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5
미국에 입국한 지도 오늘로 75일째를 맞았다. 미국의 여러 디테일을 들여다보는 일에 몰두하다가 문득 출국이 임박했다는 것을 상기했다.
이틀 뒤 멕시코로 이동을 앞두고 오늘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화들짝 주멕시코 대한민국 대사관 사이트에 접속했다. 여권과 항공권, 체류지의 숙소 예약만 챙기는 일 외에 아무것도 필요한 것이 없었다.
Global Passport Power Rank 2023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Passport Power Rank는 덴마크와 벨기에 등이 속한 3위 그룹으로 무비자입국 가능국가는 176개국(무비자 124개국, 도착비자 51개국, 비자필요 23개국)에 달한다. 이토록 비자 자유도가 높은 여권 영향력을 생각하면 지금, 한국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누리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새삼 놀라게 된다.
●Passport Index
https://www.passportindex.org/byRank.php
단지 멕시코에서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살피며 그들을 이해하고 여전히 미답지같은 내 마음을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준비를 하면 그만이었다.
우리 부부는 질곡의 그들 역사 여정뿐만 아니라 멕시코 한인 이민사를 살필 것입니다. 118년(1905년) 전, '농부모집'이라는 광고를 보고 잘 사는 멕시코에서 비싼 임금으로 풍요로운 삶을 일구기 위해 모인 1033명(남자 702명, 여자 135명, 아동 196명이며 가족은 257가구)이 제물포항에서 멕시코행 화물선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1910년(경술년) 8월 29일, 한일병합(韓日倂合)으로 대한제국이 일본 제국에 병합되어 조국이 멸망하고 만다. 멕시코의 한인 계약 노동자들은 4년 계약이 끝나고도 졸지에 돌아갈 나라를 잃어버렸다. 이 노동자들은 멕시코의 유민이 되어 곳곳으로 흩어졌다. 가슴 아픈 멕시코 이민사의 첫 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촌의 고령화, 인구감소, 인건비 상승으로 농촌의 노동력을 충당할 길이 없는 현실을 타계하기 위해 베트남, 캄보디아 등과 계절근로자 협약을 체결해 외국에서 인력을 수급하고 있다.
1905년, 우리의 할아버지들께서 그들의 부족한 에네켄 농장의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멕시코행 배에 올랐던 것처럼, 동남아 노동자들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118년의 시간은 이렇듯 형편을 반전시켜버렸다. 하지만 아내와 나는 118년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가족들과 이산의 통한을 참으면서 바다위에서 멀어지는 제물포항을 바라보면서 느꼈을 심정으로 멕시코를 살 것이다.
제물포항의 배에 탔던 할아버님들의 후손들을 찾아볼 것이다. 더불어 한국전쟁당시 미국 소속으로 참전했던, 그래서 22개국 참전국 나라에도 명단을 올리지 못한 10만여 명에 달하는 한국전 멕시코 참전용사들을 찾아뵐 것이다. 그리고 그분들에게 큰 절을 올릴 것이다.
이틀뒤부터 내가 살 멕시코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LA Plaza de Cultura y Artes(문화와 예술의 광장) 내에 있는 멕시코 이민사 전시물들을 찾아 관람했다. 멕시코로 가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제물포항을 떠났던 우리의 선대 이민자들처럼 그들도 미국에서 중노동과 차별로 흘린 눈물이 강을 이루고 있었다.
10살쯤 되어 보이는 멕시칸 소녀가 두어 발자국 떨어진 곳의 아버지를 불렀다. "아빠, 이것 좀 봐!" 아버지가 그녀에게로 오자 손가락으로 전시물 하나를 짚어 보였다. 아버지는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그리고 그 전시물을 짚었던 딸의 손을 감싸 쥐었다. 그 전시물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NO DOGS, NEGROES, MEXICANS LONESTAR RESTAURANT ASSN. Dallas, Texas(사절. 개, 검둥이, 멕시코인_론스타 레스토랑 ASSN, 텍사스 달라스"
●Museo Conmemorativo de la Inmigración Coreana a Yucatán
http://sic.gob.mx/ficha.php?table=museo&table_id=1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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