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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squeen Jan 17. 2021

러시아엔 사투리가 없다?

러시아어 팩트체크


며칠 전 유튜브에서 ‘러시아어 회화’를 검색했다.


괜찮은 동영상이 있으면 지인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서 검색한 것인데.

미모의 한 방송인 K 씨가 러시아어 수업을 하는 동영상을 발견!     

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어? 뭐지?!     


“알파벳 오(O)를 강세에 따라 아(A)로 발음합니다.”

(그래. 러시아어는 강세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발음이 완전 달라지지.)     


“좋은 아침입니다~는 도브라예 우뜨라~”

(잉? 도브라예 우뜨라? 저건 사투리인데? 러시아 사람이 아니었네!)     


깜짝 놀랐다.


마치 방송인 로버트할리가 유튜브에서 경상도 로 ‘한국어 강의’를 하는 장면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K 씨 국적을 검색했더니, 역시나 구소련 국가인 중앙아시아 국적이었다.     




러시아는 땅이 넓다.


러시아 면적은 남북한 합친 에 77배나 되는데, 신기하게도 지역별 방언이 없다.


그 이유는 방송 통신이 일찍 발달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를 8시간 넘게 타고 가야 도착하는 블라디보스토크에도 사투리는 없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50분 거리인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방언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얘기다.     


러시아는 1900년경까지 시베리아나 극동 연해주 지역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았다.

대부분 모스크바나 구 레닌그라드, 상트 페테르부르크 인근 지역에 인구가 밀집되어있었다.


라디오가 전국에 보급된 이후에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옮긴 사례가 많다 보니 마치 서울 사람이 제주도로 이사를 가도 서울말을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러시아어 소설이나 역사책을 보면 시베리아나 캄차트카에 유배를 보내는 장면들이 속속

등장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러시아는 곳곳에 라디오가 보급돼 전쟁 발발 소식을

전파를 통해 사람들이 알게 됐다. 사회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빈부격차와 상관없이 라디오나 통신 매체를 통해 전쟁 소식을 들을 수 있었으니, 모두 표준어를 구사할 수밖에.    



‘~스탄!’     


구소련 국가 중에 나라 이름이 ‘~스탄’으로 끝나는 곳들이 있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스탄’은 ‘누구누구의 땅~’이라는 뜻이다.     


우즈베크 사람들이 모여사는 우즈베크의 땅, 우즈베키스탄처럼.     

대부분 ‘스탄’ 국가들은 이슬람교를 믿는다.     


러시아 사람들은 정교회를 믿는데, 스탄 사람들은 이슬람 신자들이 대부분이 일단 종교도 다르다.

그리고 ‘스탄’ 국가 사람들은 자기 나라만의 고유의 언어가 있다.     

우즈베크어, 키르기스스탄어, 카자흐스탄어 등...     


구소련 시절엔 이들 국가에서 인구의 40% 이상 러시아어를 구사했고, 지금도 국민 절반 가까이 러시아어를 할 수 있지만 그들의 모국어는 따로 있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다르고, 한국 사람이 일본어를 한다고 해서 모두 완벽하게 일본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듯 발음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아무튼 사투리가 없는 나라, 러시아에서 8년 넘게 살았던 사람으로 참 다행인 건, 목소리만 들어도 이 사람이 고려인인지, 중앙아시아 사람인지 바로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인 K 씨 설명대로 알파벳  오(o)를 강세(우다레니에)가 어디에 붙어있느냐에 따라 아 발음을 하는 건 맞는다.

하지만 우리가 한글로 오(o)와 아(a)를 명확하게 구분하듯 그렇게 발음이 되는 언어가 아니다.

     

예를 들어, 좋은 아침입니다!  인사는

‘도브러예 우뜨라’, 더 정확하게는 ‘도브(o->a 중간발음)예 우뜨라’가 맞다.

     

기자가 된 이후 기자를 대상으로 러시아어 과외를 한 적이 있다.


마치 러시아 전도사처럼.

기자들의 러시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러시아 관련 기사 여러 개를 쏟아내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2007년 무렵, 차차기 동계올림픽 장소로 소치가 선정됐을 때도

“출장을 가려면 언어를 알아야 한다”며 A 기자에게 2주에 한 번씩 러시아어를 가르쳤고

2012년 무렵에도 B 기자에게 퇴근 후 러시아어 강습을 했다.     


물론! 돈을 받고 가르치진 않았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 열정만 있는 사람이면

내 시간을 투자해 도움을 준 것이다.     


생활 러시아어라도 쉽고 빠르게 익힐 수 있도록, 출장 가서 편하게 택시를 잡고 식당을 갈 수 있을 정도로 돕고 싶었는데. 러시아어 과외 기간이 길어야 반년? 정도 됐던 거 같다.     


애니웨이(아무튼)!!     


러시아엔 사투리가 없다.


언어는 처음 배울 때가 매우 중요한데.

특히나 러시아 사람들은 발음에 민감해서.

조금이라도 발음이 다르면 ‘어?’하며 약간, 무시하거나,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웨얼 아유 프럼!”이 러시아어로 “앗꾸다 븨”인데.     

하라쇼!(Ok)!


라는 짧은 한 마디만 듣고도 단박에 ‘앗꾸다 븨’라고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니.

러시아어를 배울 때는 발음을 제대로 배우는 게 중요하다.     


또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영어처럼 독학으로 배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1.3.5.7. 법칙이란 게 있다.


언어를 배울 때 슬럼프가 오는 주기인데.     

러시아어를 처음 배울 때는 신기하고, 단어 몇 개만으로도 어디든 가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와... 이쯤 되면 나는 언어 천재인가?” 싶을 정도로 빠르게 몰입하고, 빠르게 배운다.     


내 경우 꼭 1년, 3년, 5년, 7년 주기로 언어적 슬럼프가 찾아왔다.     

마치 그림으로 계단을 측면으로 그린 것처럼. 언어를 배우는 속도가 수직으로 올라가다 침체기를 맞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니 뉴스가 들리고, 드라마나 영화가 들렸다.

    

훗날, 언젠가. 내가 러시아어로 밥 벌어먹고 살날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며 여행할 수 있는 기회는 꼭 마련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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