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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Dec 15. 2020

"창업 7년, 여전히 '우리답게' 일합니다"

[창고살롱 레터] 진저티프로젝트 서현선님 레퍼런서 살롱 

@창고살롱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일을 만들어가고 있는 여성들

-일과 삶의 변곡점에서 자신만의 선택을 내린 경험이 있는 여성들

창고살롱은 이들을 ‘레퍼런서(Reference+er)’라 부르는데요. 나의 서사가 레퍼런스가 되는 곳, 창고살롱에서는 나의 일과 삶에 참고할 수 있는 다양한 레퍼런서를 만날 수 있어요. 창고살롱에 참여하는 멤버들 모두가 서로에게 레퍼런서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창고살롱 레터] 통해서 지속가능하게 일하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레퍼런스 콘텐츠 보내드리도록 할게요. 


창고살롱 첫 번째 레퍼런서 살롱, 서현선님 세션이 지난 9일 열렸어요. 이번 세션은 비멤버도 참여할 수 있었는데요. 20대 취준생부터 사회 초년생, 20년 경력 직장인, 새벽에 자꾸만 자다 깬다는 자영업자까지. 다양한 서사를 가진 여성들이 밤 9시 온라인으로 모였어요. 


현선님이 공동대표로 있는 진저티프로젝트와 창고살롱은 인연이 깊은데요. 경력보유여성이었던 혜영이 우여곡절 끝에 진저티프로젝트에서 새롭게 커리어를 시작하기도 했고, 창고살롱을 운영하는 회사 W Plant 창업을 현선님이 적극 등 떠밀어줬어요. 직원 말고 파트너가 되자고요. 직원에게 창업을 독려하는 사장님이라니, 상상이 가나요? 현선님은 혜영과 현진의 W Plant 창업과 창고살롱 론칭을 “나만 아는 엑셀러레이팅"이라고 표현했어요. 


출장으로 부산에서 접속한 현선님은 창고살롱의 현장이 궁금했다며, 이 에너지와 특별한 현상을 관찰하고 싶은 마음에 레퍼런서 살롱에 참여했다고 말했어요. 창업을 떠민 입장에서 거부권이 없기도 했다고요(ㅎㅎㅎ).  


@창고살롱


이번 레퍼런서 살롱 제목은 ‘창업 7년, 여전히 ‘우리답게’ 일합니다-‘이상한 조직' 진저티에게 ‘지속가능성’을 묻다'였어요. 


경력보유여성 3명의 실험으로 시작된 진저티프로젝트가 어떻게 매년 꾸준히 파트너를 확장하며 성장할 수 있었는지, 진저티만의 조직문화로 ‘우리답게’ 일할 수 있었는지 진솔한 이야기 들을 수 있어요. 이번 살롱을 통해 진저티라는 조직과 현선님이라는 사람을 알게 돼서 좋았다는 후기가 많았어요.            


진저티프로젝트는? 

진저티프로젝트는 ‘개인과 조직의 건강한 변화를 위한 실험실'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합니다. 국내 최초로 심층 밀레니얼 세대 연구를 진행했고, 청소년이 연구의 주체가 되는 ‘고등학자' 프로젝트 설계와 운영, 경력보유여성 공동채용 프로그램 ‘임팩트 커리어 W’ 교육 기획, 운영 파트너로 참여했어요.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일하기><어댑티브 리더십><롤모델보다 레퍼런스> 등의 책을 펴내기도 했고요. 여성가족부와 함께 청년 성평등 문화 플랫폼 ‘버터나이프크루'를 2년째 운영해오고 있어요.




망해도 괜찮아, 우리 멋대로 해보자 



부산 출장 숙소에서 창고살롱에 접속한 현선님


진저티프로젝트는 ‘창업’을 한다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곳은 아니에요. 주식회사이기는 하지만 일반 회사를 보는 관점으로 진저티를 보면 이해가 잘 안 갈 수도 있고요. 


현선님은 비영리단체에서 오랜 시간 일했는데요. 8년의 난임 끝에 결혼 9년 차에 아이를 낳게 됐지만 산후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 공백이 생겼다고 해요. 파트 타임으로 일을 이어가기는 했지만 예전 같은 직장 생활로 돌아가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고요. 


2013년, 현선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경력보유여성 3명이 차를 마시며 ‘비영리 조직의 건강한 구조와 운영 방식'에 대한 스터디를 시작한 게 진저티프로젝트의 시작이었어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는 어렵고, 한편으로는 내가 갖고 있는 가능성을 묻어두고 싶지는 않고. 무중력 지대에서 고민하는 세 사람이 모였어요. 1년간 스터디를 하면서 깨닫게 됐어요. 아, 우리가 일하고 싶은 욕구를 여기에 풀고 있구나. 


우리가 일하려면 우리가 답을 내야 했어요. 우리가 일할 수 있는 만큼만 조정해서 프로젝트를 해 보면 어때? 세 사람이 합의했고 진짜 프로젝트가 덜컥 맡겨졌어요. 네이버 해피빈재단의 '비영리단체를 위한 온라인 모금교육'을 맡게 된 거죠."




