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런서 살롱] 마더티브 창간인, 콘텐츠 기획자 최인성님
“인성님 레퍼런서 살롱을 들으면서 ‘이게 바로 레퍼런스, 레퍼런서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결과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이야기가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이런 게 우리에게 진짜 필요합니다.” -레퍼런서 은진님
나의 서사가 누군가에게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곳, 창고살롱 시즌1에서는 4명의 레퍼런서(Reference+er)가 ‘레퍼런서 살롱’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줄 예정이에요.
첫 번째로 ‘진저티프로젝트’ 공동대표 서현선님이 ‘우리답게, 지속가능하게 일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 들려줬고요. 눈이 펑펑 내리는 1월 밤, ‘마더티브’ 공동창간인 최인성님의 레퍼런서 살롱이 열렸어요.
인성님은 인터넷 언론사 방송부 기자를 거쳐 스타트업 콘텐츠 크리에이터, 콘텐츠 에이전시 기획자/PM으로 일해왔고요. 창고살롱지기 현진과 함께 사이드 프로젝트로 나를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웹진 ‘마더티브'를 올해로 4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지난해 상반기 혜영, 현진과 함께 창고살롱 프리시즌을 함께 기획, 운영하기도 했고요.
이날 레퍼런서 살롱 제목은 ‘할 일 많은 애둘맘의 워라밸 실험실’이었어요. 11년간 직장에 다니며 콘텐츠를 만들어온 인성님은 현재 7살, 4살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데요. 일-육아-사이드프로젝트 사이에서 워라밸을 지키기 위해 어떤 실험을 해왔는지, 도표와 함께 세세하게 들려줬어요.
인성님은 ‘워라밸 실험 모먼트'를 크게 5가지로 정리해서 설명했는데요.
“육아 휴직 복직했을 때 박근혜 탄핵 집회가 한창일 때였어요. 친정엄마가 같이 살면서 육아를 도와주셨고 저는 일에만 매진했어요. 지금 돌아보면 육아주체는 친정엄마였고 저는 보조자, 해외 근무 중이었던 남편은 열외자였어요. 친정엄마가 많이 힘들어하셨고, 어느 날 아이가 사설 돌봄 기관 선생님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걸 듣고 현타가 오더라고요. 아, 내가 아이를 낳았고 엄마가 됐구나. 아이 낳은 엄마로서 일을 하려면 남편, 엄마와 역할 분담을 해야 하는구나.”
“육아휴직 앞두고 계신 분이 있다면 남편, 육아 보조자와 역할을 나누는 게 중요해요. 친정엄마가 육아를 도와주신다면 용돈을 포함해 처우에 대해 확실히 협의하는 게 중요하고요. 이때부터 저희도 뒤늦게 친정엄마 방도 만들어 드리고 평일 저녁과 주말은 무조건 저랑 남편이 육아를 하기로 원칙을 세웠어요. 복직 후 변수가 정말 많기 때문에 대비하고 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해요.”
“둘째 생후 100일쯤 처음으로 창업 결심을 했어요. 저와 현진님을 비롯한 회사 동료 4명이 함께 ‘마더티브'라는 매체를 만들었어요. 저희가 힘들었던 지점에 대해서 콘텐츠 만드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어느 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는데 친정엄마가 소리를 빽 질렀어요. 알고 보니 애가 계속 우는데 제가 그것도 못 듣고 컴퓨터만 쳐다 보고 있었던 거예요. 다음 주에 엄마가 둘째를 데리고 친정으로 갔어요. 애도 못 보고 일하는 제 모습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딸이 하고 싶은 일 하게 도와주고도 싶으셨던 거예요. 엄마가 아이까지 맡아주셨으니 저는 더 열심히 일했고, 이번에는 남편과 싸우게 됐어요.”
“남편은 남편대로 섭섭했던 것 같아요.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아이들과 다 함께 살지 못하고 있고, 저는 육아휴직 중인데 일에만 몰두하고. 저는 저대로 육아가 제 몫인 것만 같아 불만이 쌓였고 두 번의 육아휴직 동안 뒤처진 걸 보상받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남편과 ‘정말 이런 것까지 치사하게 말해야 할까’ 싶은 것까지 이야기하면서 싸웠어요. ‘기저귀 사본 적 있냐. 애들 옷 사이즈는 아냐. 알림장 한 번 써본 적 있냐.’ 그러면서 서로 어떤 상황 인지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남편은 점차 육아 보조자가 되어갔어요. 또 저는 일에 과몰입 하는 걸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마더티브 창업 결심을 접고 육아휴직 복귀 대신 이직을 택했어요. 이때 처음으로 아이 둘 돌보면서 직장에 다니게 됐는데요. 당시 저희가 김포에 살고 있었는데 직장이 성수였어요. 8시 출근 5시 퇴근을 했는데 출퇴근 시간만 왕복 4시간이 걸리니 너무 힘들었어요. 다행히 이때 남편이 육아휴직을 해서 육아를 도맡아줬어요. 그러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마더티브 활동도 조금씩, 천천히 해나갔어요. 성수동 엄마들 런치 모임, 창고살롱 프리시즌도 해보고요.”
