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내가 너의 주님이 되어줄게."

Ray & Monica's [en route]_42

by motif


슬기로운 호텔 생활

"구해주세요~ 구해주세요! 나갈 수가 없어요.“


이른 아침 오른쪽 어깨에 가득 문신을 하고 모든 손가락에 매니큐어까지 한 아래층 남자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다.


그의 고함소리에 다른 층 사람들도 커튼을 걷어 젖히고 그의 상황에 궁금해하고 있다.


"화장실에 갇혔어요. 화장실 손잡이가 빠졌고 문을 열 수가 없어요. 나는 주님께서 나를 위해 문을 열어주실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의 계속되는 고함소리에 아내가 혼잣말을 했다.


“그럼 조용히 주님을 기다릴 일 일이지 왜 모든 호텔 사람들의 아침잠을 깨우지?”

“그는 화장실에 갇혔기 때문에 프런트에 알릴 인터폰도, 침대 맡에 두었을 핸드폰도 사용할 수가 없어요. 지금으로서는 주님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릴 방법이 소리치는 것 외에 없는 거예요.”


아내를 이해시키고 머지않아 호텔 관리인이 당도해서 문제를 해결했는지 이번에는 다시 침실에서 큰 소리로 전화를 했다.


"네. 제가요. 화장실에 갇혔었어요. 화장실 손잡이 레버가 빠져서 관리인이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방금 화장실에서 나왔어요. 이런 일은 처음이라 매우 긴장되었습니다. 너무 무서웠어요. 제가 왜 늦은 지에 대해서 이해해 주실 거라 믿어요.”

이 착한 남자는 호텔 창문들이 모두 열려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다시 회사에 출근이 늦는 이유를 동료나 부서장에게 큰 소리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부부가 한 달 너머 묵고 있는 호텔, '스위트 하브레(SUITES HAVRE)'는 지난 달 6일 멕시코시티로 올 때 아들이 골라준 곳이었다.


"3일간만 예약했으니 가보시고 마음에 들면 계속 계시도록 하세요. 도심의 안전한 곳으로 골랐어요.”


아들의 귀국 전 영국, 아일랜드, 아이슬란드를 함께 여행하는 동안, 묵을 곳을 찾고 예약을 진행하는 것은 그의 몫이었다. 그때 그의 감각을 확인했던 터라 초행인 멕시코시티로 떠나기 전에 그에게 예약을 부탁했던 터였다.


우리는 묵은 지 하루 만에 이곳이 우리가 장기간 있을 만한 곳임을 확신했다. CDMX의 중심에 있어서 우리가 계획한 웬만한 방문지를 걸어갈 만한 곳이었다. 특히 하브레거리는 옛 프랑스인들이 거주했던 지역으로 가로수가 무성하고 고급 오트쿠튀르, 프랑스 레스토랑, 디자인숍, 커피전문점 등이 거리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이곳 사람들에게도 감각 있는 사람들의 거리였다.


객실이 56개가 되는 이 호텔에는 장기 투숙자가 많다. 5년 넘게 묵고 있는 사람이 두 명이나 되고 1년 넘게 묵는 사람은 여럿이다. 룸 타입도 다양해서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룸처럼 아주 소박한 것부터 침실, 거실, 주방, 발코니까지 있는 펜트하우스까지 다양하다.


펜트하우스에 묵고 있는 분은 헝가리에서 온 요리사로 그는 곧 6년이 되는 최장기투숙자다. 그는 멕시코에서 마음이 맞은 여자 친구와 펜트하우스를 신혼집으로 꾸며놓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 예술가의 그림을 걸고 주방기구는 스스로 골라 다이닝 공간을 고급한 레스토랑 분위기로 연출해놓았다.


그에게 언제 헝가리로 돌아가려는지 묻자 '기약이 없다'라고... 이곳에서 일하고 여자 친구와 매일이 허니문 같은 나날이니 멕시코는 그에게 천국인 셈이니 헝가리로 돌아가고 싶을 리 없다.


호주의 브리즈번에서 오신 신사분은 1년째 이곳에 묶고 있는 금융전문가로 멕시코를 비롯해 중남미 일대의 부동산 개발 메가 프로젝트에 투자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일을 한다. 엘살바도르의 산살바도르 태생으로 부모를 따라 호주로 이민한 분이다.


"이제 엘살바도르에 친지들이 거의 없어요. 브리즈번에만 우리 일가들이 4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자식들과 조카들이 결혼하고 보니 금방 식구가 이렇게 늘어났습니다.”


그는 사실 호주 집을 방문하지 못한 지 3년이 더 되었다고 했다.


"투자 프로젝트가 코비드로 연기되어 발이 묶이고 팬데믹이 끝나자 다시 그 일이 시작되고 새로운 투자로 이곳저곳을 오가다 보니 집에 돌아갈 시간이 없었습니다. 다음 달에 한 번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기 투숙객에게는 호텔 자체가 커뮤니티인 셈이다. 오늘 아침 우리 방 아래에서 소동을 일으킨 그 청년도 이 호텔을 집 삼아 멕시코시티의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장기 투숙자일 것이다. 오늘 밤에는 그를 친구로 만들어야겠다.


"나는 네 방의 위층에 사는 이웃, 안수야. 앞으로 다시 화장실에 갇히는 일이 있으면 내가 너의 주님이 되어줄게. 오늘 아침처럼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서 모든 호텔 손님들로부터 미움받는 대신 살짝 창문을 열고 나를 불러.”

내가 그의 주님 역할을 하겠다는데 그가 나의 친구 되기를 거절할 리가 없을 것이다. 어떤 커뮤니티에서도 이웃과의 관계가 제일 중요하듯 며칠이 아니라 10년쯤 계속될 호텔 생활이라면 '슬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호텔 매니저와 룸 메이드뿐만 아니라 수시로 만나는 이웃 공간들의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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