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45
멕시코시티는 10월 들어 이곳저곳이 노랗게 물들고 있다. 가게마다 멕시칸 메리골드(mexican marigold. 금잔화)가 놓인다. 이 꽃은 망자들의 징검다리가 된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1년에 한 번 세상에 내려오는 망자들은 이 꽃의 향과 색을 따라 집을 찾아갈 수 있다. 그러니 이 꽃은 영혼을 환영하고 인도하는 꽃이다.
시장에는 까라베라스(Calaveras ; 해골)가 넘쳐난다. 설탕을 굳혀서 만든 크고 작은 해골은 갖가지 색의 초콜릿으로 장식된다. 이 해골은 영혼을 상징하게 된다.
11월 1일과 2일, 양일간에 펼쳐지는 '망자의 날(El Día de los Muertos)'은 세상을 떠난 선조들을 기리는 특별한 축제이다.
집집마다 알타르(altar ; 제단)를 만들고 오프렌다스(Ofrendas ; 제물)를 올린다. 고인의 사진을 놓고 까라베라스와 판 데 무에르토(Pan de Muerto ; 망자의 빵), 꽃, 촛불로 장식한다. 더불어 고인이 평소 좋아했던 음식과 음료를 차린다. 고인의 성품과 취향을 반영해 다양한 장식품과 기념품을 곁들이기도 한다.
이 망자의 날 문화는 죽음의 신 믹틀란테쿠틀리(Mictlantecuhtli)와 그의 아내이자 죽음의 여신인 믹테카키와틀(Mictecacíhuatl)를 숭배하는 아즈텍의 풍습과 스페인 식민지 시대 기독교의 모든 성인들의 축제로 알려진 '만성절(All Saints' Day)'과 다음 날인 '위령의 날(All Souls' Day)'이 융합되어 탄생한 문화로 알려져 있다.
이 축제는 지방마다 차이가 있다. 멕시코시티의 서쪽에 있는 미초아칸(Michoacán)주가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성대하게 섬기며 중시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는 이 지역의 문화를 배경으로 했으며 멕시코의 다른 지방 사람들도 이 지역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곳으로 여행 할 정도이다. 반면 북쪽 지방의 경우는 알타르를 만들지 않는 집도 많으며 단지 할로윈 축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멕시코시티는 2015년작 영화 '007 스펙터(Spectre ; 007시리즈 24편)'에 망자의날축제가 등장한 후 소칼로(Zócalo, Plaza de la Constitucion)와 차풀테펙공원(Bosque de Chapultepec)이 장식되고 그 사이의 레포르마대로(Paseo de la Reforma)에서 퍼레이드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나는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들에게 망자의날축제와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곤 했다. 후아레스 시장(Mercado Juarez)에서 까라베라스를 팔고 있는 가게의 주인이 대답으로 들려준 속담, "죽음은 큰 축제다.(La muerte es una fiesta grande.)"라는 말이 멕시코인 대다수가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정서 같다.
죽음을 공포스러운 것이나 부정적인 것으로 보기보다 삶의 연장이란 태도이다. 오히려 죽음을 인간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망자의 날 축제를 통해 고인의 영혼을 기리고 기념하는 긍정적인 접근을 취한다. “죽음을 부정하는 문명은 인생을 부정함으로써 끝난다”라고 말한 멕시코의 시인, 옥타비오 파스(Octavio Paz Lozano)의 말을 빗대어보면 죽음을 축제로 승화한 멕시코 사람들은 인생을 더 긍정하는 사람들인 셈이다.
회화나 조각을 통해 어딜 가나 늘린 해골들을 통해 나도 해골은 즐거운 놀이의 동료처럼 친숙해졌다. 덕분에 삶이 더 경쾌해진 것 같다.
가게의 중앙 바닥에 착색한 톱밥으로 알타르를 만들고 까라베라스와 판 데 무에르토를 예쁘게 장식한 옷 가게의 젊은 디자이너에게 물었다.
"망자의날이 끝나면 이 까라베라스와 판 데 무에르토를 먹나요?"
"아니요. 이미 망자가 드셨기 때문에 맛이 있을 리 없으므로 버립니다."
"당신에게 죽음은 어떤 것인가요?"
"오늘을 살라,고 가르치는 좋은 친구라고 할 수 있겠군요. 내일은 그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니까요.(“I can say he's a good friend who teaches me to live for today. He tells me that tomorrow can be what he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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