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살롱] 스토리 살롱 첫 모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지속가능하게 일하고 싶은 여성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창고살롱이 드디어 첫 문을 열었어요.
12월 1일과 3일 각각 진행된 화요/목요 스토리 살롱에서는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를 보고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이 영화가 무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79년에 개봉된 영화라는 거, 아시나요?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받았고 더스틴 호프만은 남우주연상, 메릴 스트립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답니다.
첫 번째 살롱에서는
-창고살롱에 대한 간략한 소개 겸 OT
-살롱에 참여한 레퍼런서 분들의 자기소개
와 함께 창고살롱지기 혜영님의 진행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대화하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어요.
현진 : 창고살롱 스토리살롱 시즌1 주제가 ‘일과 삶 사이에서'예요. 어느 날 갑자기 일과 육아를 병행하게 되면서 일과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테드의 모습이 2020년을 살아가는 일하는 엄마들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혜영 : 영화 전반적으로 테드의 비중에 비해 조애나의 비중이 적은데요. 조애나의 비하인드 신을 계속 상상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우리는 그동안 조애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무 잘 알 것 같으니까요. 조애나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영화 속 비어 있는 부분을 이야기 나눠 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조애나가 떠나는 엘리베이터 장면
“난 애한테 안 좋아. 난 인내심도 없고. 내가 없는 게 나을 거야.”
조애나가 집을 떠나는 영화 첫 장면을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뽑은 멤버가 많았어요. 조애나의 선택이 너무나 공감 간다는 멤버도 있었고, 꼭 가정을 버리고 떠나야만 했을까 안타까웠다는 멤버도 있었어요.
“아이를 두고 떠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까. 엘리베이터 안에서 저 표정이 다 말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보이지 않는 면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민정님
“최근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화를 낸 후 제가 느낀 감정과 비슷해 보였어요. 내가 이 아이를 키우면 안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은진님
“조애나가 자기 상태를 알고 (자신과 아이를) 분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건강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떠나는 게 쉽지 않지만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은 잠깐 분리하려고 한 것 아닐까요.” -의진님
“내가 아이에게 나쁠까봐 떠난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저도 제가 나쁜 엄마라고 반성도 하고 속상할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떠날 수 있을까…” -영아님
“자기를 찾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아이가 속상해 하는 모습이 오버랩 되니까 마음이 불안했어요.” -수경님
테드와 상사와의 대화 장면
“나는 자네를 믿어야 하네. 완전히 신뢰해야 한다고.”
“어떤 상황에서든 절 믿어도 좋습니다. 집안일을 회사로 끌어들이진 않아요.”
일밖에 모르던 남자 테드는 아내 조애나가 집을 나가게 되면서 처음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게 되는데요.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있던 테드는 순식간에 조직에서 신뢰하기 어려운 노동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분투하는 테드의 모습이 결코 남일 같지 않다는 멤버들이 많았어요.
“테드의 모습이 아빠의 모습으로만 보이지 않았어요. 조애나가 떠나면서 테드는 지금의 워킹맘과 같은 생활을 하게 되잖아요. 지금 우리는 저때랑 뭐가 다른가 생각하게 됐어요.”-소령님
“한편으로는 용기를 내고 떠난 조애나가 부럽기도 했고, 육아를 같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그렇지 못했던 테드의 상황도 공감이 갔어요.”-점순님
회사에서 아이에게 전화가 왔을 때 테드의 태도에 대한 반응이 재밌었는데요. 정미님은 회사에서 아이 문제로 전화를 받았을 때 저렇게 당당하게 통화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멤버들의 현실 스토리가 이어졌어요.
“아이를 낳고 보니 회사 안에서 언니들이 고생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간 중간 아이를 위해 시간 내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힘든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했구나.”-벼리님
“저는 당당하려고 했어요. 오히려 숨기면 이해를 못 해주더라고요. 말 안 하는 언니도 있지만 말하는 언니도 있어요. 그러다 보면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생기고, 결국 의식이 달라지더라고요.”-남연님
“저는 계속 큰 소리를 냈지만 공감을 잘 못 해주더라고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회사라면 좋은 회사이고, 그렇지 못한 회사도 분명 존재하는 것 같아요.”-수지님
조애나를 몰아세우는 변호사
“그럼 인생이 가장 중요한 관계에서 실패하셨군요?”