“이 시기 제가 정했던 원칙이 있어요. 그동안 일에 과몰입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으니 일/가족 시간을 분리하자는 거였어요. 평일 저녁, 주말에는 아예 핸드폰을 안 봤어요. 일/사이드 프로젝트도 분리해서 회사 업무 시간에는 회사 일에만 집중했고요.”
“김포-성수 출퇴근이 힘들어 ‘영끌'해서 서울로 이사갔지만 출퇴근하며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아이를 돌보다 보니 늘 시간이 없더라고요. 체력도 점점 안 좋아지고요. 마침 코로나가 터지면서 재택근무를 경험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출퇴근에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 아이들도 가까이서 돌볼 수 있고.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꼭 늘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자리에서만 일해야 할까?'”
“창업과 이직 사이에서 고민할 때 한 회사 면접을 본 적이 있어요. 아이는 누가 봐주냐, 야근은 가능하냐는 물음에 솔직하게 답했어요.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고 가정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책임지는 게 제가 일하는 방법이라고요. 아이들이 없는 것처럼 일할 수는 없다고요. 결국 그 회사에서 연락은 오지 않았어요. ‘친정엄마가 애 봐주니까 열심히 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이직하더라도 이후에는 결국 탈이 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혜영님, 현진님과 함께 했던 창고살롱 프리시즌 경험이 너무 좋았어요. 일하면서 아이들이 내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창고살롱 하면서는 일의 방식, 내용 모두 그런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창업을 결심했지만 여전히 제게는 ‘좋은 조직문화’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일할 수 있는 조직이 있지 않을까?’ 이직을 해서 단축 근무를 했어요.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고 일도 재밌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기성 조직에 나를 끼워 맞추며 일하기보다는 내 일을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퇴사와 창업을 결심했어요.”
“창업과 이직 사이에서 만약 저같이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미련이 없을 때까지, 확신이 설 때까지 버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제는 조직에서 일하며 두 아이를 돌보기 위해 끝까지 다 해봤다는 느낌이에요. 지금까지는 조직에 나를 끼워맞추면서 살려고 했다면 이제는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보고 싶어요. 수많은 변수에 내 일과 삶이 고꾸라지지 않도록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유연한 일을 찾아 보려고요.”
수많은 번뇌와 실험, 멘붕을 거치며 인성님은 세 번째 퇴사와 함께 창업을 결심했고, 육아 열외자였던 남편은 육아 주체자, 이제는 든든한 지지자가 되었어요. 창고살롱을 모티브 삼아서 ‘애는 아빠가 봐야지 '라는 온라인 아빠 육아 모임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요.
첫째 아이 때부터 계속해서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인성님은 엄마를 희생 시키고 있는 것 같다는 죄책감이 크다며 이제는 육아 독립 실험도 차차 해보려 한다고 말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워라밸은 일-육아-사이드 프로젝트가 가치와 방향은 하나로 연결되고, 대신 시간은 구분되는 건데요. 제가 하려는 게 정답이 아니라 각자 삶의 방식과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또 현진님, 혜영님 등 함께 하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 했을 거예요.”
인성님이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내는 동안 레퍼런서 멤버들은 친정 엄마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 울기도 하고, 채팅창에 각자의 고민을 공유하기도 했어요.
특히 반반육아에 대한 질문이 많았는데요. 육아 열외자였던 남편이 어떻게 주체자가 됐는지 질문에 인성님은
"싸워야 하는 게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어요.
"연애하고 신혼 때 남편과 한번도 싸운 적 없다가 아이 낳고 싸우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솔직하게 이야기 하게 되더라고요.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핵심이에요. 끝을 봐야 서로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남편 육아휴직도 반반육아를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그제야 제 마음을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반반육아 방법에 대해 레퍼런서 멤버 두란님은 ‘부부 연차 제도'를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부부가 각자 1년에 15일의 연차를 주고, 1박2일이든 2박3일이든 자유 시간을 보장해준다고 해요. 구글 캘린더를 통해 일정을 공유하고요.
이번 레퍼런서 살롱은 처음으로 창고살롱 멤버가 연사로 나섰는데요.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면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싱글인 한 멤버는 “앞으로 회사에서 함께 일하게 될 워킹맘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시간”이었다고 말했고, 20년차 직장맘인 또 다른 멤버는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무슨 조언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직장맘 중에 혹시 궁금한 게 있다면 도움이 되고 싶다"는 소감을 남겨주셨어요.
나의 서사가 레퍼런스가 되는 곳, 창고살롱에서는 앞으로 시즌2, 시즌3 거치며 창고살롱에 참여하는 모든 멤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판을 깔고 싶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레퍼런서가 될 수 있도록요. 지속가능하게 일하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레퍼런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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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창고살롱지기 현진
*지속가능하게 일하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레퍼런스가 궁금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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