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살롱] 김희진위커넥트디렉터/커리어 코치
창고살롱 시즌2 첫 번째 스페셜 살롱 연사는 ‘위커넥트’ 디렉터이자 커리어 코치인 김희진님이었어요.
창고살롱 시즌2 레퍼런서 멤버이기도 한 희진님은 여성이 원하는 일을 스스로 찾고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강점 기반의 커리어 디벨로퍼'인데요. 커리어 전환을 통해 ‘나다운' 일을 찾기까지 수많은 방황과 탐색,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해요.
이번 스페셜 살롱 제목은 ‘나의 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부제는 ‘‘커리어 전환'의 모퉁이를 돌아가는 방법’이었는데요. 커리어 전환이라는 모퉁이를 돌면서 희진님이 생각하는 ‘일의 기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들려줬어요.
“커리어 전환의 모퉁이를 돌다 보니, 돌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 때문에 불안하고 답답했어요. 그런데 모퉁이를 돌고 나니까 그 시간이 결국은 내 안의 고민과 방황이 재정의되는 과정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대학 졸업 후 회사원으로 취직했던 희진님은 퇴사 후 바텐더, 쇼핑몰 운영자, 온라인 마케터, 병원 코디네이터 등을 거쳐 서울에서 제약회사 세일즈맨으로 일하게 되는데요. 초고속 승진을 거쳐 30대 중반에 경영관리 본부장 자리까지 올라가게 돼요. 희진님은 “숫자로 증명하는 건 자신 있었다, 인정과 평가에 중독돼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어요. 하지만 막상 원하던 위치까지 올라가 보니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다고요.
“여자 후배들이 ‘김희진 본부장처럼 되고 싶다'고 하면 너무 부끄러웠어요. 집에 들어오면 밤 11시이고 주말에도 늘 출근을 해야 했어요. 어느 순간, 일을 하면서 스킬적인 부분은 성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이외의 부분은 파괴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제적 자유는 얻었을지 몰라도 그 이외의 자유는 다 내려놓고 있더라고요. 건강도 잃고 남편, 조직 내에서도 압축 성장을 하면서 놓치고 있는 것들이 분명 있었어요. 더 안 좋은 모습이 되기 전에, 제가 스스로 멈출 수 있을 때 멈추고 싶었어요.”
20~30대에는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기 위해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다는 희진님.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희진님의 커리어도 새롭게 태어났다고 해요. 그전까지는 일이 자신을 평가하는 도구였다면, 이제는 일이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수단이 된 거죠. 퇴사 후 두 번째 직업은 “나다운 모습으로 삶의 목적과 정체성이 일치되는 일을 지속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는 희진님. 넥스트 커리어를 위해 퇴사 후 1년 반을 정말 치열하게 공부했다고 해요.
커리어 전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는데요. 희진님은 ‘환상방황'이라는 말을 꺼냈어요. 길을 찾아간다고 앞으로 나아가지만 실제로는 같은 지역만을 맴돌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데요. 희진님은 “퇴사 후 저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과거의 명함을 계속 품고 다녔다"면서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지 못하면 계속 갔던 길을 맴돌게 된다"고 말했어요. 희진님은 “누가 등 떠밀어서 회사를 나온 게 아니라 스스로 나왔지만 그 마음이 얼마나 비참하고 지질했는지, 블로그에 그대로 공개했다"고 말했어요. 그제야 회사와 나를 분리할 수 있었다고요.
희진님은 올해로 4년째 커리어 코치로서 매년 약 100명의 여성을 만나고 있는데요. 희진님이 커리어 코칭을 통해 만나는 분들 평균 연령이 37.9세라고 해요. 진로 고민은 대학생 때나 하는 줄 알았는데, 연차가 쌓이고 생애주기가 변화하면서 커리어 고민도 새롭게 생기는 거죠.
즐겁게 할 수 있으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정말 쉽지 않은데요. 희진님은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자기 분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커리어 코칭 컨설팅을 받고 자기 관찰 일기를 쓰고 각종 성향, 재능 진단 검사를 받고 자기 분석, 재능에 관한 도서를 읽으며 자기 자신이 쌓아온 경험에 대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해요.
“회사 다닐 때 마지막 3년이 왜 힘들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제가 잘할 수 없는 것들을 잘하는 척하면서 제가 추구하는 커리어 가치와 안 맞는 일을 했다는 걸 셀프 컴패션(Self-compassion, 자기 공감) 하고 나니까 마음이 맑아졌어요.
