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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May 03. 2021

"끝인 줄 알았는데"...내 일 찾은 '경력공백' 5년

[레퍼런서 살롱] 전혜영 창고살롱 살롱지기 / 공동창업자


삶의 변곡점에서 나만의 선택을 내린 경험이 있는 레퍼런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레퍼런서 살롱. 창고살롱 시즌2 첫 번째 레퍼런서 살롱은 창고살롱을 함께 이끌어 가고 있는 살롱지기 혜영이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한 여정을 나눴어요.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일과 삶을 만들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 창고살롱. 창고살롱에서는 멤버들을 '레퍼런서(REFERENC+ER)'라고 부르는데요. 서로가 서로에게 레퍼런스가 된다는 의미예요.


©창고살롱


대기업 경력 10년, '경력 공백' 5년, 소셜벤처 경력 1년 6개월, 현재 창업 6개월 차. 이력서에 보이는 일로만 열정 넘치는 혜영님의 다사다난 커리어 여정을 설명하기엔 부족했어요. 


창고살롱은 사회에서 '공백'이라 말하는 혜영님의 5년에 주목했는데요. "나만 포기하면 되는 줄 알았다", "내 커리어는 끝난 줄 알았다"던 혜영님이 왜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어떻게 다시 열정을 되찾아 창업까지 하게 됐는지 궁금했죠.


혜영님은 자신의 일과 삶 여정의 변화를 3가지 키워드로 소개했어요. 일이 곧 나이자 삶이였던 워커홀릭에서 일 vs. 삶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양자택일의 순간, 그리고 지금 일과 삶의 조화로운 균형을 찾고 있는 Work In Life까지. 이어 지속가능한 일과 삶을 고민하게 된 지금에 오기까지 겪었던 3번의 변곡점에 대해 이야기 나눴어요.


©창고살롱




1. 첫 번째 변곡점 : 경력 공백, 5년


혜영님은 대기업에서 재무, 글로벌 마케팅, 브랜드 전략 등 분야에서 10년 동안 일했어요. 일 밖에 모르던 삶은 결혼과 두 번의 임신, 출산으로 조금씩 균열 가기 시작했는데요.


둘째 아이 육아휴직 후 복직하며 일과 삶이 충돌되는 지점을 경험하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를 맞닥뜨렸어요. 엄마의 사랑이 '쫄쫄쫄'인줄 알았던 첫째 아이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콸콸콸'을 경험했는데 다시 '똑똑똑'으로 돌아간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던 거죠.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해 견뎌내는 아이가 있고 평생 트라우마로 가져가는 아이가 있는데 저희 아이는 후자로 타고난 것 같다'고, 그래서 '엄마가 필요한 아이'라는 말을 듣는데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계속 눈물만 흘렸던 것 같아요. 8-9년 전인데 아직도 이 순간이 생생해요. '이제는 내가 포기해야 되나 보다' 저절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 시기에 누구에게도 '커리어에 욕심 갖고 잘하고 있다' 이런 말을 듣지 못했던 것 같아요. 남편도 저를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했어요. 아이들을 기다리거나 포기하게 만들고 친정 부모님도 힘들게 만든다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번아웃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냉정하게 판단하거나 의사결정 할 수 있었던 시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5년의 '경력 공백'이 시작됐어요. 혜영님은 “지금 돌아보면 ‘공백'이라고 얘기하지만 그땐 그냥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죠. 


©창고살롱


워커홀릭에서 

전업주부, 학부모, 학생으로


갑자기 명함이 없어진 자연인 전혜영을 어떻게 소개해야할지 난감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를 소개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혜영님은 "전업주부, 학부모, 학생이라는 3개의 정체성"으로 5년의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어요.


일에 매이지 않는 전업주부가 되면서 보상이라도 받겠다고 다짐한 듯 회사 다닐 때는 할 수 없었던 시도를 많이 했던 혜영님. 아이들과 양질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는데요. 두 아이와 함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한 번도 가본적 없는 호주 멜버른으로 한 달 살기를 떠나기도 했어요.


