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WEST_11 | 오래전 맹세
아내와 함께 '2022년 유라시아 자동차 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므로 적도 기준 40,192km(2x3.14x6,400)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134일 유라시아자동차원정의 첫째 날 아침, 캐리어를 밀고 나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자 아내는 알 수 없는 오래된 감정이 솟았습니다.
열심히 가던 길이 잘못 든 길이라고 여겨질 때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것이 홀로 외국을 떠도는 장기여행이었을 때 간혹 추스르기 어려운 슬픔이 밀려오곤 했습니다. 그 슬픔의 근원이 처음에는 외로움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그것은 죄책감이었습니다.
육아와 직장, 가장의 대소사까지 아내에게 지우고 떠도는 것이 비록 홀로의 유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내에게 내가 져야 할 가장의 무게까지 얹는 죄스러운 마음을 씻어낼 수 없었습니다.
그때 그 죄스러운 마음을 경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란 미래의 시간에 맹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형편이 좋아지고 아이들과 부모에 대한 의무를 끝낸 언젠가 아내를 위해 편하고 안전하게 긴 여행을 나서리라는...
이번 134일간의 여정이 바로 그 오래전 맹세를 현실로 만드는 여정 같다,는 감정...
나와 아내는 조용필대장의 1호차에 배정되었습니다. 서울서 부산까지 첫 여정은 고속도로의 정체로 7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선탑자의 의무는 얘기로 운전자가 항상 명료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도로에 오른 5시간쯤이 지났을 때 내가 아침에 집을 나오면서 느꼈던 그 슬픔과 외로움과 죄책감에 대해 말했습니다.
조용필 대장은 그 감정을 단번에 이해했습니다.
"긴 여행을 홀로 하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외로움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요. 연대보증을 하는 제 실수로 큰 부채를 지게 되었었죠. 그것을 변제하느라 참으로 긴 시간 아내와 함께 분투했어야 했죠. 여러 해가 흘러 그것을 모두 갚고 경제적 여유가 생겼을 때 바이크에 빠져들었습니다. 한때 BMW모토라드 3대를 가지고 번갈아 타기도 했어죠. 며칠간을 전속력으로 시베리아를 달릴 때였어요. 헬멧을 쓰면 외부와 완전히 단절됩니다. 그 속도 속에서 외로움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은 한번쯤 그런 경험을 한다고 해요. 아내는 함께 그 고생을 하면서 한 번도 '당신 왜 그랬어'라고 그 실수에 대해 책망한 적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아내는 가게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고 나는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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