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자에게 한없이 끌리는 이 마음을 어찌하면

Ray & Monica's [en route]_43

by motif


길 위에서 만난 한 남자의 고민



작년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여행 중에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이별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를 찾아갔었다. 서로 사랑할 때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은 우주처럼 광대한 태도를 갖지만 서로 이별한 후에는 바늘 하나 곶을 수 없을 만큼 옹졸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별박물관에서 사람의 관계에 대한 심리적 비밀을 한 꺼풀 벗겨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때 그 박물관의 매니저로부터 해외전이 예정되어있는데 그중의 한곳이 멕시코시티라고 했다. 그 전시가 있는 박물관, 'MODO Museo del Objeto del Objeto'이 단지 숙소로부터 도보 15분 거리였다.


그곳에 도착해서야 월요일임을 알았다. 멕시코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거의 모두(99.9%)가 월요일 휴무이다.

발길을 돌리는 대신 박물관의 주변, 로마 노르테(Roma Nte.)의 거리를 걸으며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숍과 인류학서적만을 파는 서점, 공원 등을 배회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찾는 우거진 숲 가로변의 카페와 레스토랑들은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카페앞을 지나는데 한 남자가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어떻게 한국어를 배우셨나요?”

그는 바로 능숙한 영어로 바꾸어 답했다.

"제가 아는 한국어는 그 한 문장밖에 없습니다. 그 말을 알게 된 것은 한국인 여자친구가 있었고 작년에는 서울과 부산을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그는 내가 한국인임을 알아차리고 발길을 멈춘 것이었다. 여자친구 얘기에서 여행얘기로 넘어가고 다시 여자친구얘기로 되돌아왔을 때 그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고 했다.

"전 아름다운 여자에게 한 없이 끌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바로 사랑의 감정에 사로잡히고 말아요. 40세가 되는 지금까지 한국인 여자 친구 2명을 비롯해 각국의 여성들과 사랑을 시작했지만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0년 만에 헤어지고 맙니다. 문제는 내가 그녀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그녀가 나를 떠난다는 것입니다.”


여자가 떠났기 때문에 다시 다른 여자와 사랑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그의 연애는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제게 현명한 조언 한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 얘기가 길어질 것을 예감한 그는 다시 물었다. "카페에서 차 한 잔 할 시간이 허락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카페에 어둠이 내릴 때까지 몇 시간 계속되었다.


Fernando는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으로 16세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지만 일은 음악분야보다 뛰어난 미적 감각을 살려 명품회사의 스타일리스로 일했다. 비버리힐즈의 명품숍에서 억만장자 부자들을 고객으로 두면서 그가 얻은 것은 2가지였다. 하나는 세계를 여행할 만한 경제적 여유와 다른 하나는 돈이 문제라는 인식이었다.


“너무 많은 돈은 사람을 타락시킨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많은 돈은 무엇이든 살 수 있지만 모든 것을 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코끼리의 엄니와 이국적인 동물은 사지 말아야 하고, 섹스도 사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권력을 갖게 되면 그것이 사람들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그들로 하여금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들죠. 저는 열심히 일하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그런 경험들이 제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그렇지만, 저를 부패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너무 많은 돈을 추구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너무 많은 것은 부패할 수 있어요.(I think that too much money corrupts a person, if there's too much money because too much money can buy anything but not everything should be bought. You know, the tusks from an elephant shouldn't be bought, exotic animals shouldn't be bought, and sex shouldn't be bought. I think having too much power messes with people's heads, making them believe they can do anything. You know, for me, I like to work hard and travel. Like you said, having those experiences enriches my life. However, I don't think about having too much money because I'm the only one who can corrupt me. I believe that too much could corrupt.)"

15년 전부터 일과 여행을 병행하기 시작한 그는 지금까지 65여 개국을 여행했고 이번에는 한 달 반째 멕시코를 여행 중으로 지금은 고향인 멕시코시티로 돌아와 호텔에서 며칠 머물면서 옛 친구들을 만나고 그 친구의 아들과 축구를 하면서 미국에서 느낄 수 없었던 고향의 정에 취해있다고 했다.


그는 18살이 된 반려견과 함께 여행했지만 지난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여행할 때는 그녀를 펫시터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 때문에 이번에는 그녀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반려견과 여행 중이었다.


"나이가 많아 아마 몇 개월 내에 생을 마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주말 미국으로 돌아가서 그녀와 함께 지내다가 그녀가 떠나면 다시 인도, 라오스, 태국 등을 여행할 예정입니다."


그는 누긋한 성정으로 사람이나 동물이나 한 번 관계를 맺으면 먼저 정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 여자를 만나 다른 여자를 만나야하는 상황을 끝내고 싶어 했다.


