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더티브 Dec 23. 2020

커리어와 가족, 모두 누릴 수 있을까?

[창고살롱] 두 번째 스토리 살롱 <뒤에 올 여성들에게>

두 번째 스토리 살롱에서는 페미니즘 경제학자 마이라 스트로버가 쓴 <뒤에 올 여성들에게>를 읽고 이야기 나눴어요. 화요/목요 살롱 모두 소그룹으로 나눠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는데요. 여기에 금요 스토리 살롱 벙개까지! 


400p 가까운 두꺼운 책에 나눌 이야기도 많다 보니 활활 불태웠던 한 주였는데요.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데도 5개 그룹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게 신기하고 즐거웠어요. 결국 우리는 책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책을 통해 나 그리고 서로의 일과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것 같아요. 


소그룹으로 나눠서 진행하니 그동안 궁금했던 멤버 한 명, 한 명에 대해 깊이 알게 되고 맥락이 끊기지 않는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후기가 많았어요. 목요일에는 살롱 시작할 때 체크인으로 오늘 기분을 점수로 표현해달라고 했는데요. 밤 10시 2.6이었던 평균 기분 점수가 밤 12시 4.7로 수직 상승했답니다. 창고살롱 매직!


스토리 살롱에서는 살롱지기 현진과 혜영이 논의해서 정한 주제로 구조화된 대화를 나눴는데요.


@창고살롱


-내 삶에서 맞닥뜨렸던 모순적이었던 순간, 그때 나의 선택

-내 삶에 레퍼런스가 필요했던 순간, 나에게 레퍼런스가 되어주었던 사람

-마지막으로 ‘일과 삶의 균형은 어떻게 가능할까’


3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눴어요. 


[화요일 스토리 살롱] 


혜영 그룹



@창고살롱


#한 여성의 커리어 유지를 위해서는 또 다른 여성의 희생이?

<뒤에 올 여성들에게> 저자 마이라 스트로버는 커리어와 가족 사이에서 끊임없이 분투하는데요. 조부모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아이가 있는 시터의 도움을 받기도 해요. 현재 육아휴직 중인 지은님은 복직 후 아이 돌봄을 친정 부모님께 부탁드리기 위해 최근 합가를 결정한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부부 둘이 독립적으로 육아를 잘 해결해보고 싶었는데 일찍 돌봄 기관에 맡기는 것도, 베이비 시터를 구하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아 내리게 된 결정이긴 하지만 매우 모순적인 상황이라고요. 다른 여성의 희생이 있어야 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는 현실이 1970년대 미국(p.196)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씁쓸해했어요.

 

#조직 선후배가 든든한 레퍼런스

이 책에서 마이라는 롤모델, 레퍼런스의 부재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하는데요. 출산 이후에도 계속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주영님은 선후배 중 육아맘 비율이 높아 많은 레퍼런스가 있었고, 일과 육아 조언을 나누어주는 조직 분위기가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어요. 


@창고살롱


#끊임없는 로켓 궤도 맞추기

‘성공적인 커리어와 사랑하는 가족 모두 누릴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요 질문 중 하나인데요. 마치 로켓 궤도 맞추기처럼 부부의 대화를 통한 지속적인 조율과 이해만이 최선이라는 데 모두 공감했어요. 동시에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꼭 부모가 아닌 조직의 리더나 사회의 일원으로서도 일과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인성, 주영님은 각자의 남편이 육아휴직을 한 경험담을 나누어주었고, 현재 육아 휴직 중인 지은, 점순님은 남편의 육아휴직을 본인들이 찬성하지 않았던 경험과 이유를 나누었는데요. 인생 여정에서 KTX를 타고 빠르게 속도를 낼 때도 있지만, 지금은 비둘기호를 타고 바깥 풍경을 보면서 좀 여유 있는 마음으로 육아도 하고 커리어도 유지해가며 천천히 지나는 구간이라고 남편과 대화를 나누었다는 주영님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어요. 



현진 그룹 


#엄마의 모순 

<뒤에 올 여성들에게>를 읽는 키워드 중 하나는 ‘모순’인데요. 사회적 모순, 내 안의 모순, 나아가 친정 엄마의 모순적인 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공감을 얻었어요. 은애님은 평생 전업주부로 살면서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고, 일해야 한다고 한다고 말했던 엄마가 딸에게 전통적인 엄마상을 강요하는 모습에서 혼란을 느끼게 된다고 했는데요. 이 대목에서 다들 고개를 끄덕였어요. 