소통이 잘 못 돼 둘째 아이를 교육기관에 보낼 수 없게 된 걸 호주에 도착하고서야 알게 되었는데요. 영어 그림책을 탐구하는 ‘혼자만의 시간’ 꿈은 깨졌지만 아이와 호주 여러 지역 도서관을 다니며 더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아이를 데리고 모든 도서관 활동에 참여하니까 한 도서관을 관장하는 사서가 저를 신기하게 생각해 말을 걸었어요. 제 사정을 듣더니 도서관 사서들을 모두 모아 저만을 위한 특별한 미니워크숍을 열어줬어요. 여기서 제가 궁금했던 모든 정보와 전문가 추천을 받았어요. 잘 짜여진 전략, 로드맵보다 더 중요한 건 주어진 상황과 환경을 즐기려고 노력한 시도와 경험이라는 걸 깨달았죠"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면서 학부모로서 사교육 로드맵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이또한 "아이들이 내가 짠 로드맵 대로 가는 게 아니"라는 걸 금방 깨달았어요. 운동에 관심 없고 달리기 꼴찌였던 첫째 아이가 우연한 기회로 농구를 경험한 후 갑자기 농구선수가 된 거죠. 영화에 나오는 기계체조를 보고 반한 둘째 아이는 비등록 선수로 대회에 나가 서울시 2등을 하기도 했고요. 이런 아이들을 보며 혜영님은 "무언가를 시도할 때  검증된 커리큘럼 혹은 필요 역량, 자질보다 더 중요한 건 자발적 관심과 열정"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시간 여유가 생겨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요. 퇴사 후 남은 스킬 두 가지, 엑셀과 영어를 바탕으로 영어독서지도사와 테솔 자격증을 따기도 했어요. 보람있는 일이었지만 전에 일을 하면서 느꼈던 감각은 없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직업적으로 혜영님과 맞지 않았던 거죠. 처음으로 나를 탐색하는 시간을 보내며 "자신이 어른과의 지적 대화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그 부분이 내게 일한다는 감각을 주는 요소"라는 걸 깨달았어요.


전업주부, 학부모, 학생 3가지 정체성으로 여러 시도를 하며 많은 걸 깨달았던 5년이었지만 혜영님은 "커리어적으로는 고독했던 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창고살롱




2. 두 번째 변곡점 : 커뮤니티


혜영님에게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건 3개의 커뮤니티였어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기회로 연결되는 것이 스펙이나 역량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 되는 거라는 걸" 배우게 된 경험이었죠.


길어진 경력 공백으로 다시 일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던 혜영님. 일을 향한 열정은 그저 마음에만 품고 있었는데요. 혜영님이 얼마나 일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던 사람이 있었어요. 일하는 두 아이 엄마로서 혜영님의 마음을 이해했던 전 직장 동료였죠.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기회와 기반이 없어 못하고 있는 혜영님에게 자신의 회사에서 진행하는 엄마, 아빠를 위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추천했어요.


구글캠퍼스의 엄마를 위한 캠퍼스(Campus for Mom)였죠. 창업은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거리가 먼 키워드라 망설였지만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결국 지원했고, 다시 사회로 발을 내딛는 첫걸음이 됐어요. 이곳에서 창고살롱을 함께 만든 살롱지기 인성을 만나기도 했죠.


혜영님이 다시 일할 기회를 만난 두 번째 커뮤니티는 경력 보유 여성의 재취업을 도와주는 프로그램 '임팩트 커리어 W'였어요. 창업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창업 생태계를 경험해보자는 마음으로 재취업을 선택했던 건데요.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여러 차례 시도해봤지만 나에게 꼭 맞는 일을 찾기란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았어요.


다시 일할 기회를 잡기 위해 분투하던 혜영님을 계속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어요. 서현선 당시 진저티프로젝트 공동대표였는데요. 진저티에 인원이 더 필요하거나 혜영님이 지원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혜영님의 "일에 대한 열망과 절실한 마음"을 보고 함께 일해볼 것을 제안했다고 들었어요. 진저티프로젝트 또한 경력 보유 여성들이 다시 일을 하기 위해 함께 만든 회사였어요.


혜영님은 진저티에서 경력 보유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기획・운영하고 ‘일과 여성'을 주제로 한 출판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는데요. 특히 출판 프로젝트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출판 경험이 없는 새내기 편집자, 효율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프로젝트, MZ세대라 불리는 90년대생 대학생들과의 협업... 뭐 하나 쉬운 게 없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던 커리어 고민을 함께, 깊이 하며 나를 발견하는 경험이었어요. 혜영님은 책 <롤모델보다 레퍼런스>를 만든 경험이 "가장 중요한 커리어 변곡점이자 내 커리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창고살롱


3.  세 번째 변곡점 : 사이드 프로젝트 


그저 일만 했다면 혜영님은 여기, 창고살롱까지 오지 않았을 거예요. 호기심 넘치는 혜영님은 일 외에도 여러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는데요. 커뮤니티를 통해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가 또 다른 연결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며 자신의 일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살롱지기 인성, 현진과 했던 사이드 프로젝트 '창고살롱'은 몇 번이고 망설였던 창업을 가능하게 했어요. 처음엔 실험이었던 '창고살롱'으로 더 많은 레퍼런스가 필요하다는 걸 확신하게 됐고 W Plant를 공동 창업, 본격적으로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창고살롱'을 시작하게 됐죠.


