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ITEM] 아이와 함께 '타다' 탈 때 알아야 할 모든 것
택시 타는 게 무서웠다. 어디로 가주세요, 말해도 기사는 대답을 안 했다. 내비게이션 찍고 가달라고 하면 짜증 섞인 목소리. “어떻게 가는지 몰라요?” “내비가 고장 났는데.” 차 안에는 담배와 방향제 냄새가 짙게 배어있고, 운전대 옆 기사의 휴대폰에는 쉴 새 없이 콜이 떴다.
기사가 말을 많이 해도 곤란했다. 정치적 이야기라도 나오면 진땀이 났다. 대체 어떤 답변을 해야 하는 건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한 번은 택시 탔다가 기사 손주의 식성과 비만도와 며느리와 사돈에 대한 하소연까지 들어야 했다. 네네. 아무리 단답형으로 대답해봐도 소용없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택시 타는 게 더 두려웠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 챙기랴 짐 챙기랴 승차하는 순간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기사가 난폭운전을 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괜히 뭐라고 말했다가 해코지당할까 봐. 더 난폭운전할까 봐. 아이를 더 꼭 껴안는 수밖에.
이 차를 타고 있는 순간만큼은 생면부지의 운전사가 나와 아이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택시를 타는 건 엄청난 감정노동이었다. 이래서 엄마들이 운전면허를 따는구나 싶었다. 집에 차가 있지만 남편이 없으면 무용지물이었다.
어린아이는 좁은 택시 안을 답답해했다. 창문을 내리고, 앞좌석을 발로 차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좀처럼 통제가 안 됐다. 울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럴 때면 기사에게 눈치가 보였다.
대놓고 뭐라고 하는 기사도 있었다. 한 지인은 아이가 택시에서 너무 많이 울고 소리 질러서 쫓겨난 적도 있다고 했다. 물론 모든 기사가 그런 건 아니다. 아이를 보더니 손주 같다며 다정하게 대해주는 친절한 기사도 있었다. 복불복이라는 게 문제였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택시를 타지 않게 됐다. 비 오고 눈 오는 날에도 헉헉대며 유모차를 끌었고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기사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친절하다'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TADA)’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단 두 가지였다. 지난 10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는 입소문을 타고 한 달 만에 앱 다운로드 횟수 10만 건을 돌파했다. SNS에는 타다에 대한 ‘간증’이 이어졌다. 동시에 기존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오죽했으면 운전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겠냐는 것이다.
3살 아이가 감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가지 못했던 지난 한 주. 아이를 데리고 타다를 두 번 타봤다. 첫 번째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광화문, 두 번째는 성산동~광화문. 모두 평일 오전 시간이었다. 아이와 함께 타다를 이용하기 전에 참고할 것들을 정리했다.
1. 기사가 정말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친절해?
두 번 모두 매우 친절했다. 타자마자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며 안전벨트에 대한 안내를 했고, 이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이용할 때는 유모차를 들고 탔는데 기사가 직접 내려서 유모차를 트렁크에 실어줬다. 내릴 때도 유모차를 꺼내 줬다. 이게 뭐 대단한 일인가 싶겠지만 택시를 타면서는 대부분 내가 직접 유모차를 싣고 내렸다. 아이를 안거나 손에 잡고서. 아니면 내려달라고 따로 부탁해야 했다.
남편도 야근 후 나의 추천으로 타다를 두 번 이용했는데 한 번은 보통, 한 번은 매우 친절했다고.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손님이 먼저 말을 걸기 전에 말을 하지 않는다는 매뉴얼이 있는 것 같다. 남편의 여자 직장동료는 그런 이유로 무조건 타다만 이용한다고.
2. 안전운행은?
아이와 함께 탈 때 가장 중요한 점. 두 번 모두 안전운행을 했다.
택시를 탈 때면 늘 불안했다. 차는 빨리 달리며 곡예운전을 했고, 욕설과 경적은 덤. 나도 모르게 손잡이를 잡게 됐다. 타다 드라이버는 시간당 1만 원 시급제다. 일한 시간만큼 돈을 받기 때문에 무리해서 손님을 태울 필요가 없다. 한 타다 운전사는 이렇게 말했다.
“최대한 과속, 급정거, 급커브 안 하려고 해요. 타다는 빨리 달려서 손님 많이 태운다고 돈 많이 주는 거 아니니까. 최대한 안전하게 운전하려고 해요.”
도착지를 확인한 타다 운전사는 정말 아무 말도 없이 운전에만 집중했다. 운전대 옆에 휴대폰을 꽂아 놓았지만 ‘콜’은 울리지 않았다. 일반 택시를 타면 쉴 새 없이 콜이 울렸다. 운전을 하면서도 기사는 계속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물론 생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음 손님을 받아야 하니까. 하지만 내비 보랴 콜 받으랴 저렇게 해서 운전에 집중할 수 있을까 불안했다. 운전사의 안전도 걱정됐다.
3. 택시와 비교했을 때 요금은?
타다 운전사에게 요금에 대해 물었다.