사실 창업이라는 결심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해요. ‘창업 후 내 멘탈이 괜찮을까? 가족과 균형이 맞을까?’ 고민하게 됐다고요.  


“그러다 이전 직장에서 팀장일 때 팀원이었던 동료가 페북에 쓴 글을 보게 됐어요. 아이를 낳고, 남편 유학을 위해 미국에 가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글이었어요. 그 글을 보는 순간, ‘아 나 시작해야겠다’는 꿈틀거림이 올라오더라고요. 저는 저 친구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아는데, 중요한 재능이 있는데, 저 친구와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왜 훌륭한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렵지? 이게 해결 못할 문제일까? 조직을 다른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역량과 가능성이 있지만 일하는 기회를 찾지 못한 사람도 일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실험이라면 하다가 망해도 괜찮지 않을까?”





‘망해도 괜찮아, 우리 멋대로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2014년 주식회사 진저티프로젝트가 만들어졌어요. 



‘이상한 조직’ 진저티의 ‘지속가능성'  



창업 멤버들 모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자율성이 중요했어요. ‘너 어디서 일하고 싶어? 얼마큼 일하고 싶어?’ 조직에 사람을 맞추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 상황에 맞게 조직 운영을 실험했어요. 현재도 진저티에서는 누구나 주5일, 4일, 3일 선택 근무가 가능하다고 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업의 지속가능성은 수익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비즈니스 모델이 뭐예요? 어떻게 돈 벌어서 유지하실 거예요?” 진저티 역시 이런 질문을 수없이 들었다고 해요. 현선님은 지속가능성을 다르게 정의했어요. 


“우리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은 재무적 이익을 남기는 것보다는, 일하기 어려운 어떤 구간을 지나는 사람에게 일할 수 있는 경험과 기회를 남기고 성장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멤버들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망한다고 해도 우리 안에 성장이 남아 있다면 지속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현선님은 망해도 괜찮다고 만 번은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진저티가 망하지 않고 지속된 힘을 '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하고 싶은 실험들을 해왔던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런 실험들을 통해 만들어진 진저티의 조직문화를 3가지로 정리했어요.




1. 학습하는 조직 


진저티프로젝트는 연구를 하거나 책을 만드는 등 지식형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해왔는데요. 구성원들이 함께 대화하고 학습하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조직보다는 개인의 성장에 집중했다고 해요. 이를 위해 때로는 의도적인 비효율을 추구했다고요.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일했어요. 책을 만든다고 하면 책 만드는 전문가들과 일해야 하는데 저희가 직접 했어요. 그 과정에서 뭔가 배울 거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빨리빨리 하고 효율적으로 하면 자기에게는 역량이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2.모두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조직 


진저티프로젝트 멤버들의 명함@진저티프로젝트


진저티는 구성원 개개인이 많은 결정권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데요. 자기 직함은 스스로 정한다고 해요. 조직 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찾아가고 부여하는 거죠. 이 대목에서 많은 참가자들이 멋진 아이디어라며 감탄했어요. 현선님의 직함은 진저티의 Tea를 따와서 Tea Leadership Facilitator라고 해요.  


3.안전한 실험실 


진저티프로젝트의 실험들@진저티프로젝트


‘연구 보고서를 사람들이 잘 안 읽으니 잡지처럼 만들면 어떨까. 청소년들이 직접 연구자가 되면 어떨까. 

N잡러로 일하면 어떨까.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면 어떨까. 사무실을 두 곳에서 써보면 어떨까? 아이를 사무실로 데려오면 어떨까. 다 같이 해외로 스터디 투어를 가보면 어떨까. CFO를 외부에 두고 일주일에 한 번 보면 어떨까.’ 


진저티는 조직 내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왔는데요. 현선님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면서 새로운 역량을 쌓아가려면 진저티가 안전하게 실험할 수 있는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진저티는 주어진 고정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 대화하고 논의하면서 지식을 쌓아가는데요. 안전한 대화 속으로 들어가야 이런 업무를 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생각하고 듣고 현상을 보는 거죠.”


3명으로 시작한 조직이 10명 넘는 조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위기도 많았다고 해요. 경력보유여성으로 시작된 조직에 밀레니얼 세대 멤버들이 등장하고 조직 구성원과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갈등이 생기기도 했고요. 


특히 6년차가 가장 고비였다고 해요. 몸이 아프기도 해서 이젠 정말 그만둬야 할까 고민했다고요. 


“그때 우리가 왜 진저티를 해야 하는지 격려해주고 알려주는 목소리를 많이 듣게 됐어요. 내부에서 격려도 많이 받았고요. 지속가능성이 재무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내가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나오고 지치지 않도록 하는 게 지속가능성이라면, 깊이 신뢰할 수 있는 동료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그전에는 일을 더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더 외롭지 않은, 좀 더 나답게 지치지 않는 미래는 뭘까 생각해요. 힘들더라도 제가 있어야 할 때(Right Time), 있어야 할 곳(Right Place)에 있고 싶어요.” 



“연결이 돼야 용기가 나요”



“OO님, 어떠셨어요?”


