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30
멕시코에 첫발을 디뎠다. 이곳에서 만난 그들의 표정은 온화하고 말씨는 부드러우며 마음은 거짓을 담고 있지 않았다.
도심의 각 지역에는 누적된 시간의 흔적이 가득하고 그 공간들을 현대적이며 예술적으로 채운 곳들이 즐비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사람들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염두에 두고 소비하는 사람들도 곳곳에 있었다. 기존의 루틴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주관대로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이들도 만났다. 저희는 벌써 메히꼬(MÉXICO의 원어발음)와 사랑에 빠졌다.
저희 부부가 멕시코를 다음 행선지로 삼았다고 말했을 때 많은 이들은 저희 부부의 안위를 걱정했다. 중미의 치안상황에 대한 불안을 염려하는 애정이었다.
멕시코에 다녀온, 혹은 멕시코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주로 일어났던 사건들로 예증해 언급하기 때문에 멕시코와 중남미에 대한 치안상황은 이 지역을 자유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근심거리이다. 저희 부부도 예전 홀로 여행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명은 재천이라는 생각으로 안전이 뒷전이었던 과거와 달리, 가족과 이웃, 지인들의 염려를 마땅한 도리로 삼아야 한다,는 좀 더 성숙한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LA에서 만났던 멕시코 사람들에게 여러 차례 치안상황과 여행자의 안전에 대해 물었다. 그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내가 영향받은 사건사고 뉴스의 불안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당신이 범죄조직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혹은 범죄를 할 생각이 없다면 염려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보편적인 상식으로 여행한다면 걱정할 것 없어."
저희 부부에게 이 말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렸다. 우리의 평소 생각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와의 진지한 토론 끝에 매일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절대빈곤층이 많은 경우, 이 말은 상식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정치와 사회혼란으로 국가 시스템이 붕괴되고 최저생계안전망 조차 사라져 가족이 굶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함께 잘 사는 길밖에 없다. 이런 상식적인 생각의 걸림돌은 정치적, 경제적 절대 권력을 탐하는 이들이다. 99개를 가졌음에도 1개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100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을 조절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일, 또한 상식을 살고 있는 사람의 몫이다. 범죄의 의도가 전혀 없는, 하루 세끼 끼니를 굶지 않고 일상의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삶이 지고지순한 삶의 목표인 사람들의 표정은 성모의 표정과 다를 바 없다. 우리 부부는 이곳에서 며칠 동안 그런 온화함과 만나고 있다.
도착 첫날, 아내는 좀 심한, 나는 약한 두통을 겪었다. 안부를 묻는 복도에서 만난 숙소 매니저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얼마 뒤 방의 노크 소리에 문을 열자, 그녀였다.
"저지대에 살고 계신 어머님이 저를 방문하실 때마다 그런 증상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사과소다수를 탄산수에 50:50%로 희석해서 마시면 곧 좋아지곤 했어요. 바로 이겁니다. 그렇게 해보시고도 내일 아침까지 좋아지지 않는다면 인근에 자연치유의사가 있어요. 내일 제가 모셔갈게요."
가져온 것에 대한 값을 지불하려고 하자 한사코 거절했다. 멕시코는 해발 2,240m에 달하는 고산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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