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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마미 May 04. 2016

엄마가 되고 사람이 되었다

엄마가 되고 철들어가는 영혼들에게...

오늘 아침, 반찬을 만들다보니 후라이팬을 세 개나 꺼내서 쓰게 되었다. 설거지를 하려고 보니 크기가 각각 다른 후라이팬들이 씽크대 안에 겹겹이 누워있었다.


아침에 새롭게 만든 메뉴는 카레와 우엉조림.


카레 한 냄비만 뚝딱 끓여서 아침밥상에 내놓을까 하다가 몸에 좋은 우엉도 같이 식탁에 올려놓으면 좋겠다 싶었다. 아이들이 한 젓가락이라도 먹을까하여 급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카레를 하려고 작은 크기의 후라이팬에 돼지고기를 볶았고, 바쁜 아침 시간에 씻어서 다시 쓸 수가 없어서 조금 더 큰 크기의 후라이팬을  꺼냈다. 그 안에 카레 재료 중 남은 야채들을 볶았고 다른 하나의 후라이팬에다 우엉을 볶고 졸였다.


'촤-아 촤-아'

'보글보글'


가스렌지의 세 군데 불구멍에 불을 당기고 조리를 하면서 불현듯 어제 봤던 텔레비젼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두 나라를 대표하는 요리사들이 각각 팀을 구성하여 정해진 시간 안에 하나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내용이었다.


프로그램 중간에 보게 되어서 당췌 어떤 산해진미 를 만들어내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거센 불길 앞에서 끓이고, 볶고, 삶고, 갈아내는 그들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에 남았다. 이유인즉은, 그들의 프로다운 면모가 한층 돋보였기 때문이었다.


음식을 만드는 모습에서 프로정신이 느껴지다니...조금은 우습기도 하고 생뚱맞은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엄마들은 매끼니마다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든다.


생활 속 그들의 프로정신은 여느 유명 요리사 못지 않을 것이다. 책임감과 정성이 더해진 엄마들의 음식은 단언컨데 가족을 위한 지상 최고의 밥상인 셈이다.


 다만 엄마들의 음식은 요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처럼  어떤 금전적인 댓가도 받지 못하지만 그들은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지지고 볶으며 사랑의 요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워메. 다음 끼니에는 또 뭘 해먹는다냐."


나의 친정엄마는 자식 다섯을 먹이시면서 항상 다음 밥상의 반찬거리를 고민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내내 주방에 살다시피 하면서 한가득 음식을 만들어내도 아이가 다섯이니 눈 깜짝하면 수북하던 음식들이 게 눈 감추듯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는 다음 끼니 걱정 뒤에는 늘 이렇게 덧붙이시곤 했다.


"내 새끼들 입에 먹는 거 들어가는 거 보는 것 만큼 행복한 것은 읍써야."


'엄마'라는 사람은 늘 그렇게 뭐든 맛있는 음식을 척척 만들어내는 사람인 줄 알았다.

"맛있는 거 뭐 없어요?", "배고파요, 엄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내 어린시절. 우리 엄마는 당신의 자녀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이제는 세월이 흘러 내가 그 '엄마'의 자리에 서 있다. 맛있는 것을 찾던 어린시절의 내 모습을 나의 두 아이들이 쏘옥 빼닮았고, 다음 밥상 반찬 걱정을 하던 친정엄마모습을 내가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그러나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엄마의 자리를 지켜내는 것,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것, 어떠한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인생을 굳건히 지켜내는 것이 바로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엄마가 된다...

나도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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