현선님이 구성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인데요. 이 질문과 함께 참가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어요.

 


Q.“재무적인 이득을 가져가는 것보다 개인에게 성장을 남겨주는 것이 지속가능성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조직을 꾸려가는 데 구성원들의 생계도 중요하잖아요.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해요.”

A.“재무가능성이 1번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중요하게 추구해왔던 가치예요. 돌아보니 월급이 밀리지 않고 온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해요. 중간중간 위기도 있었지만 7년차쯤 되니까 흑자도 났고요.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여러 방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외면했다기보다는, 다른 길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구성원이 더 역량 있는 사람이 될 때 더 큰 프로젝트나 어려운 프로젝트를 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재무적 리턴으로 돌아온다고 믿었고 그걸 견디려는 힘을 믿었어요. 우리가 제일 열심히 일할 때 그 열매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더라고요. 분명 시차가 있어요.” 


Q. 많은 경력보유여성들이 창업을 꿈꾸지만 수익 창출이 가장 고민인 것 같아요. 

A.“수익창출의 1번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 뭔지 정확히 아는 거라고 생각해요. 진저티는 학습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지식 자산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지식을 만들어가는 진저티의 방식을 이해하는 분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저희 조직은 학습에 대한 열정이 큰 사람들로 구성돼있지만 핵심 역량을 만들어낼 때까지 버티는 시간과 체력이 필요해요. 진저티가 가지고 있는 지적 자산을 초창기 멤버들이 1~2년간 헌신하며 만들어냈고, 이전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레퍼런스가 되면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어요. 한번 신뢰받은 파트너와는 반복적으로 일하게 됐고 수익 구조도 조금씩 나아졌고요.” 


Q. 직원의 창업을 격려한 이유가 궁금해요. 

A. “저는 사람 덕질을 하는데요. 사람을 많이 관찰하고 행동, 결정, 선택에 대해 유심히 보는 성향이에요. 혜영님이 계속 마음이 가는 일들이 있는 것 같았어요. 커뮤니티, 북클럽, 팟캐스트 등 여성과 일에 대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데 그 프로젝트 하나하나에 혜영님 마음이 보였어요. 그래서 더는 ‘취미'라고 말하지 말고 진저티 밖에서 창업하라고 했죠. 


또 그런 제안을 하게 된 동기는 현재 진저티 구성원들의 성향을 보니까 진저티 같은 섬세한 조직 문화를 가진 팀은 구성원의 숫자가 막 늘어나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조직에서 사람을 키워서 그 사람이 다른 조직을 만들면 진저티와 시스터 조직이 될 수 있는 거고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 그것 또한 성장이잖아요.” 


Q.사업하는 사람에게 워라밸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A.“워라밸은 파랑새 같아서 답을 못 하겠어요. 시간적인 의미에서 워라밸은 지키기 어려운 것 같지만 7년차쯤 되면 스톱(Stop)하는 건 좀 더 익숙해진 것 같아요. 작년에 한번 아프고 나서 배운 건 주말에 잘 쉬는 거예요. 어떤 주말은 못 쉬기도 하지만 잘 쉬는 패턴 만드는 걸 연습했어요. 너무 재미있어도 스톱하는 거죠. 제가 저희 조직 구성원들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일은 원래 엉망진창으로 하는 거야'라는 말이에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왔다 하더라도 실제 일의 현장은 진흙탕 같은 면이 있잖아요. 그런데 많은 여성들이 엉망진창의 과정을 오픈하지 않아서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Q. 언제든 망해도 되는 회사라는 말에 상처 받은 구성원은 없었나요? 

A.“있었어요. 5년차 넘었을 때 조직원 10명이 넘어갔어요. 그때 한 구성원이 저희가 다니는 회사인데 외부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현타가 왔어요. 나는 이 실험을 처음 시작했던 마음을 생각하면서 '언제든 망해도 괜찮아'라는 말이 안전망이었는데 이 시기쯤 왔으면 리더로서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하는구나. 조직은 만들고 나면 자기만의 길이 있는 것 같아요. 시기마다 동료들에게 들었던 말 때문에 제가 빠져 있던 환상에서 빠져나와서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시점이 생기더라고요.


Q. 지금 행복하신가요? 

A. “진저티 초창기에는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주 4일 근무도 가능하고 10시부터 4시까지 일하는 것도 가능하고. 행복의 원인이 재미였던 구간이 제일 컸고 지금 저에게 그 재미가 유지되고 있냐고 묻는다면 지금은 의미가 충만하다고 생각해요. 망해도 되는 조직에서 망하면 안 될 것 같은 조직이 된 게, 조직이 없어지면 안 되는 의미가 생긴 거죠.” 


현선님에게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어요. 오늘 레퍼런서 살롱, 어떠셨냐고요. 


“재밌었어요. 확실히 연결이 돼야 용기가 나는 것 같아요. 내가 언제 용기가 났지 생각해 보면 나 혼자 고민할 때 용기가 난 경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이 밤중에 여기 모여서 이야기하는 순간이 각자의 삶에 용기를 줄 것 같아요.”



*지속가능하게 일하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레퍼런스가 궁금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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