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독 엄마와 6살 딸이 만든 그림책
뿡!
방귀를 시도 때도 없이 뀌는 아이 또리가 여기 있습니다.
뿡!
밥 먹을 때도 뿡!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때도 뿡뿡!
목욕을 할 때도 뿡뿡뿡!
잠을 잘 때도 뿡뿡뿡뿡!
그래서인지
또리라는 이름이 있지만 모두에게 방귀쟁이라고 불립니다.
뿡! “방귀쟁이!” 뿡! “방귀쟁이!” 뿡! “방귀쟁이!”
온 힘을 모아 참아보려 하지만...
역시 뿡!
“방귀쟁이래요!”
“아니야!”
또리는 너무나 슬퍼 숲으로 숨습니다.
부스럭
흐느끼고 있는 또리는 깜짝 놀라 몸을 웅크립니다.
부스럭,
상수리나무 쪽입니다.
“이렇게 추운데 너는 왜 울고 있니?”
또리의 우는 소리에 겨울잠에서 깬 다람쥐 할머니가
상수리나무 밑동에서 나와 눈을 비비고 하품을 하며 묻습니다.
또리는 눈물을 훔치며 말합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암~~ 추운데 좀 들어오렴”
다람쥐 할머니의 집은 아늑합니다.
“죄송해요. 주무시는데 제가 깨웠나요?”
뿡
“으... 죄송해요.”
뿡
“방귀쟁이구나....”
또리는 이 말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할머니는 코를 크게 벌름거리더니 말합니다.
“고맙다.”
“..... ”
또리의 눈에서는 눈물이 쏙 들어갑니다. 그리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할머니는 기지개를 한 번 쭈욱 켭니다.
“이제 곧 봄이구나.” “깨어날 때야.” “고맙다. 깨워줘서.”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또리가 먹을 간식을 준비합니다.
도토리 조각 케이크, 알밤 아이스크림.
그동안 허기가 진 탓에 또리는 맛있게 먹습니다.
다 먹은 후 할머니 집을 자세히 둘러봅니다.
작은 테이블 위 주먹만 한 파란 구슬에 눈길이 갑니다.
할머니는 말합니다.
“만져봐라.”
“만져도 돼요?”
“그럼.”
또리는 파란 구슬을 들고 자세히 봅니다.
“남편이 나에게 선물한 것이란다.”
“할아버지는 어디에 있어요?”
할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뗍니다.
“그 사람은 모험을 좋아해서 항상 이곳저곳 다녔어.
그런데 생전 선물 한 번 안 하던 양반이 마지막 여행 때 저 구슬을 나에게 선물했단다.
어디 쓸데가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쓸모가 없어 보여서
고맙다는 말도 없이 그냥 지나는 말로 어디서 났냐고 물었는데....”
“물었는데요?”
“비밀이라고 하더라... 정말 싱거운 사람이지?”
“할머니는 왜 할아버지랑 여행 같이 안 갔어요? 갔으면 비밀을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러게.... ”
“어? 근데... 저....”
할머니는 또리를 바라봅니다.
또리가 신이 나서
“할머니 집에 와 있는 동안 방귀 안 뀌.....”
라고 말하는 순간 방귀가 뿡!
그 바람에 당황한 또리는 쥐고 있던 파란 구슬을 놓칩니다.
파란 구슬은 어딘가로 데구르르 굴러가는데 남의 속도 모르고 방귀는 나옵니다.
뿡뿡뿡뿡뿡뿡뿡뿡뿌웅~~~~
그것을 잡을 새도 없이 방귀는 쉬지 않고 나옵니다.
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뿌웅~~~~~~
파란 구슬이 어디로 사라진 거지... 방귀가 계속 나옵니다.
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뿌웅~~~~~
파란 구슬이 사라졌다! 방귀를 멈출 수 없습니다.
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뿌웅~~~~~
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뿌웅~~~~~
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뿡뿌웅~~~~~
또리는 방귀가 쉴 새 없이 새어 나오는 엉덩이를 부여잡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할머니는 또리의 방귀 바람에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또리야...”
“할머니...”
둘은 서로를 꼭 껴안고 눈을 감습니다.
5, 4, 3, 2, 1, 0. 발사!
또리와 다람쥐 할머니는 공중으로 떠오르는 기분을 느낍니다.
또리의 방귀 바람 추진력으로 다람쥐 할머니가 사는 상수리나무가 로켓이 됩니다.
할머니는 혼잣말을 합니다.
“이거 이거 상수리나무 1호가 되겠구나...”
