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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Feb 13. 2020

에어비앤비 슈퍼호스트 1년, 오해와 진실

[엄마 N잡러 일기] 육아와 에어비앤비를 병행하는 법



완벽한 부모 준비를 마치고 아이를 계획하는 것이 불가했던 것처럼 철저히 계획하려 했다면 영영 못 열었을 내 가게. 하루에 2500개씩 폐업한다는 자영업자의 현실을 알고도 내 가게를 하게 되었던 사연을 되짚어 보았다.


내 일이 필요했다. 내 일을 한다는 것에 왜 그리 집착했을까. 일은 내가 생산한 것이 타인에게 가치를 갖고 거래되는 것, 내가 관계 속에서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내일 죽어도 미련 없던 자존감 낮은 사람이었는데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아이를 만나면서 자존감 연습을 하게 되었다.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 큰 목적이 되었다.


아이뿐만 아니라 나를 숨 쉬게 하는 일도 중요했다.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은 너무 까다로웠다.


다시… 9to6 재취업? 평생 알바 인생?

소식 없는 프리랜서 오더?... 그래 창업!

근데 창업은 쉬운가? 안 되는 이유를 계속 나열하고 따져보고 하다 못하겠네… 포기해야 할 때쯤,

그냥 그렇게 생각 없이 임대차 계약을 질러버렸다.



선실행 후준비



선택을 하기 전까지는 A가 좋을까? B가 좋을까? 할까? 하지 말까? 후보 답안이 많지만 선택을 하고 나면 이제 그냥 해야 할 일만이 남는다.


그렇게 2년 전 남편 식당을 같이 창업했고, 6개월 후에 에어비앤비 '달리하우스', 그 4개월 후에 운동 공간 GX스튜디오 '달리운동장'을 창업했다.    


남편과 함께 창업한 레스토랑 '소노' @이수지


남편의 식당은 최대한 작게 1인 셰프 레스토랑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 타협이었다.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고 싶은 열정과 포부가 넘쳤지만 수중에는 딱 8평짜리 골목 식당이 가능한 자금뿐이었다.


적금을 다 해지하고 퇴직금과 소상공인 대출을 끌어 모았지만 보증금, 권리금을 치르고 셀프 인테리어 하기에도 빠듯했다. 보통 창업할 때 6개월에서 1년 정도 버틸 여유 자금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회사 다닐 때 넉넉한 예산과 기획자, 에디터, 디자이너, SNS 전문가와 함께 팀으로 마케팅하던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없었다. SNS에서 보던 골목 핫플을 기대했지만 그저 느리게 가는 식당이 되어버렸다.  


 

봉준호 감독님도 왔다 가심 ㅠㅠ@이수지



이때부터 장사냐 예술이냐를 고민하며 남편에게 식당을 오롯이 맡기고 나는 조금 더 돈 되는 일을 찾아야 했다. 동시에 이사할 집을 같이 알아봤다. -육아의 동선을 최소화 할수록 시간을 아껴 N잡러가   있었다.  


이사할 집을 보던 중 월세 100만 원이 넘는 빈티지 하우스를 발견했다. 살 집으로는 부담이고 1박에 30만 원씩 주말만 셰어 해도 월세를 내고 최소 100만 원 이상 벌겠다는 계산을 했다.


집 꾸며서 SNS에 올리고 예약받고, 청소하고!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단순하게 생각했다.


육아 전선에서 창업하는 TIP, 선실행 후준비를 이번에도 동일하게 적용했던 것이다. 대출을 받아 임대차 계약에 사인한 뒤부터는 역시 해야 할 일들만 남았다. 먼저 운영했던 선배들의 노하우들을 온/오프라인으로 수집해 스터디했다.


외국인 도시민박업을 합법적으로 하기 위해 사업계획서와 비상대피도를 제출했다. 연기감지기, 완강기 등을 설치하는 등 허가를 받기 위해 구청을 몇 번씩 다녀왔다. 이 모든 일은 아이가 어린이집을  시간, 또는 아이가 잠든 새벽 시간에 이루어졌다.



