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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Jan 26. 2021

힘들다면서 만들고 있어, 잡지

[스페셜 살롱] 정유미 <포포포 매거진> 편집장  '잡지, 덕후의 세계'


창고살롱의 두 번째 스페셜 살롱 '잡지, 덕후의 세계'를 진행했어요. 10년 넘게 잡지를 만들어 온 정유미 <포포포 매거진> 편집장이 진짜 '잡지의 세계'를 소개했죠.


유미님은 상업잡지 에디터로 커리어를 시작해 2019년부터는 독립잡지 <포포포 매거진>을 창간해 운영하고 있어요. 이번 스페셜 살롱에서는 오랜 시간 다양한 잡지를 만들어 오면서 몸소 체험한 '잡지의 세계'에 대해 에피소드와 지식을 대방출했어요.


"내가 다시는 잡지 만드나 봐라"


유미님은 "잡지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전쟁"이라며 살롱을 시작했어요. 잡지 한 권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듣는데 제가 다 영혼이 털리는 것 같았죠. 기획회의부터 취재, 디자인 회의, 화보 촬영, 원고 작성, 교열, 인쇄까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에디터의 한 달 살이. 마감 후 주어진 2-3일의 휴가 동안 하루는 자고, 하루는 병원 가면 끝났다고... '이게 가능해?'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제한된 취재 현장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 밤을 새우며 레퍼런스를 찾고, 좋은 질문을 고민하고, 현장 컨디션까지 챙겼던 에디터 유미님. 훌륭한 결과물 뒤에서 가장 바쁘게 디테일을 챙긴 유미님의 삶이 돋보였어요. 화보 촬영 때는 완벽한 시선처리를 위해 눈동자 위치까지 연출했다고(!).


"내가 다시는 잡지 만드나 봐라". 치열한 일상이 계속되자 유미님은 잡지의 세계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는데요. 회사를 그만두며 했던 다짐이 무색하게 <포포포 매거진>을 창간하며 다시 잡지를 만들게 됐죠.


©창고살롱


그럼에도 잡지를 만드는 이유


유미님은 계속 잡지를 만드는 이유를 설명하며 상업지에서 마지막으로 취재한 영화 <동주>의 이준익 감독 인터뷰를 펴 보였어요. 프레스 데이(Press Day)라 한 시간만 주어졌던 인터뷰. 인터뷰이를 진심으로 생각한 준비 덕분에 이 감독이 점심시간까지 내어가며 세 시간을 진행했다는 인터뷰였죠. 퇴사 후 한 할아버지 독자가 이 기사를 보고 편집부에 전화해 유미님을 꼭 만나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고요.


이 일을 겪으며 유미님은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구나" 싶었다며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유의미한 레퍼런스가 됐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잡지, 종이책은 새로운 콘텐츠가 나와도 뒤로 밀리는 게 아니라 인쇄물로 기록되고 기억되면서 누군가에게는 보존하고 싶은 매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이어 유미님은 잡지, 종이책을 만드는 일을 "기록 매체를 통해 다음 세대에 현재의 생명력을 전하는 일"이라고 설명하면서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어요. 그런 생각으로 독립잡지 <포포포 매거진>이 시작됐다고요. 그러면서 독립잡지 출판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보다는 현재를 어떻게 아카이빙 할지에 가치를 두고 디테일하게 고민해 보시라"고도 덧붙였어요.


잡지 만드는 게 너무 힘들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을 갈아 넣어 계속해서 잡지를 만들고 있는 유미님을 보며 진정한 '덕업일치'를 보는 것 같았어요.


©창고살롱


뒤에 올 잡지덕후들에게


스페셜 살롱에는 창고살롱 멤버가 아닌 분들도 참여할 수 있었어요. 멀리 미국에서 두 분이나 신청해 주시기도 했는데요. 특히 이미 독립잡지를 만들고 있는 분, 로컬에서 잡지를 만들고 싶은 분, 잡지 에디터를 꿈꾸는 분 등 잡지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참여해 주셔서 인상적이었어요. 찐한 질문과 후기를 남겨주셔서 더 풍성한 시간이 되기도 했고요.


독립잡지 <플랜비(Plan:be)>를 만들고 있는 싱어쏭님은 '독립잡지'이기 때문에 인터뷰 혹은 필진 섭외에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 물었는데요. 유미님은 "저희는 유명한 분들을 섭외하지 않아 더 어렵다"고 했어요. "유명한 분들은 오히려 연락이 잘 닿아 섭외가 쉬운데 묻혀있는 진주를 발굴하는 게 더 어렵다"고요. 그러면서 '손편지'나 직접 만나 물어보는 방법을 추천했는데요. '진심'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었죠.


잡지 에디터를 꿈꾸는 분도 있었어요. "잡지는 만들고 싶지만 상업지와 감성이 다른 것 같아 고민"이라며 "잡지 에디터가 되기 위해 꼭 상업지 경험이 필요한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을 남겼어요. 유미님의 답변이 큰 도움이 됐죠.


"모든 서적의 메카,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가장 좋은 자리가 독립잡지 섹션이에요. 10년 정도 됐어요. 트렌드가 바뀐 거죠. 소수가 만들어서 뿌리는 게 아니라 다양한 취향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각자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시대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독립잡지 하는 분들 중 출판 경험 없는 분도 많은데요. <계간 홀로>처럼 개성 갖고 꾸준히 계속 만드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전 전 굳이 메인 상업지에 안 가셔도 된다고 생각해요. 타이틀보다는 내가 어디서 무엇을 배울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창고살롱


창고살롱 멤버인 진아님도 로컬 매거진을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매거진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지역 여성들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싶다고요. <포포포 매거진>과 비슷한 방향이라 팁과 조언을 구하는 유익한 시간이 됐어요. 미국에서 참여해 주신 우경님은 세 아이의 엄마이자 엄마들의 성장을 돕는 온라인 교육 서비스 '맘듀케이션(Momducation)'를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유미님에게 엄마이면서도 집중력을 발휘해 일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어요.


힘들다고 하면서도 결국 돌아온 '잡지'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유미님. 유미님의 지나온 발걸음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소중한 레퍼런스가 됐기를 바랍니다.






다음 스페셜 살롱은 ‘명절을 맞이하는 자세'예요. 명절 연휴를 앞둔 2월 10일 밤, 강화길 작가의 <음복>을 읽고 ‘명절을 맞이하는 여자들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 나눌 예정인데요. 비멤버도 유료로 참석할 수 있어요.


평소 창고살롱이 궁금했던 분들, 창고살롱 시즌2에 참여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아래 신청폼을 통해 신청하시고 참가비 2만 5천 원을 계좌(카카오뱅크 7979-21-83101 전혜영)로 입금하시면 됩니다(창고살롱 멤버는 무료).


많이 참여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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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편집 : 창고살롱 레퍼런서 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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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지기 서로 인터뷰


첫 번째 레퍼런서 살롱 - 서현선 진저티프로젝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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