점점 하늘로 떠오르는 상수리나무 1호
쉴 새 없는 또리의 방귀 덕에 다람쥐 할머니와 또리는 상수리나무 1호를 타고 첫 여행을 떠납니다.
공중으로 높이높이 오르고 올라 하늘 끝까지 오릅니다.
할머니가 말합니다.
“이러다 우리 우주까지 가겠구나... 뭐 그것도 나쁘진 않지...”
또리는 방귀를 참으려 노력해 봅니다.
그 모습을 보고 할머니가 말합니다.
“관심을 방귀가 나오는 엉덩이에 두지 말고 저 풍경들을 보렴. 너무 아름답구나”
또리는 할머니 말대로 풍경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파랗던 하늘이 점점 어두워집니다.
방귀가 멎는가 싶더니 다시 시작되려 합니다.
뽀오옹~~
어둠이 다가오니 두려워져서 뽀오옹~~.
그 어두움에 맞서 용기를 내려다가도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니 자꾸 방귀가 쏟아집니다. 잠시 멎었던 방귀가 쏟아집니다.
뽀뽀뽕뽕뽀오옹~~
엉겁결에 우주까지 나간 상수리나무 1호!
방귀를 참느라 용쓰는 또리의 손을 할머니가 잡습니다.
“저길 보거라...”
우주 밖에 있으니 아주 아주 커다란 파란 구슬이 보입니다.
할아버지가 선물했던 그것과 완전 똑같은 색깔입니다.
할머니가 감탄하며 말합니다.
“내가 저 파란 구슬 속에 살고 있었구나...”
또리도 파란 구슬의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잊습니다.
방귀도 멎습니다.
또리의 방귀가 멎자 상수리나무 1호는 더 이상 오르지 않고 둥둥 떠다닙니다.
파란 구슬, 지구의 모습은 경이롭습니다.
둘은 잠시 상수리나무 꼭대기에 올라 지구를 감상하기로 합니다.
“할머니 죄송해요.”
할머니는 말이 없습니다.
“제가 파란 구슬도 잃어버리고 집도 이렇게 망가뜨렸네요...”
할머니는 말이 없습니다. 말없이 그렇게 지구를 바라봅니다.
또리도 할머니를 따라 말없이 지구를 보기 시작합니다.
그제야 할머니가 말합니다.
“여기에 다 있구나.”
결국 다람쥐 할머니는 상수리나무 1호와 같이 우주에 남기로 합니다.
“나는 이제 여기가 좋구나. 네 방귀는 여기에 두고 가렴.”
또리는 다행히 지나가던 별똥별의 꼬리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맞아요. 소원을 빌면 응답하는 그 별똥별이요.
와! 방금 지구에서 엄마 아빠가 소원을 빌었나 봐요.
‘또리가 돌아오게 해 주세요...’
엄마 아빠의 소원에 응답한 별똥별이 출동하던 길에 또리에게 자신의 꼬리를 내줍니다.
또리는 다람쥐 할머니와 뜨거운 포옹을 나눕니다.
글쓴이 : 코만도(김동명) /그림 : 김도린
결혼과 육아 전에는 영화일을 했습니다. 영화는 제 인생이라고 생각했지요. 결혼과 육아의 도입부를 맞이하면서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아뿔싸! 제2의 인생 시작이라는 그 말이 정말 사실이더군요)
아이를 낳고 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내가 다시 창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휩싸이면서 극복해 보고자 마음을 추스르고 발버둥 쳐보았습니다. 그러나 발버둥 치면 칠수록 창작과는 멀어지는 요지경의 늪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솟아날 구멍은 있다!
클리셰지만 이 말은 사실인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어린이집 하원 길 라디오에서 남편에게 화가 나 “야!” 했는데 그와 동시에 방귀가 “뽕” 하고 나와 민망함에 화는 사라지고 웃게 되었다는 사연을 들었습니다. 아이는 역시 방귀 이야기를 좋아하네요. 방귀소리에 깔깔깔 배를 잡습니다.
같은 날 밤, 잠자리에 들면서 아이가 이야기 하나 해달라기에 방귀 타고 세계여행 (방귀로 열기구를 만들어 세계여행) 하는 이야기를 해줬더니 너무 좋아해 살을 더 덧붙여 <방귀 타고 우주여행>이라는 첫 동화를 쓰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기꺼이 그림을 그려주네요.
마음을 내려놓았을 때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달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솟아날 구멍에서 선사하는 작은 빛을 쬐고 있는 중입니다.
*이 그림책은 합정동 또바기 어린이집 소식지에도 실렸습니다.
마더티브 인스타그램 instagram.com/mother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