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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May 05. 2019

남편이 육아용품 사면 벌어지는 일

[반반육아] 남편과 육아를 함께하는 꽤 확실한 방법

임신 전, 육아는 남편과 제가 당연히 함께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로 아이가 생겼으니 그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고요. 하지만 육아에 주책임자와 부책임자가 있다면 저는 명백한 주책임자였습니다. 10달 동안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던 사람도, 온 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겪으며 아이를 낳은 사람도, 바로 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봐야 했던 사람도. 모두 엄마인 저였어요.
 
남편이 육아에서 저처럼 주체가 되기를 바랐어요. 출산을 앞두고 출산용품을 준비하던 시기, 남편에게 출산용품 구입을 전적으로 맡겼습니다. 남편은 엑셀에 출산용품 리스트를 만들어 매일 인터넷을 검색했어요.
 
여전히 육아용품은 남편 담당이에요. 기저귀를 다 쓰고 나면 남편은 포장지 겉면에 있는 쿠폰을 잘라서 하나하나 모읍니다. 이렇게 하면 저렴하게 기저귀를 살 수 있다고요.
 
소개합니다. 남편이 육아용품을 사면 벌어지는 일들.


1. 관심


아이 물건을 사려면 아이에게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해요(출처 : unsplash)


우리가 소비하는 것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하잖아요. 아이 물건을 사려면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잘 살펴야 해요.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기저귀의 예를 들어볼까요. 아이에게 기저귀가 작거나 크지는 않은지, 발진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계속 잘 살피면서 기저귀를 주문해야 해요. 자연스레 아이의 발달 상태에 계속 관심을 갖게 될 수 있겠죠?  


2. 소통


육아용품 정보는 너무나 많습니다(출처 : 마더티브)


육아용품 정보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만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믿을 수 있는 정보를 가려내는 건 쉽지 않죠.
 
‘출산용품 다시보기’ 시리즈에서도 강조했듯이 육아용품은 정말 ‘애 바이 애’입니다. 블로그에서는 이 용품만 쓰면 모든 게 마법처럼 다 해결될 것처럼 광고하지만 실상 내 아이에게는 안 맞는 경우도 굉장히 많죠. 남편도 이 점을 힘들어 했어요. 정보를 어떻게 취사선택할 것인가. 그러다 보니 ‘안전빵’으로 비싼 걸 사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빠들에게는 육아정보를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부족해요. 주변에 육아에 관심이 있는 아빠들이 있기는 해도 엄마들만큼 정보를 잘 알지는 못하니까요.
 
저랑 남편은 최대한 자주 소통했어요. 남편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고, 저는 주변 엄마들에게 정보를 얻었어요.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도 계속 공유를 했고요. 저희 아이는 피부가 예민한 편이었어요. 아토피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아토피성 피부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요. 아이에게 이 로션을 발라봤더니 어떤 부분이 안 맞더라, 주변에서 들으니 어떤 로션이 좋다더라, 대화하면서 계속 아이 피부 타입에 맞는 로션을 찾아갔어요.
 
기저귀, 분유, 물티슈, 젖병, 쪽쪽이, 빨대컵, 세제, 간식...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쳐서 구입했어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함께 육아한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대화도 더 자주 하게 되고요.


3. 자신감


남편은 육아용품을 전담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했어요(출처 : unsplash)


이 글을 쓰면서 남편에게 물어봤어요. 육아용품을 전담하면서 좋은 점이 뭐냐고. 남편은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육아용품이 어떤 기능과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본 후 주문했으니 저보다 훨씬 더 그 육아용품을 잘 쓸 수 있게 됐다고요.
 
유모차가 대표적인 예에요. 반면 저는 남편에게 의존하다 보니 초반에 유모차 작동법을 잘 몰라서 애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역시 관심을 갖는 만큼 잘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각 분유마다 타는 방법이 다른데 남편이 먼저 숙지해서 저한테 알려줬고, 남편이 검색하다 알게 된 신문물인 일회용 젖병은 여행할 때 유용하게 썼어요.
 
여기에 덤으로 남편은 육아용품 쇼핑하면서 자신의 소비욕을 충족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해요. 제가 아기 옷 사면서 대리만족 하는 심정이랄까요.


4. 책임감


남편이 열심히 잘라서 모은 기저귀 쿠폰(출처 : 마더티브)


남편이 육아용품을 산다고 하면 다른 엄마들은 묻습니다. 남편에게 잔소리 하게 되거나 불안하지 않냐고요. ‘남편이 과연 잘 할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거죠. 그냥 남편에게 시키느니 내가 하는 게 속편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편에게 육아용품 구입을 맡기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원칙은 한 가지입니다.
 
‘잔소리 하지 말자.’
 
회사 업무를 떠올려 보세요. ‘니가 알아서 하라’고 해놓고 일일이 개입하고 지적하면 그 일을 열심히 하고 싶을까요? 자기 일이라는 생각이 들까요? 적어도 저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권한을 준다면 책임도 함께 줘야 ‘내 일’이라고 받아들이게 돼요.
 
남편도 저도 애 키우는 건 처음입니다. 사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렇게 육아용품 종류가 많은지 몰랐어요(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지도요ㅠㅠ) 엄마에게만 육아용품을 잘 고르는 DNA가 있을 리 없습니다. 
 
물론 남편의 선택이 마음에 안 들 때가 있었어요. 남편은 아이에게 독일에서 직구한 분유를 먹였어요. 솔직히 아이가 분유에 민감한 편도 아닌데 굳이 번거롭게 직구를 해야 할까 싶었죠. 중간에 수급 대란 때문에 애를 먹기도 했고요. 그래도 남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요(어차피 직구하는 건 남편이니까^^).
 
남편이 인터넷 검색을 못하는 것도, 인터넷 쇼핑을 할 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요. 꼭 육아용품 구매가 아니라도 한 가지 영역을 정해서 각자 분담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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