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더티브 Dec 09. 2018

아무도 안 알려준 멘붕 임신 증상 네 가지

[엄마발달백과] 잘 알지 못했던 고통스러운 임신 증상들에 대하여

육아책의 주어는 늘 아이입니다.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해야 할 것을 끝없이 나열합니다. 그럼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은 없습니다. 육아는 아이도 엄마도 함께 자라게 합니다. '엄마발달백과'는 임신·출산·육아를 전지적 엄마 시점으로 다시 씁니다. 매주 월요일 만나요.


[엄마발달백과 - 임신편 ]


안녕하세요. '마더티브'에서 애둘맘을 담당하고 있는 에디터 인성입니다.

‘엄마발달백과’의 첫 번째 이야기인 임신에 대해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 문득 그날들의 기억(이라 쓰고 ‘고통’이라 읽는)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첫째 아이는 36개월, 둘째 아이는 8개월이 되어가는데도 말이죠.

미디어엔 어쩜 그리 아름답고 우아한 임신부들이 많은지... 저만 고통스러운 못난이인 것 같아 서러웠고 자책까지 했어요. 지질해 보이기 싫어서 일부러 더 아닌 척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두 아이를 출산하고 이제 와 주변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저만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우아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죠. 늦게나마 나눈 이야기들이 위로가 많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제가 그랬던 것처럼 당황하고 있을 그대를 위해 아무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던 임신의 실상, 멘붕 임신 증상을 까발려보려 합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네 가지 증상을 꼽아봤어요.



1. 물도 안 먹었는데 살이 쪄요


영화 <툴리>의 한 장면. 샤롤리즈 테론은 임신부를 연기하기 위해 살을 22kg 찌웠다.


첫 아이 임신을 알았을 때, 제 생애 가장 날씬했었어요. 그 몸을 잃고 싶지 않았죠. 그런데 입덧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체중이 늘더라고요. 맹세코 전 정말 많이 먹지 않았는데 나날이 몸은 불어만 갔습니다. 당시엔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하필 티가 많이 나는 팔뚝, 엉덩이, 허벅지 같은 곳에 살이 붙어 너무 싫었어요. 임신 중에 다이어트를 할 생각도 했다니까요.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었죠.

체중 증가는 임신 증상의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일 텐데 어쩜 그리 싫었는지. ‘완벽한 D라인’ 같은 미디어가 만든 임신 환상 때문이었겠죠. 체질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전 정말 물도 안 먹어도 살이 찌더라고요. 총 15kg이 쪘는데 의사가 많이 찐 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출산 후 고된 육아와 약간의 운동, 복직 스트레스(ㅠㅠ)로 몸무게가 원상 복귀되긴 했습니다.

그리고 둘째 땐 마음 편히 지냈어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살이 찔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언제 이렇게 마음 놓고 살쪄보겠나 싶어 도리어 마음껏 먹고 쉬었어요. 그렇게 20kg이 쪘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임신 중 체중 증가는 평균 11~16kg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니 잘 먹고 푹 쉬세요! 체중 조절이 필요하면 의사가 다 얘기해주더라고요. 가끔 지방이 아니라 붓기일 수도 있으니 잘 관찰하시고요.

참,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풍만한 가슴은 덤. 즐겨요, 즐겨.



2. 거뭇거뭇... 얼룩이가 되어가네


짙어지는 목주름, 거뭇거뭇한 겨드랑이, 배에 선명하게 그어진 보랏빛 임신선, 빅파이가 될 기세로 짙어지고 커지던 유륜.


정말 충격적이고 당혹스러운 것들이었어요. 태어나 처음으로 겪는 신체 변화인 데다가 아름다움, 우아함 같은 것들과는 거리가 아주 멀어 보이잖아요.

임신한 게 아니라 마치 늙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난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는 거구나’라며 삽질을 해댔죠. 남들에겐 보이지도 않는 것들인데 나이 들어 보일까 봐 혼자 엄청나게 의식했어요.

