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짝짝이 양말

그림일기_88

by motif


오래된 결심


장기여행을 하면서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 내가 죽었을 때 지구에 나의 흔적이 가장 최소한으로 남는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오래전 결심에 대한 반성이다. 기후위기의 시대, 우리는 지금 얼마나 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있는가?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환경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활동이다.


멕시코시티의 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환경친화적인 활동에 관심이 많은 것을 목도한다. 견과류를 포장하지 않고 대용량으로 진열한 뒤 소비자가 직접 간단한 종이봉투에 담아 가도록 하고 세제를 비롯한 필수적인 생활화학제품들은 소비자가 용기를 가져와 일정량을 계량해 가도록 하는 숍들이 많다.

스토로 사용이 많은 생과일주스가게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있다. "스토로를 거절하세요. 전 세계적으로 매일 약 5억 개의 스토로가 사용됩니다. 이것은 바다의 환경을 오염시키고 동물들 죽음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당신의 스토로 사용시간은 20분. 그 시간이 100년 뒤 회생 불가능한 환경파의 원인이 됩니다."


거의 모든 호텔에는 이런 문구들이 침대맡에 놓여있다. "환경 보호에 도움을 주세요. 오늘 침대 시트 교체를 원하시면 이 카드를 침대 위에 놓아두세요. 이 작은 실천이 우리가 환경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화장실에도 이른 문구가 붙어있다. "우리는 물을 절약하고 싶습니다. 도움을 주고 싶다면 수건을 한 번 이상 사용하세요. 바꾸고 싶으면 바닥에 내려놓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친환경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물은 생명입니다."


조금전 프런트의 사만다(Sammandha)로부터 예의 상냥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어떠신지요?" 그녀는 오늘도 우리 "방을 청소하지 않아도 괜찮은지요",라고 묻는 것이다.


나의 선택과 행동이 오래전 내 결심에 위배되는지를 고려해서 다음과 같이 실천하고 하고 있다.


-매일의 방 청소는 내가 간단히 한다.

-침대 시트와 타월은 1주일에 한 번만 교체한다.

-식재료를 사러 갈 때는 항상 시장 가방을 가지고 간다.

-식당에 갈 때는 항상 빈 도시락을 가지고 가서 남은 음식을 가지고 온다.


남편은 더 엄격하다. 옷은 해질 때까지 입는다. 오늘도 남편은 짝짝이 양말을 신고 외출을 준비하고 있다. 발바닥이 훤히 드러난 양말을 한나씩 버리다 보니 이제 짝이 맞는 양말이 없기 때문이다.


"지구에 흔적 남기지 않기

20231011

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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