“10% 정도 비쌀 거예요. 대신 이동거리 기준이라서 차가 막혀도 요금이 올라가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집에 와서 찾아보니 타다 요금은 일반 택시보다 10~30% 정도 비싸다고 한다. 타다를 호출할 때 앱에서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예상 시간과 함께 예상 요금이 나온다. 마포구 성산동~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찍자 9700원~12300원이라는 예상요금이 떴고, 실제로는 10900원이 결제됐다.
네이버 지도에서 같은 구간의 택시요금을 검색해 보니 경로에 따라 9200원~9800원이 나온다. 교통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10% 정도 차이가 난다.
4. 그래서, 돈 더 내고 탈만해?
타다를 이용해 본 남편은 기사가 말 안 시키는 것을 제외하고는 굳이 돈 더 주고 타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 남편은 평소에도 택시 타면서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단다.
평소 택시가 불편했던 나 역시 혼자 타다를 이용한다면 요금이 살짝 부담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라면 타다를 이용하고 싶다.
먼저 공간이 넓다. 11인승 차량(카니발)이라 차 안이 널찍했다. 안전벨트를 매고 아이를 무릎에 안았더니 아이가 발을 뻗어도 앞좌석에 닿지 않았다. 뒷좌석에도 3명이 더 앉을 수 있다. 최대 5명(유아 동반 승객은 최대 7명)까지 탑승 가능하다고. 예상치 못한 단점은 아이가 계속 뒷좌석에 가고 싶다고...(부글부글)
차 안은 쾌적했다. 영업한 지 얼마 안 된 새 차량이라 그런지 깨끗했고, 은은한 디퓨저 향이 났다. 차 안에서는 무료 와이파이가 이용 가능하다. 두 번째 탑승했을 때는 와이파이에 접속해서 아이에게 넷플릭스를 보여줬다. 좌석 앞에는 젠더별 스마트폰 충전기가 비치돼있었다.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자동결제와 자동문도 편리했다. 택시는 내리는 순간이 가장 긴장된다. 짐 다 챙겼는지 확인해야 하고, 카드도 꺼내야 하고, 카드 결제가 승인되자마자 아이와 짐과 카드를 챙겨서 재빨리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뒤에서 차라도 빵빵거리면 마음이 급해진다.
타다는 카드를 따로 내밀 필요 없이, 앱 가입할 때 미리 등록한 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앱에 탑승 내역과 요금 상세 내역이 떴고, 가입할 때 등록한 이메일로 타다 영수증과 계약서가 왔다. 처음 탔을 때는 12월 가입 웰컴쿠폰 5천 원을 이용했다.
마지막으로 내릴 때 자동문. 아이 데리고는 차문 닫는 것도 일인데, 저절로 닫히니 편했다.
5. 아쉬운 점은 없었어?
두 번째로 타다를 이용했을 때 돌아오는 길에도 타다를 타려고 했다. 날은 춥고 유모차에 감기 걸린 아이에... 버스나 지하철 타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서울 정동에서 오후 5시쯤 타다를 호출했다. 전체 차량이 운행 중이라며 배차를 받지 못했다. 한번 더 시도했지만 마찬가지였다.
타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기사를 호출한다. 여기까지는 카카오 택시와 똑같다. 다른 점은 기사가 고객을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과 가까운 곳에 있는 기사가 자동으로 배차된다는 점. 타다는 서울 시내 승합차 300대에 기사를 배정해 구역을 나눠서 대기시킨다. 덕분에 승차 거부가 없다는 것이 타다 측의 설명이다.
타다가 홍보하는 ‘바로 배차’가 가능하려면 차량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할 것 같다. 현재까지는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큰 길가로 나오니 ‘빈차’라고 적힌 택시가 줄줄이 나왔다. 결국 택시를 탔다.
또 한 가지는 타다에 아쉬운 점이라고 보기는 애매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중요한 지점. 경찰은 12월 한 달간 전 좌석 안전벨트 특별단속을 하겠다고 밝혔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그럼 택시 탈 때는 어떻게 하냐고. 카시트가 설치돼있는 것도 아니고, 카시트를 들고 탈 수도 없는데. 아이 데리고 외출하지 말라는 소리냐는 반발이 나왔다.
타다를 탔을 때 첫 번째는 카시트가 없으니 안전벨트를 매고 아이를 안고 타라는 안내를 받았다. 두 번째는 아이를 2열 보조의자석에 앉혔는데 안전벨트를 찾지 못해 한참 애를 먹었다. 운전사도 아직 차량이 익숙지 않은지 당황했다. 결국 다시 아이를 무릎에 앉혔다(타다 측에 확인해 보니 전 좌석에 안전벨트가 있다고 했다).
이런 경우에는 문제가 될까? 타다 측에 문의를 해봤다. 교통법규에 관련된 내용이므로 정확한 답변을 주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문의했더니 카시트를 이용할 수 없는 현실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뒷좌석에 아이를 안고 타는 경우까지 과도하게 단속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택시뿐만 아니라 타다와 같은 차량도 마찬가지라고.
참고로 타다는 영유아 동반탑승과 관련해, 현실적인 카시트 비치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빨리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하게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 아이와 함께 마음 편히 외출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