"당신의 긴 사랑의 여정은 헛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름다운 여자에게 무조건 끌리는 당신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한 여자를 만나 결혼했다면 그것이 사랑으로 지속될 수 있었을 지는 의문입니다. 지난 여자들과의 만남을 돌이켜보면 그녀들은 당신에게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교훈을 남겼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만나는 모든 사람이 스승입니다. 이제 곧 당신은 한 여자의 외면이 아니라 부드러운 표정, 아름다운 미소, 배려하는 말씨, 상대의 처지를 먼저 고려하는 고운 마음씨, 현명한 판단의 토대가 되는 지성을 통해 한 여성의 그대로를 사랑하게 되는 때가 곧 오게 될 것이다."


그는 더욱 진지해졌다.

"오늘 당신과의 대화는 이미 예정되었던 것 같습니다.(I was meant to talk to you today.)

"한국 사람들은 이를 두고 '인연'이라고 해요. 당신을 만난 것은 나에게도 멕시코에 온 보상같습니다.(Koreans call this a 'fate'. Meeting you is a reward for me to come to Mexico.)

커피 한 모금으로 다시 목을 축였다.


"우리가 만나는 모두는 스승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자기 스스로 자신의 스승이 되는 방법이 있어요?"

"그래요?“

그가 솔깃했다.

"그것은 하루의 일과가 끝난 늦은 밤에 당신의 책상에 백지와 펜을 놓고 앉는 것에요. 그리고 눈을 감고 명상하듯 하루를 반추해봅니다. 그 방식은 마치 버드아이뷰로 자신의 상황을 내려다보는 것입니다. 자신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타자화된 시각이 됩니다. 그리고 생각나는 것들을 그 백지에 적어보세요. 한 단어도 좋고 한 문장도 좋아요. 어떤 때는 한 페이지가 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자기가 자신의 스승이 되는 방식이에요."


그는 그날 밤 그의 개인 계정에 우리와의 만남을 이렇게 기록했다.


"오늘 내 매일의 루틴인 달리기를 하다가 한 현인을 만났다. 재킷을 보고 한국인임을 알아차리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내가 알고 있었지만 오늘 정말 듣고 싶은 것들을 상기시켜 주었다. 여행하면서 배우고 발견하려는 열정이 서로 비슷해서 마치 예전의 나로 데려가는 것 같았다. 나는 지금 거의 1년 동안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지금도 가끔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허전하고 길을 잃은 기분이 들기도 하다. 멕시코시티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한 후 가장 긴 시간 멕시코에 돌아와 머물다보니 수많은 감정으로 벅차오른다. 멕시코의 7개 도시를 여행했고 옛 친구를 만났고 새로운 친구를 만났으며 멋진 친지들을 만나면서 그들 그리고 내 고국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지난 1월 뉴질랜드에서 시작해 계속되고 있는 나의 이번 여정의 이름을 가장 좋아하는 록 밴드 '무한 사랑(Unlimited Love)'의 투어 타이틀을 인용했다. 내 반려견에 대한, 그리고 가족, 친구, 전 세계를 위한 무한한 사랑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나는 그렇게 '무한 사랑'으로 임한다. 인생이라는 이 길에서 나와 함께 동행해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사랑합니다!


내 새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셋이 함께 길을 가면 틀림없이 내 스승이 있다. 그 중에 나보다 나은 사람의 좋은 점을 골라 그것을 따르고, 나보다 못한 사람의 좋지 않은 점을 골라 그것을 바로 잡아라.' 당신의 경험이 앞으로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동안 네가 길 위에서 배운 것이 '인생 MBA'였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창조적으로 만들어가는 당신의 능력을 축하한다."

(I met a wise man today while I was out on my daily run. I saw his jacket and greeted him “안녕하세요”. We talked for over and hour and he reminded me of things I know but really needed to hear today. It was like taking to my older self as we are similar in our passion to learn and discover while traveling. I’ve been traveling the world for almost a year. Now, and at times I feel empty and lost, wondering if I’m doing what I’m meant to do. My hearts is been so full of emotions as it’s it’s been the longest time I’ve spent in Mexico since I left, I’ve been to 7 cities, met old friends, new friends, great friends and family, so much love for them and my country. I stole the touring title of my favorite rock band “Unlimited Love” as this adventure started back in January following them from New Zealand on … It is so fitting unlimited love for my dog, family, friends, the whole wide world! Wherever I go, or whatever I do, that’s how I do it, With UNLIMITED LOVE ❤️. Thank you friends for waking with me in this road called life, I love you !

As for my new friend this is what he said :

"If the three of us go on the road together, there must be my teacher. Among them, pick a good point of a person who is better than me and follow it, and pick a bad point of a person who is worse than me and correct it." Your experience will play an important role in your life in the future. In the meantime, what you have learned on the road is studying life MBA.

Congratulations on your ability to enrich and creatively make your life on your own.“


●이별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_1

https://blog.naver.com/motif_1/223039883145

●이별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_2

https://blog.naver.com/motif_1/223041099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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