에어비앤비를 내 커리어로 만드는 법


합정동 에어비앤비 '달리하우스'



어렵게 오픈한 뒤에도 정신없는 신고식을 치렀다. 보일러가 얼었고, 변기가 막히고, 문이 잠기고, 토사물을 치우고, 이중 예약을 받고, 매일매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5살 아이를 데리고 청소하러 가면 아이가 청소해놓은 것을 어질러서 두 번씩 청소를 반복했다.


그렇게 4개월은 월세를 겨우 내며 고군분투했다. 게스트들의 리뷰가 쌓여 슈퍼 호스트가 되고 나서야 조금씩 안정을 찾아갈 때쯤 그저 나는 같은 문장의 영어만 반복하는 청소 노동자임을 인지했다. 청소하고, 청소하고, 또 청소하고… 자기 계발, 영어공부, 책 리뷰 유튜브를 틀어두고 청소했다.

 

24시간 돌아가는 세탁기, 24시간 울리는 문의 메시지. 돈을 아끼려 셀프 인테리어, 셀프 수리 1인 다역을 하다 보니 엘리베이터 없는 4층까지 매일 짐을 날랐다. 서러운 날이 여럿이었다. 공유 숙박업으로 재밌게 돈을 버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단속과 벌금을 감수하고 원룸을 여러 개 임대해서 돌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았다.  


그래도 역시 머리로 생각만 할 때랑 실제 해볼 때의 느끼는 것이 다르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하며 배운 오해와 진실 몇 가지를 나열해 본다.




1. 외국인들과 문화 교류를 한다


게스트가 선물로 주고 간 풍선 @이수지


셀프 체크인이 빈번하고, 나도 바빠서 게스트들 체크인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K-POP 때문에 온 게스트들은 사인회 응모 등으로 CD를 몇 십장씩 사서 선물로 주고 간다. 우리가 잘 모르는 그룹도 외국인들에게는 인기가 많은 경우가 있다.


게스트들이 다양한 국가에서 오기 때문에 그 국가에 대한 뇌피셜 편견이 생기기도 한다. 청소를 하다 보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편의점에서 뭘 사 먹는지, 옷은 어떤 브랜드를 쇼핑하는지 빈 케이스, 쇼핑백을 보고 알 수 있다. 쇼핑을 위해 주기적으로 오는 외국인도 있다. 이럴 때 가끔 애국심이 불쑥 올라오기도 한다.


2. 외국어를 잘해야 할 것 같고, 못해도 하다 보면 실력이 늘 것 같다


보통 쓰던 말 계속 쓰고, 매뉴얼을 저장해 두고 복(사)붙(여넣기)한다. 가끔 번역이 안 되거나 오해가 생길 때도 있다. 손님 후기에서 나한테 예민하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알고 보니 배려심이 깊다는 말이었다. 가끔 한국을 너무 사랑해서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들이 오히려 나와 한국말로 대화하고 싶어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어는 정말 용기와 반복인 것 같다. 말 안 되는 단어들을 내뱉었는데 다 알아듣고, 그 문장을 바르게 찾아서 연습해두면 다음에 요긴하게 써먹는다. 노력이 무색하게 언어보다 그림이나 사진으로 표시해서 보낼 때 더 잘 이해하는 경우도 많다.


3. 멋지게 꾸며진 현지인의 집을 선호한다


플랜트 인테리어를 꿈꿨지만...@이수지

 

홍대와 가까울수록, 깨끗하고, 가격이 저렴할수록 인기가 많다. 화장실 사용이 단독이면 금상첨화! 짐이 많은 여행객들이라 계단이 많지 않고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좋다. 인테리어는 그다음이다.


우리 숙소의 경우 침구 만족도가 높긴 하다. 내가 손님 입장에서 투숙 시 가장 중요한 것이 침구여서 비싼 걸 구비했다. 매일매일 빨기 때문에 정말 빨리 닳는다.(눙물…) 플랜트 인테리어 하겠다고 몇십만 원짜리 식물들을 놓았는데 관리를 못해서 식물들이 잘 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너무 속상하다.