다행히 출산 후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점점 사라졌는데 임신선은 아직 희미하게 남아있어요. 사람에 따라 없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네요. 하... (feat. 늘어진 뱃살)



임신 후 신체 변화를 매.우.솔.직.히 그린 쇼쇼의 웹툰 <아기 낳는 만화>



3. 앉아도, 누워도 고통스러운 치골통


첫 아이 때는 이 고통을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이상하게 Y존이라 불리는 부근의 뼈가 빠질 것처럼 너무 아픈 거예요. 그곳에서 시작한 통증은 양쪽 골반으로 이어졌고요. 이 고통으로 태어난 지 33년 만에 ‘치골’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마침 회사에서 수년간 쌓여있던 물품 정리를 몇 날 며칠 해야 했는데 그땐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요. 많이 서 있어서 그런가 싶어 최대한 앉거나 누워있어 보았는데도 고통은 여전했습니다.

아름다움은 개뿔. 나중엔 제대로 걷지도 못해 삐딱한 자세로 다리를 절며 다녔어요.

건강 하나는 자부했던 터라 속이 상했습니다. 임신 전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아픈 줄 알고 자책했어요. 그런데 찾아보니 나름 흔한 임신 증상 중 하나더라고요. 태아의 압박으로 인한 것이라고.

첫 아이 때처럼 제왕절개 수술 일주일 전까지 일할 계획이었는데 결국 GG치고 남은 휴가를 모두 끌어모아 최대한 빨리 출산휴가에 돌입해 환자처럼 누워지냈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의사에게 치료 방법을 물었죠. “애를 낳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곤 정말 출산과 동시에 싹 나았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 (하지만 또 다른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



4.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시도 때도 없는 생리현상


"나는 혼자서 미친년처럼 여기저기 화만 내고, 감기 걸려도 약도 못 먹고, 아무 때나 방귀나 뿡뿡 뀌어대고 있는데!" <막돼먹은 영애씨> 한 장면. (출처 : tvN)


이런 것까지 얘길 해야 하나 엄청나게 고민했지만 사실 임신부들 대부분이 겪고 가장 당황스러워하는 증상 중 하나이기에 용기 내 봅니다. 저 역시도 이게 가장 힘들었고 정말 치욕스럽기까지 했죠.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방광을 누르기 시작하니 시도 때도 없이 소변이 마려운 거예요. 몇 번이고 화장실을 들락날락. 여기까진 괜찮았는데 정말 당황스러웠던 건 ‘찔끔’이었습니다.

얘기할 때마다, 웃을 때마다, 걸을 때마다 찔끔, 찔끔, 찔끔. 아, 정말이지 여자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치욕의 끝을 이렇게 맛보는구나 싶기까지 했어요. 점점 심해져서 막달에는 생리대가 필요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죠.

방귀는 또 왜 이리 안 참아지는지 첫아이 임신 때 결국 남편에게 방귀를 터버렸습니다. 뿡뿡이가 따로 없었네요. 미안해, 남편.

제어할 수 없는 몸뚱이가 감당이 안 됐어요. 이쯤에서 모든 것을 놓아 버렸죠. 임신은 절대 아름다울 수 없다며. 괜한 배신감과 반발심을 만삭 사진 안 찍는 걸로 풀었습니다.

끝! 하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여기서 진짜 끝이 아니죠. 이 외에도 입덧, 만성피로, 가려움증이나 여드름과 같은 피부 트러블, 불면증 등 더 많은 증상이 임신부들을 괴롭힙니다.

임신이 숭고하고 아름다운 과정인 것도 맞지만 실상은 고통스러운 부분들이 더 많아요. 엄마가 수많은 고통을 감내해야만 소중한 새 생명을 만날 수 있는 것이죠.

조금이나마 예비 엄마들에게 위로가 되길, 그리고 예비 엄마들을 위한 배려가 늘길 기대하며... 그리고 출산! 우리는 더 많은 멘붕을 겪게 됩니다. 마음의 준비를 단디 합시다.



마더티브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mothertive

마더티브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mothertiv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