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내 남자의 수상한 행동>

by 나은진

유일한 내편이었던 남편 없이 살 자신도 없었고 이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남편을 그대로 내 옆에 둬야 했다. 하지만 남편의 사랑을 의심하고 있는 이상 남편에 대한 나의 서운함, 분노를 해결할 길은 없었다.

남편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의심이 합리적인지 아니면 그냥 넘길 수도 있는 일을 나만 붙잡고 있는 것인지 알아내야만 했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갔다. 남편의 행동은 일관되었다. 나와 시간을 보낼 때에는 한없이 다정했던 사람이었지만 나와의 약속을 번번이 어겼다. 새벽에 도서관 자리를 잡아주겠다는 약속, 기차역으로 마중 나오겠다는 약속, 학원일을 하다 짬이 나면 필사를 대신해 주겠다는 약속, 제시간에 운동을 가겠다는 약속 등등 그는 크고 작은 약속을 자주 어겼다. 약속을 어길 때마다 나는 불같이 화를 내었고, 남편은 점점 더 강도 높은 사과만 할 뿐 약속을 어기는 습관은 여전했다.


또 하나 남편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은 숨겼다. 집이 아주 가난하다는 것, 장애가 있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8년 동안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결혼을 앞두고 남편의 집을 가게 되어서야 모든 걸 알게 되었다.

“왜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말하지 않았어?”

“말을 안 했을 뿐이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야.”


신뢰를 깨는 남편의 행동이 계속될 때마다 나의 화는 분노로 변했고 남편을 향해 던지는 말의 수위도 거세어져갔다. 이렇게 계속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아이도 없는 데다가 남편과도 사이가 좋지 못하면, 화목한 가정을 가지고 싶다는 내 꿈이 통째로 날아가는 것 같아 포기할 수 없었다.


남편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눈에 꽂히는 대로 공부를 했고, 끝날 것 같지 않은 오랜 싸움 끝에 비밀을 밝혀낼 수 있었다. 남편의 비밀은 ‘애착‘에 있었다. 남편은 나와 닮은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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