분은 법원의 예산낭비를 비판한 것이냐? 물으시던데. 예산낭비가 아니고, 이미 예산을 들여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못쓰는 현실을 짚어주고, 법 개정을 통해 민사소송의 당사자들이 원할 경우 재판이 멈추지 않고 진행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법은 어렵습니다. 예전에 법무부, 검찰에서 퇴근시간인 저녁 6시만 되면 청사에 "법은 어렵지 않아요~ 법은 불편하지도 않아요~"라는 노래를 틀어줘서 혼자 흥얼거린 적이 있는데요. 솔직히 법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법의 문턱이 현실을 반영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준다면 법은 어렵지만 가깝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관련 법안을 낸 국회의원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제가 검색한 바로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한 건도 없었습니다. 법조계에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를 외치는 사람들, 그리고 사건의 소송 당사자들의 목소리만 있었습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903848_32524.html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취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제 법원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언제 제2, 제3의 코로나가 유행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판사와 재판을 받는 당사자들의 건강 또한 지켜져야 하고, 모두가 '비대면'을 외치는 상황에서, 그분들에게만 대면접촉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로 인해서 어떤 움직임과 사회적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헌법에서 보장된 '국민이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위해 관련 민사소송법이 개정되야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정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비대면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 힘들어도, 모두 조금만 더 힘냅시다~     


PS: 기자도 비대면 취재 어렵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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