“전 실패하지 않았어요.”
영화 후반부는 테드와 조애나의 이혼 재판 장면이 나오는데요. 재판에서 테드의 변호사는 결혼에 실패한 것은 곧 조애나의 실패라고 몰아붙이죠.
“이 장면에서 조애나는 자신이 아니라 테드가 실패했다고 말하는데요. 가정과 육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변호사의 질문에 저 한 마디를 뱉기 위해 조애나가 얼마나 치열한 시간을 보냈을까 싶었어요.”-인성님
“이때 테드가 ‘너 실패한 거 아니야'라는 의미로 고개를 젓는데요. 물론 인생에 성공/실패를 나눌 수 없지만 이 장면에서 남편이 상대방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해주면서 자신도 실패하지 않았다는 걸 짚고 넘어간다고 생각했어요.”-볼리님
“어떤 결정이든 후회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남잖아요. 이걸 실패라고 불러야 할까. 내가 지금 하는 선택이 당장에는 잃어버리거나 뒤처지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그걸 토대로 다른 길을 찾아낼 수 있다면 실패는 아닌 것 같아요.” -지은님
영화에는 프렌치 토스트 만드는 장면이 두 번 등장해요. 처음에는 엉망진창으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던 아빠 테드는 영화 후반부, 아들 빌리와 함께 능숙하게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어 내죠.
“엄마든 아빠든 모두가 처음이잖아요. 처음에는 다 낯설고 어색한데 왜 우리 사회에서는 엄마라면 매끄럽게 해야 하고 아빠는 서툴게 해도 괜찮다고 하는 걸까요. 아빠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를 키운다면 누구나 겪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두란님
“아빠가 시간이 지나면서 아침 등교길에 아이가 하는 말에 경청할 줄도 알고 신발끈 풀어진 것도 보잖아요. 그래도 아빠가 많이 발전했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아내가 곁에 있을 때는 저렇게 하지 못 했을까 씁쓸한 마음이 들었어요.” -은애님
“남편에게도 영화를 보라고 했는데 이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허둥지둥하다가 나중에는 아이도 아빠도 호흡을 척척 맞추잖아요. 결국 육아든 가족이든 호흡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함께 호흡을 맞춰간다는 전제를 가지고 대화를 많이 하고 대화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주영님
“처음에는 조애나 입장에서 보다 나중에는 테드 입장에서 보다 ‘그냥 조애나가 빌리 안 데려 가면 안 될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고군분투 하는 테드의 모습이 우리랑 비슷해서 그랬나 봐요.”-젤라님
40년 전 영화인 만큼 전개와 관점에서 아쉬움도 있었어요.
“조애나의 서사가 너무 없어서 아쉬웠는데 부성애를 강조하는 게 이 영화의 의도였던 것 같아요. 그래야 테드에게 더 몰입할 수 있을 테니까요.” -랄라님
“일 중독자 아빠가 아이와 함께 하면서 부성애가 커지고 자신의 커리어를 내려놓으면서까지 아이를 지키려는 선택을 하는 게 인상 깊으면서도, 남성 중심 서사가 불편하기도 했어요.”-진아님
“저는 테드의 폭력성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조애나가 찾아왔을 때 와인잔을 벽에 깨부수고 나가는 장면에서는 화가 나더라고요. 실제로 더스틴 호프만이 촬영 현장에서도 메릴 스트립에게 폭력적이고 무례했다고 해요.”-고운님
창고살롱 멤버들과 함께 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스토리 살롱, 어떠셨나요?
지속가능한 일과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아요. 많은 멤버들의 공감을 얻었던 박작가님의 말을 전해요. 이 영화를 꼭 봤으면 하는 사람 얼굴이 혹시 떠오를지도 몰라요.
“왜 이런 영화는 꼭 볼 필요 없는 우리만 보는 걸까요? 의식도 부익부 빈익빈인 것 같아요. 볼 필요가 있는 사람을 동기부여 해서 보게끔 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박작가님
창고살롱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