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조우했던 모든 길벗님들께 한가위 인사 올립니

Ray & Monica's [en route]_35

by motif


멕시코에서 맞는 팔월 한가위


멕시코시티에서 한가위 인사 올립니다. 어제는 멕시코 현지인의 댁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las comidas, tacos dorados, doraditas, gorditas, milanesa, Flautas en vaso... 낮 시간, 갖은 멕시코 음식을 함께하는 시간으로 충분히 환대를 받았습니다.


삶을 얘기하고 기도를 함께했습니다. 그것이 모두가 아니었습니다. 노래방 기기를 설치하고 밤을 함께 새우자고 했습니다. "성모님께서 오늘 밤을 함께 하도록 허락하셨다."라는 말씀이셨습니다. 한 시간 넘어 함께 노래를 하고 ‘우리의 신이 숙소에서 우리의 귀가를 명했다.’라는 타협으로 집을 나왔지만 네 마리의 악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보고 가야 한다, 고 인근 공원에 차를 세웠습니다. 조경으로 조성된 물 빠진 넓은 연못에 거대한 악어 4마리가 정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조형물이었습니다.


늦은 밤 공원은 가로등보다 더 밝은 살 오른 달로 훤했습니다. 13시간이 빠른 한국이 몇 시간 뒤면 한가위임을 달빛으로 알았습니다.


달빛에 취해 Francisco가 휴대폰에서 23년 전의 사진이라며 부인 Maribel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저희 부부도 37년 전의 사진을 꺼내 보였습니다. 우리는 젊디젊었던 지난 시간을 함께 경탄했습니다. 다시 만월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달빛은 7살 무렵 고향 마당, 감나무 가지에 걸렸던 60년 전 그 모습과 다름없지만 사람의 시간은 이렇듯 바뀌었습니다.


다투어 가버린 세월을 멕시코시티 한 주택가 공원에서 추억하니 추석 차례상조차 스스로 차리지 못하는 막심한 불효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달그림자를 달고 들에서 돌아오시던 아버지. 사립문 밖 대나무 이파리들이 달그림자 속에서 사각거릴 때 결국 참지 못한 어머님이 문을 나서고 굽은 길에서 지게에 한 짐을 얹은 아버지를 마주하고 '저녁상 다 식었다'라고 타박하는 소리를 훤한 달빛이 듣고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신혼여행에서 경운기 타고 돌아가던 고향 길은 이미 부항댐 속으로 사라졌지만 수몰에서 살아남은 고향 집 감은 홀로 붉어졌을 테고 뒤란에는 변함없이 새들이 둥지를 틀고 새끼들을 끼워냈을 것을 생각하니 후회만 울울창창입니다.


내 불효를 대신하는 정 많은 여동생이 있고 내 딸ᐧ아들이 명절을 쇠러 고향을 가겠다고 하니 가득 풀을 이고 있을 뫼 속 부모님은 손녀ᐧ손자들로 그리움을 좀 삭일 수 있으실까.


아직 끊어지지 않은 메트로버스를 타고 가겠다는 저희 부부의 고집을 꺾고 기어코 멕시코 시티의 도심을 가로질러 숙소까지 운전을 해온 부부를 포옹으로 보내고 보니 진 신세는 또다시 한 키만큼 늘었습니다.


한국의 어르신과 벗님들, 그리고 길 위에서 조우했던 모든 길벗님들께 불비한 모습으로 한가위 인사 올립니다.


모든 가족 친지들과 왁자하게 정을 나누시고 그 정으로 다시 살아갈 기운 내시길...


_2023년 팔월 한가위 멕시코의 대처에서 이안수ᐧ강민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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