'임팩트 커리어 W' 동료들과 경력 보유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북클럽을 하다 만든 팟캐스트 '할 일 많은 여자들'은 현재 시즌2를 진행하고 있어요. "공감할 수 있는 서사를 나누며 연결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 서사 공유와 연결을 계속 실험하고 있어요.


<롤모델보다 레퍼런스>에 이어 서로의 성장을 돕는 커뮤니티 엑사(EXA)에서 또 다른 20대를 위한 출판 프로젝트를 하며 MZ세대 동료들과의 연결도 이어가고 있고요.




©창고살롱


전통적인 이력서에서는 잘 표현하지 못하는 커뮤니티, 사이드 프로젝트 같은 요소들이 포함된 다채로운 서사를 듣고 나서야 혜영님이 충분히 설명되는 것 같았어요.


"제 일과 삶의 여정 중 일과 삶이 통합되고 서로를 강화하는 지금의 Work In Life 단계에 오기까지 변곡점 3가지를 말씀 드렸는데요. 경력 공백 5년도 중요한 변곡점이었어요. 그 시간을 통해 세상이 성공이라고 말하는 스펙 보다 나만의 고유한 스토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거든요."


혜영님은 살롱 마지막에 책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김호 지음)>의 구절을 소개했어요.                    


"요즘처럼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인지, 일을 통해 나는 어떻게 변하고 싶은지, 일을 통해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은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직업의 종말>을 쓴 작가 테일러 피어슨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하거나 다른 사람이 지시하는 것을 하는 거라고 경고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계속 질문하는 사람이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간다.”


책 <롤모델보다 레퍼런스>를 만들며 스스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던 혜영님. "이 시간을 통해 사람들에게 더 관심 갖게 되었고 궁금한 게 많은, 질문하는 사람이 된 거 같다"고 하는데요. "더 많은 레퍼런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살롱지기 인성, 현진과 창고살롱을 열게 됐다"며 "여러분에게 더 많이 질문하고 또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창고살롱을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강조하며 살롱을 마무리했어요.




커리어 방황기나 삶의 변곡점에 서 있는 분들이 주로 창고살롱을 찾으시는 것 같아요. 이미 스스로 가진 게 많은데 잘 모르거나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다양한 레퍼런스가 필요한 분들이죠. 그래서 살롱지기들은 레퍼런서 멤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질문하면서 더 많은 서사를 발굴해 더 나은 레퍼런스를 만들려고 해요. 사회가 주목하는 대단한 성공, 멀리 있는 롤모델이 아니라 지금 바로, 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서사와 레퍼런스죠. 혜영님의 이야기처럼요.



다음 레퍼런서 살롱 주인공은 수제 그래놀라와 비건 디저트를 파는 작은 가게 '고마워서 그래'를 운영하고 있는 레퍼런서 신두란님이에요.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빵을 찾아 기차 여행을 다니다 비건 베이킹 공부를 시작한 두란님. 덕분에 음식 알레르기로 힘든 엄마가 아니라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엄마가 되었어요. 음식 알레르기에 대한 오해와 편견 때문에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모두가 믿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은 꿈이 생겼거든요.


7년간 전업주부로 살아오다 고마운 사람들 때문에 창업한 지 1년. 욕심내지 않고 소소하게 벌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초보 창업가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신두란님의 레퍼런서 살롱은 창고살롱 멤버들만 참여할 수 있어 창고살롱 매거진 후기로 만날게요. 많이 기대해 주세요.




정리/편집 : 창고살롱지기 인성


* 지속가능하게 일하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레퍼런스가 궁금한가요?

격주 화요일 오전에 발행되는 창고살롱 레터를 구독해주세요. :)


* 나의 서사가 레퍼런스가 되는 곳, 창고살롱 소식은 인스타그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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