저는 영향력을 추구하고 팀원을 육성하는 걸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과거에 내가 연봉 얼마 받던 사람인데’ 지금은 그런 거 없이 영향력을 추구하고 내가 만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팀원이라고 생각하고 그분들의 커리어 디벨로퍼로 살고 싶어요.”
희진님은 자신의 커리어 전환 여정을 표로 정리해서 보여줬는데요. 1단계가 경험을 축적하는 시기였다면, 2단계가 퇴사 후 자신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기였고 현재는 3단계로 ‘강점 기반 커리어 코치'로서 영역과 역량을 확장해가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어요.
“누구나 자기 자신을 알아가기는 쉽지 않아요. 보통 커리어 방황이나 자기 탐색은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자기 탐색만큼은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희진님은 책상에 앉아 방황만 하면 제자리를 돌게 된다면서 자신의 ‘커리어 자본'을 발견하기 위해 나와 타인 그리고 진단 도구를 활용해 자신에 대한 정보를 계속 수집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웠는가?’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힘들어했는가?’
‘나는 어떤 사람과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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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진님은 건강한 커리어 방황을 위한 질문을 소개하면서 “질문과 함께 하되 코치, 멘토, 선배, 언니 누구라도 좋으니 ‘충조평판'하지 않을 응원자를 찾으라"고 말했어요. ‘창고살롱' 같은 응원자 말이죠^^
“자유롭게 일하면서 좋은 건 제가 했던 작은 실험이 실패해도 모든 과정이 샘플링이라는 거예요. 이전에는 외부의 평가가 중요했는데 지금은 내가 원하는 일인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지가 중요해요.”
퇴사할 때만 해도 자신의 인생이 실패한 것처럼 느껴졌다는 희진님. 희진님은 “결과적으로 퇴사는 제 삶을 바꾸지 못 했다"면서 “한 순간의 사건이 아니라 사건 이면의 의미를 깨닫는 기간을 통해 삶은 서서히 바뀐다"고 말했어요.
“과거에는 무엇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차장에서 부장이 되고 이사에서 상무가 되고. 지금은 ‘되고 싶다’에서 ‘무엇을 위해 살고 싶다’로 바뀐 게 가장 큰 변화예요. 여성들은 아이를 낳으면서 자신의 고유함을 잃게 되는 계기가 오잖아요. 여성들의 고유함을 찾아주고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Q&A
Q. 경험을 해봐야 아는 경험주의자예요. 프리랜서로 전향해서 전문성 갖고 일하고 싶은데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 우선순위 정하는 방법이 고민이에요.
A.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건 강점도 많고 호기심도 많다는 거예요. 새로운 커리어로의 전환 가능성이 많은 거죠. 내가 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을 거예요. 저 같은 경우에는 자율과 독립성이 중요해요. 예전에는 안 중요했지만 지금은 1순위예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쭉 나열해 놓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커리어 측면에서 5점 만점에서 몇 점인 일인지 매겨보세요. 자율 몇 점, 독립성 몇 점, 영향력 몇 점. 이런 식으로요. 그럼 총점이 나올 거예요.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일종의 공식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이 공식을 적용하지 않으면 환상방황이 되는 거죠.
Q. 너무 열심히 살았어요. 건강도 잃고.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소진되고요. 평가기준을 말씀하셨는데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A. 자기가 고민하고 있고 두려워하고 있는 걸 밖으로 오픈해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건강한 상태라고 하더라고요. 사람이 남은 잘 보는데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우니까요. 나를 인식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평소에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한 어떤 특성을 기억하고 있는지 물어보세요. 내가 갖고 있는 강점, 행동, 재능. 그럼 내 강점도 알고 취약성도 알 수 있을 거예요. 의도적으로 내 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모를 수 있어요.
희진님의 진솔한 스토리에 모두 푹 빠져든 시간이었는데요. 공감과 질문으로 채팅창이 들썩들썩했어요. 스페셜 살롱 이후 A/S 살롱으로 창고살롱 멤버들만을 대상으로 ‘커리어 고민 좀 해 본 40대 언니들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번개가 열리기도 했답니다. 런치 번개 후기는 창고살롱 레터에서 보실 수 있어요.
정리/편집 : 창고살롱 살롱지기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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