처음에는 소품도 쿠션 커버도 자주 바꾸고 했는데 지금은 크리스마스 지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 트리도 치우지 않고 그대로다. 체크아웃 때 숙소에 가보면 마치 무드등처럼 트리에 불을 켜고 지낸 것을 확인할 때 인테리어는 좀 무심해도 괜찮구나 생각한다.  


4. 체크인-체크아웃-청소의 루틴대로만 운영하면 돼서 편할 것 같다


처음에는 전체 렌트만 하다가 평일에 손님이 없어서 방 3개를 각각 게스트하우스 개념으로 운영을 바꿨다. 방 1개가 예약이 들어오면 전체 대관을 블락해야 한다. 다른 사이트와 이중 부킹이 되지 않도록 실시간 관리해야 한다. 이런 업무를 대행해주는 회사가 있을 정도다.


숙박 가격도 월화수목금토일 다 다르게, 성수기/비수기/아이돌 콘서트 시즌/벚꽃시즌 고려해서 설정한다.


그밖에도 잔업과 신경 쓸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나는 2주씩, 1달씩 장박(장기 숙박)하는 손님이 너무 좋다. 장박 할인을 많이 적용하더라도 이게 남는 거다.


5. 추가 수입을 위한 재테크로 하면 좋을 것 같다


기대 수익에 따라 판단이 다를 것 같다. 한국에서 에어비앤비는 외국인 도시민박업에 준해 운영이 가능하다. 방이 2개 이상인 단독주택, 다가구주택이 가능하며,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안 된다.


최대한 적은 투자금으로 노동을 최소화하면서 수입을 창출하려면 풀옵션 월세인 원룸이 제일 효율이 좋다. 아니면 기본 취지대로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내가 쓰는 방 외에 다른 방을 내어주는 것이다. 여성 호스트의 경우, 안전상 부담스러울 수 있다.


보통 오전 11시~오후 3시 사이 청소를 해야 하는데 직장인이라면 직장 근처에서 점심시간에 나와 청소를 하거나, 청소 외주를 쓰거나, 아니면 숙박을 연박으로 설정해두고 그다음 하루를 예약을 막아둔 뒤 그날 퇴근해서 청소를 한다. 쉽지 않다.


내가 운영하는 에어비앤비는 30평형 오래된 주택인데 반전세이다. 그 비용만 감당하면 될 줄 알았는데 여름과 겨울에는 에어컨, 보일러 풀가동이라 그 지출만 30만 원이 넘는다.


세탁기는 매일 돌아가야 하고, 남의 집이라 거칠게 써서 변기커버, 샤워기 헤드, 방문 고리 등등 훼손이 잦다. 그래도 N잡으로 추가 수입을 낼 수 있고,  내가 일을 조절할 수 있어서 다 감수하고 열심히 하는 중이다.


어느덧 1년, 에어비앤비에서 연속 4번 슈퍼 호스트 보너스를 줬다. 이게 뭐라고 연말 연예대상처럼 상 받은 기분이었다. 에어비앤비 SNS 공식 계정에 소개되고 매거진에 인터뷰도 했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호스트 양성 교육 과정에 강사로 섭외도 받았다.   


이 경험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되어  하나의 커리어가 되었다. 육아와 병행하면서 혹독하게 얻어낸 자존감과 성취감이었다.


청소는 여전히 힘들고 아이가 감기라도 걸려서 집에 묶일 때면 예약을 막아두고 수입을 포기한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만큼, 딱 그만큼 버텨낸다.  


다음 고민은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 나에게는 쉽고 재밌지만 남들에게는 어렵고 필요한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세 번째 일을 찾게 되었다(계속).



by. 이수지(포포포 에디터이자 마케터, 달리운동장 CEO, 에어비앤비 달리하우스 호스트)






마더티브 인스타그램 instagram.com/mothertive 






*엄마의 잠재력을 주목하는 매거진 포포포 2호 텀블벅 펀딩중이에요.

마더티브도 필진으로 참여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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