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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Apr 03. 2020

여드름 투성이 왕자, 피터팬 되고픈 소녀

[엄마의 그림책] 성별 고정관념 깨는 그림책 2권

저는 아들, 딸 남매를 키우는 엄마예요. 둘째가 태어나자 엄마표 영어를 꿈꾸며 영어 그림책 공부를 시작했어요.


다양한 문화권의 작가를 알게 되고 다채로운 그림, 사진, 이미지의 매력에 푹 빠져들면서 지금은 트윈세대(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결합한 단어. 주로 11~15세 초등 고학년 어린이와 중학교 1~2학년 청소년을 뜻함)가 된 두 아이보다 더 그림책 팬이 되었어요.


그림책을 고를 때 남녀 성격, 직업, 역할에 따른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내용의 책을 추천하려 해요. 제가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읽었던 그림책을 소개할게요.

 



왜소한 체구, 여드름 투성이 신데 왕자

 


<Prince Cinders> 책 표지


<Prince Cinders>는 우리가 잘 아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남자 버전으로 패러디한 책이에요. 한글 번역본 제목은 <신데왕자>. 이 책의 작가 배빗 콜은 일상의 쉽지 않은 주제들(사춘기, 이혼, 동성애 등)을 아이들 시선에서 특유의 유머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영국 작가랍니다.


원작에서 주인공 신데렐라는 외적인 아름다움에 착한 성품까지 갖춘 이상적인 여성으로 묘사돼요. 반면 Prince Cinder는 덩치가 크고 털이 많은(big & hairy, 아마 이런 남성이 멋지다고 인식되나 봐요) 형들을 늘 부러워 하는 왜소한 체구에 여드름 투성이 왕자예요.


기존의 신데렐라 이야기를 아는 아이들은 이 부분에서 할 말이 많을 거예요. 아이와 함께 결말을 예측해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신데렐라처럼 신데왕자도 공주와 결혼하게 될까?

-공주는 유리구두 대신 무엇으로 왕자를 찾아낼까?

-신데왕자의 어떤 점에 공주는 매력을 느낀 걸까?


어린 친구들(유아~초등 저학년)과는 신데렐라와 신데왕자의 차이점을 이야기하며 성별 고정관념에 대해 대화해 볼 수 있어요.


좀 더 큰 아이들(초등 중학년 이상)과는 주변 친구들 중 여성스러운 남자친구, 혹은 남자같은 여자친구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선입견 때문에 아이들 각자의 고유한 성향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대화해보면 좋아요.


참고로, 초등학교 5학년인 저희 딸은 같은 반 친구 중 항상 조용하고 수줍음 많은 남자 친구가 매우 친절하고 그림을 잘 그린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답니다.


성역할 편견을 생각해보게 하는 배빗 콜 작가의 또 다른 그림책으로는 <Princess Smartypants> 시리즈가 있어요. 개성있고 용감하고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공주 이야기예요.


싱글맘을 꿈꾸는 공주 이야기 <Long Live Princess Smartypants>, 고정된 성역할을 탈피해 주체적인 개성을 추구하는 <Princess Smartypants Breaks the Rules!>도 함께 읽어 보세요.





피터팬이 되고 싶은 흑인 소녀



<Amazing Grace> 책 표지



<Amazing Grace>를 처음 접했을 때 찬송가가 떠올랐어요. 흑인 노예 무역을 했다가 성공회 사제가 된 존 뉴턴 목사가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며 만든 곡(1772년)인데요.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총기난사 사건 추모식에서 부른 곡이기도 해요.


이 책의 주인공 흑인 여자아이 Grace는 이야기 속 인물을 따라 연기하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할머니와 엄마도 연극 놀이에 동참하여 호응해주죠. 가정에서 Grace는 자신의 재능과 꿈을 마음껏 펼쳐요.


하지만 학교에서 피터팬 연극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지원한 그레이스에게 친구들은 심한 좌절감을 줘요.


“You can’t be called Peter, that’s a boy’s name.” (너는 피터가 될 수 없어. 그건 남자 이름이야)

“You can’t be Peter Pan, he wasn’t black.” (너는 피터팬이 될 수 없어. 그는 흑인이 아니었어)





이 페이지를 보며 딸 아이도 금발의 백인 여자 아이가 피터팬 주인공을 맡을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앗, 남자가 아니네!"라고. 아이들의 세계관, 고정관념을 저도 보았어요.  


편견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면화되는 효과를 안타까울 정도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인형 실험’(Dolls test)에 대해 들은 적 있어요. 아이도 그리고 (아무리 의식하고 노력한다고 해도) 저도 어느 만큼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한 순간이었어요.

 
친구 나탈리의 말에 낙심한 주인공 그레이스를 위로하고 화를 내려는 엄마와 달리, 할머니는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할머니 친구의 손녀가 주인공으로으로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 공연을 함께 보러 가요.

 

다시 자신감을 되찾은 Grace가


“I can be anything I want,” “I can even be Peter Pan.”(나는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나는 피터팬도 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그림책을 보는 저도 아이들도 함께 기쁜 마음이 되었어요.


성별 때문에 혹은 타고난 어떤 제한 때문에 스스로에게 선을 긋는 아이, 편견을 갖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만 일상에서 무수히 성역할 고정관념을 마주하는 모든 부모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어요. <그레이스는 놀라워>로 한글 번역본이 나와있어요.


성별 고정 관념을 깨는 다른 그림책이 궁금하다면 농구 선수가 꿈인 소녀 엘리 <Allie's Basketball Dream>, 엔지니어가 꿈인 소녀 로지 <Rosie Revere, Engineer>, 미국 최초 여성 의사 이야기 <Who Says Women Can't Be Doctors?: The Story of Elizabeth Blackwell>를 추천해요.




by. 전혜영( 삶의 중요한 ‘ 지속가능하게 이어가고 싶은 여자 사람, 엄마)




마더티브 인스타그램 instagram.com/mother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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