#파트너십 

당신이 버클리에서 성공하길 원하면, 강의하면서도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볼 방법을 찾아야 해”(p.52)라는 마이라의 남편 샘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과 남편의 대화를 떠올렸다는 박작가님. 박작가님은 여성들에게 레퍼런서가 필요한 것처럼 남편들에게도 레퍼런서가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영아님은 아내 혹은 남편뿐만 아니라 파트너십에 대한 레퍼런스가 필요한 것 같다고 격하게 공감했고요. 커리어와 육아를 함께 하기 위해 남편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의진님은 저자가 결국 남편과 이혼하게 돼서 충격이기도 하고, 두 사람이 서로 연대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웠다는 소감을 남겼어요.  


#서로를 기록하자 

레퍼런스가 필요했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란님은 마이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글로 쓸 수 있었지만 모두가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면서, 우리가 서로를 기록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서 큰 공감을 받았어요. 


[목요일 스토리 살롱] 


혜영 그룹 


#여자의 일 vs. 남자의 일

지희님은 현재 구직 활동 중인 경험을 공유하며 여성이 비교적 많은 홍보, 마케팅 직군이지만 면접자는 대부분 남성이어서 아리송했던 경험을 나누었어요. 드물게 여성 관리자, 대표의 면접을 본 적 있는데 면접 이후에도 내내 기분이 좋았다고요. 살롱지기 혜영은 <롤모델보다 레퍼런스>에 나오는 낫아워스 박진영&신하나 공동대표의 “생존이 곧 의미"라는 인터뷰 쿼트를 공유해줬어요. 여성 사업가는 버티는 것만으로도 다른 여성들에게 발자국이 되는 거죠. 


볼리님은 출산 후 3개월 만에 바로 복직을 해서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다가 남편이 육아휴직을 내게 된 경험을 공유해줬어요. 육아든, 집안일이든, 가정 경제든. 여자와 남자의 일을 구분하기보다 함께 논의하며 헤쳐나가는 모습이 고무적이었어요. 


#기혼여성과 비혼 여성의 대화

싱글인 지희님은 결혼, 육아 중인 친구들 이야기를 가끔 들을 때마다 내 5년 후 모습이 저럴까? 막막했다고 해요. 이날 스토리 살롱에서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이 많은 다른 레퍼런서들의 경험을 들으며, 나를 위해 포기하지 말고 이루어내고 싶은 도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좀 더 단단하게 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소감을 전해주었어요. 또 “임신과 육아도 행복한 삶의 일부였다”는 수지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고요.  


볼리님은 기혼 여성과 싱글 여성이 함께 질의응답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좋았고, 수지님은 <뒤에 올 여성들에게>에서 여러 번 강조되는 ‘자매애'를 제대로 발휘해 보고 싶다는 의욕이 뿜뿜했다고 했어요. 



현진 그룹 


#박복한 년, 팔자 좋은 년, 미친 년 

목요 스토리 살롱을 뒤덮었던 3가지 ㄴ이에요. 일하는 여성으로 살면서 내가 겪어야 했던 모순적인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20년 경력 워킹맘 남연님은 애 키우면서 일하는 여자 팔자를 4글자로 “박복한 년”이라고 한다고 해서 모두 빵 터졌어요. 


민정님은 아무도 남편에게는 아이는 어떻게 하고 일하냐고 묻지 않는데 엄마에게만 많은 책임이 쏠리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살롱지기 현진은 남편이 오전에 어린이집 등원을 한다는 이유로 “팔자 좋은 여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분노했던 이야기를 꺼냈고요. 현재 육아휴직 중인 은진님은 아직 복직을 안 해서 일과 육아 사이에서 힘든 게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10년은 미친년처럼 살아야 한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해서 3가지 ㄴ이 완성되었다는 후문. 진아님은 일하는 여성(엄마)이란 이유로 응당 받아야 했던 사회적인 모순도 있지만 내 안의 모순도 발견하게 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어요.  


#레퍼런스의 부재 

<뒤에 올 여성들에게>에서 마이라는 롤모델이 없어서 막막했던 순간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하는데요. 결혼과 동시에 퇴사를 하고 오랜 경력공백을 겪었다는 젤라님은 당시 자신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해준 여자 선배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해서 모두가 숙연해졌어요. 유미님은 결혼, 출산과 함께 전혀 다른 지역에서 살게 되면서 레퍼런스의 부재로 힘들었는데 오늘 살롱을 통해 다양한 레퍼런스를 만날 수 있게 돼서 반갑다고 말했어요. 



