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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squeen Jan 16. 2021

노(no) 사연!

'생각'주의보

# 꼰대

     

인사철이 다가왔다. 주변에서 말들이 많다.


“선배는 이번 인사 때 스테이(남는 것)에요?”

“부장 바뀌면 우리도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선배 계시면 저도 남고, 선배 나가시면 저도 나갈래요...”     


요즘 후배들과 나누는 대화다.

나라고 왜 생각이 없겠나.

부장 바뀌면 나도 나가고 싶지.

그렇지만 인사는 인사권자 마음인데.

권한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고민한들 무슨 소용 있나.     


“고민한다고 뭐 달라지니?

나는 앞으로 현장에서 일할 날이 얼마 안 남은 사람이라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출근한다.      

지금 내 말이 이해가 안 되지?

언젠가 시간이 흘러 내 연차가 되면,

그냥 일을 믿고 맡겨주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날이 올 거야.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미안. 꼰대 같은 소리 해서.”     




# 노(no) 사연!      


정말 그렇다. 인사 때마다 회사에선      

‘A선배는 자기 인사 자기가 내잖아...’

‘B선배는 국장 면담했다며..?’      

참 말들이 많다.     


그런들. 그렇게 해서 내가 원하는 자리를 간들... 행복할까?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신기하게도

내가 갖고 싶은 것은 남들도 갖고 싶어 한다.

내가 가고 싶은 자리가 있다면? 누군가도 간절히 바라는 자리일 수 있듯이.     


만으로 15년을 ‘기자’란 이름으로 밥벌이하다 보니

출입처 인사를 보면서도, 어느 회사나 상황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입장에서 볼 때 내가 그 자리를 가야 하는 이유는 에이부터 제트까지... 구구절절...

또 그 자리를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사연은 한 둘인가...     


노! 노! 노!

사연은 이제 그만!



# 그만둘 용기도 없으면서


항상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사람의 특징은 이렇다.

“난 조직을 위해 무엇을 희생했고, 무엇도 희생하고...”     


물론, 그 사람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이것저것 다 희생했는데, 계속 희생만 강요한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그 희생이 정말 회사만을 위한 희생이었을까?           


타임캡슐을 돌려 A 가 20대 초, 중반으로 돌아갔다고 가정해보자.

A 씨는 정말 마음에 드는 이성친구가 있어서, 이 친구의 마음을 열고 싶어서 매일 밤잠을 설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기적처럼 그 친구가 A 씨의 마음을 받아주고

드디어 교제를 하게 됐다.     


사람 심리란 것이 참 묘하게도, 그토록 사랑해서, 혹은 좋아해서 만난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마치 공기처럼 ‘당연한 존재’가 되어버리고 그 가치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     

나는 직장 문제도 결혼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누가 등 떠밀어서 그 직업을 택했나? 그 회사에 입사했나?


잘 생각해보면, 내 선택이었고, 내가 원한 길이었다.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누가 등 떠밀어서 한 결혼인가? 아니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상대방의 모자란 모습만 보고 탓할게 아니라, 나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닐까?      


“아니야. 그건 네 생각이고. 처음엔 우리 회사가 이 정도는 아니었어.”

“아니야. 내 배우자도 이런 사람인 줄 알았으면 결혼 안 했어!”     


그래. 모든 원인을 나한테서 찾고, 돌아보는 게 불편할 수 있다.     


그럼 과감하게 직장은 그만두면 된다. 때려치우면 된다. 사표 쓰면 되지. 직장 그만둔다고

지구가 멸망해? 아니거든. 충분히, 얼마든지 다른 일을 찾아 할 수 있거든...

결혼도? 결단하면 되지.               


그. 러. 나.     


과연, 이 회사 때려치우고 다른 직장 구한 들 다른 회사에선 드라마틱한 반전이 생길까.

매일매일 출근하고 일하는 게 설레는 상황이 올까?     


이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만 살고, 다른 사람을 만나 살게 된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게 설레고, 함께 하는 게 마냥 행복하고 즐거울까?    


물론, 그런 드라마틱한 반전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좋은걸 왜 이제야...”


할 수도 있다. 그럼, 그 행복은 영원할까?     


사람이란 게 망각의 동물이라 시간이 지나면 ‘그래도 그때가 좋았어’ 하는 날이 분명 온다.

사람의 기억이란 것도 왜곡될 수도 있다. 정말 지옥같이 힘들게 느껴졌던 순간들이, 어느 날

나에게 꼭 필요한 성장의 시간 었다고 생각하며 향수를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사정없는 사람 어디 있고, 사연 없는 사람 어디 있나.     


내가 정말 잘나서, 내가 정말 능력 있어서 내 인사 내 마음대로 하던가!

아니면, 어차피 내가 바란다고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인사라면..


일단, 마음을 비우고. 나에게 주어진 ‘오늘’이란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보면 어떤가.     




#생각주의보     


생각이란 놈이 참 무섭다.

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닌다.

그래서 난 늘 생각을 조심한다.       


틈만 나면 뒷. 담. 화.

돌아서면 회. 사. 욕.

기회 되면 남. 탓.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그 생각이 내 생각이 되지 않도록, 내 생각을 조심한다.     

회사가 어려워서 월급이 줄어들고, 수당이 없어지고...     


“어디 그런 회사가 한 둘인가.

이 어려운 시기에 월급이라도 밀리지 않고 나오는 게 감사하지... ”  라고 말했다가

진짜 꼰대 소리를 들었다.     


근데, 뭐. 틀린 말은 아니잖은가.     


내 안에 감사가 줄어들면, 하루가 메말라가는 것을 경험한다.     

누군가를  탓하고, 상대방을 탓하기 이전에.


나는.

그럼 나는 상대방을 위해 뭘 했는지, 그렇게 탓할 자격이 있는지 돌아본다.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 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뜻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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