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도요새의 삶을 택했는가?

Ray & Monica's [en route]_29

by motif


천국에서 안온하기보다 지옥에서 천국을 발견하기

37년 전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던 후배 기자는 내가 글을 올리면 교정과 교열을 보아주고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바른 글로 담겨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서이다. 교정 내용을 카톡으로 보내오면 분류가 쉬운 카테고리별 글 창고인 ‘모티프원 블로그’ 글에서 바로잡는다. 다른 채널로 소통하는 분들을 위해 그 글을 옮겨 닮은 다른 SNS 채널의 내용을 다 수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시간이 너무 소요되어 또 다른 탐험을 위한 시간이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나를 '선배'라고 호칭하는 대신 헤이리의 이웃 어른이 지어준 '브람스 리'라고 바꿔 불렀다. 지난주, 우리 부부가 다시 다른 나라로 이동한다는 것을 알고 지금까지의 호칭을 바꾸겠다고 했다.


"전 어제 수라 영화를 봤어요.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갯벌 수라가 끝까지 남아있기를! 간절하고도 막 화가 나더군요. 새만금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간척일까요? 참! 오늘부터 '도요새 리'로 부를게요. 가장 높이 나는 새!"


작년, 부화 다섯 달 된 도요새(큰뒷부리도요)가 알래스카에서 호주 태즈메이니아까지 1만 3560km를 중간 기착 없이 11일 1시간 만에 도달했다는 비행기록에 대해 읽었다.

나는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왜 이렇게 힘겹게 지구의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비행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도시를 이동하는 것도 그 도요새가 이동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을 떠나기 전에도, 또한 떠난 이후에도 왜 구태여 여행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수시로 받았다. 너무나 좋은 여행 다큐가 많고 지금은 수많은 개인 영상 채널이 도저히 다 볼 수 없을 만큼 세계 곳곳의 현지 모습을 전하고 있으니 그것을 안방에서 편히 보면 되는데 왜 위험과 불편과 비용을 무릅쓰는가 묻는다.


그 물음에 대한 답에 대해서 너무나 아득하다. 수많은 답 중에서 무엇부터 말해야 될지를 몰라서다. 단 한 가지만 말한다면, 그곳에 가야만 뇌가, 가슴이 새롭게 깨어나고 그것이 내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그곳의 것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 날갯짓을 해야 하는 도요새의 이동보다 훨씬 편한 방식으로 LA을 떠나 멕시코시티까지 오는 약 4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의 여행이 무엇을 추구하는 여정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얻은 현생에서 여러 생을 살기 위함이다.(한 사람의 진솔한 영혼과 마주할 때마다 내게 또 하나의 삶이 더해진다.)

✱천국에서 안온하기보다 지옥에서 천국을 발견하기 위함이다.

✱지식으로 가득한 머리가 아니라 그 지식을 실행하는 몸이 되기 위함이다.

✱익숙한 장소에서 습관화된 내가 아니라 낯선 장소에서 낯선 나를 만나기 위함이다.

✱규율과 관습과 범절의 틀 속에서도 그것에 갇히지 않는 자유를 누리기 위함이다.

✱부자여서 풍요로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빠듯함 속에서 넉넉한 마음을 갖기 위함이다.

✱생계를 위한 힘겨움 속에서도 창조적인 여백을 가진 표정을 만나기 위함이다.

✱유령처럼 모습이 없는 '행복'이라는 관념의 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함이다.

✱모호한 현실을 견디는 구체적인 삶의 태도를 갖기 위함이다.

✱화려함과 뚜렷함보다 소박함과 희미함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함이다.

✱무심한 선의를 발견하기 위함이다.

✱구차한 형편에도 변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마음을 갖기 위함이다.

✱갑작스러운 상실에도 다급하지 않는 마음을 갖기 위함이다.

✱주어진 상황을 탓하기보다 그 상황을 발판으로 승화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그 모든 것이 마음의 작용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브람스 리

https://blog.naver.com/motif_1/22219508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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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출가 #도요새 #멕시코시티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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