금요일 스토리 살롱 




#사회적으로 개선돼야 할 점 

살롱지기 혜영의 사회로 진행된 스토리 살롱 벙개. 책을 읽었지만 안타깝게 살롱에 참여하지 못했던 지언님, 랄라님이 함께 해주셨어요. 화요 스토리 살롱에 참여했던 지은님도 다시 오셨답니다. 짧고 굵게 1시간만 이야기하기로 했지만 시간은 어느새 밤 11시 30분(창고살롱 매직ㅎㅎㅎ) 


각자의 경험을 나누다 보니 자꾸 한숨이 나올 것만 같은 결과로 끝맺게 되더라고요. 이번에는 일과 삶 양립을 위해 조직이나 제도적으로 바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지언님은 재택근무가 의무화되면 좋겠다고 했어요. 코로나 확산으로 재택근무 중인데, 확실히 출퇴근 시간과 에너지가 절약되니 필요할 때 일하면서 육아도 함께 할 수 있어 힘은 좀 들지만 괜찮을 것 같다고요. 지은님도 임신했을 때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했는데 확실히 출퇴근보다 장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재택근무가 선택지로 주어지면 좋겠다고 했어요. 랄라님은 한국 사회가 너무 일을 많이 해서 일-가정 균형을 가져가기 어려운 구조인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사람들이 일을 덜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어요. 



[살롱 비하인드 스토리] 


창고살롱지기 혜영과 현진은 이번 스토리 살롱을 준비하며 여러 번 다양한 주제로 사전 미팅을 했는데요. ‘모순'과 ‘균형'이란 단어에 대해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어요. 참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소개해요.    


혜영: 존재하는지도 깨닫지 못한 관습을 비웃는 것은 불가능(p.192)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보여주는 모델도, 이야기 나눌 사람도 전혀 없었던(p.171) 당시 상황과 저자(마이라 스트로버)의 성평등 인식 수준을 감안했을 때, ‘모순’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쩐지 당시 상황을 묘사하는 데에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지하지도 못한, 의지적인 결정이 아닌 결과를 모순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균형'이란 단어에도 거부감이 들었어요. Work=Life이던 삶이 엄마가 된 이후 Work vs. Life의 제로섬 게임임을 깨닫고 커리어를 포기했던 경험 때문인지, 워라밸의 균형을 논하는 건 워킹맘에겐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마이라 스트로버가 “모두 누릴 수는 없어요. 아무도 그럴 순 없죠.(NOBODY can have it all.)” 라고 기회비용과 트레이드오프 관점에서 생각하는 경제학자 입장에서 모두 누린다는 것은 허구라고 말할 때 제겐 통쾌한 ‘아하’ 모먼트가 되었어요. 


현진: 저자는 여러 측면에서 차별적이고 모순적인 상황에 맞닥뜨려 있는데요. 마이라 스스로 모순적인 선택을 내리기도 해요. 평등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또 연구하면서도 집안에서는 남편의 커리어를 훨씬 우선시하고 슈퍼우먼이 되려 노력해요. 이후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요. 물론 당시에 롤모델이 없었고, 불평등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모순적인 상황을 모순적이라고 인지하고, 정확한 용어로 말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너 그때 왜 그랬어'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요. 이 책 자체가 저자가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끊임없이 회고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설명하려 하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일과 가족의 균형에 대해서는 혜영님과 저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마이라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저글링'이 아니라 ‘로켓 궤도'에 비유하는데요. 50:50 균형을 딱 맞추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보정해 나가야 한다는 거죠. 전적으로 동의해요. 저 역시 균형을 맞춘다는 게 일과 삶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고 수평을 맞추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보정해 나간다는 의미로 생각했어요. 끊임없이 궤도를 수정하면서 조율해 나가는 과정인 거죠. 요즘 ‘워라밸’ 이후 ‘워라인’이라는 용어가 나오고 있는데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정리 : 창고살롱지기 현진, 혜영/ 편집 : 현진   


*지속가능하게 일하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레퍼런스가 궁금한가요?

격주 화요일 오전에 발행되는 창고살롱 레터를 구독해주세요:)


*나의 서사가 레퍼런스가 되는 곳, 창고살롱 소식은 인스타그램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이게 정말 1979년 영화라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