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이런 기회를 주어서 고마워요."

그림일기_90

by motif


아침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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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모든 제례들이 죽은 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산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자신의 대까지는 차례와 기제사를 모시고 싶어 했다. 평생 자식을 위해 당신의 고된 노동으로 일관했던 농부 부모님에 대해 스스로를 위안하는 방식 같았다. 나도 그 마음이 동일했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외에 머무는 순례의 시간을 살기로 한 뒤부터였다. 아이들도 뿔뿔이 흩어져 사는 처지여서 시누에게 부탁을 했다. 남편이 도시로 떠나 공부하는 동안에도 시누는 부모 곁에서 고향을 지켰다. 시부모님의 노년도 시누가 끝까지 동행했다.


시아버님의 기제사가 며칠 전이었다. 장을 보고 직접 음식을 조리해서 제사를 모신 사진을 보내왔다. 멕시코시티에서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다. 회신 문자에 울컥했다.

"제사 모시면서 아버지께 말씀드렸어요. 오빠가 제게 이런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고. 제사 날짜 잊지 않도록 달력에 동그라미 표시하고 있어요. 차례, 제사, 산소, 고향 걱정은 조금도 말고 언니 건강할 때 다니고 싶은 곳 전부 누비세요. 주위에 몸이 불편한 분이 너무 많아요. 다리, 허리, 마음까지... 언니 부디 건강하게 잘 지내요~“


내 여동생은 노년을 고향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을 실현하기 위해 긴 객지 생활을 끝내고 한 달 전에 부모님이 사시던 고향 집으로 돌아갔다. 나와는 서울과 제주로 떨어져 살았지만 서로 격려하며 함께 명상하고 마음 닦는 것을 즐겼다. 이삿짐 정리는 끝냈는지 궁금한 마음을 문자로 보냈다. 동생은 다음과 같은 문자로 답했다.

"고향 와서 백일기도 시작했어. 언니 부부 안전한 여행과 언니 친구를 비롯한 병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의 건강 회복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나의 작은 소망도 함께 얻어서. 새벽에 일어나면 그냥 밥 먹듯 108배하고 명상하고 기도해. 회향하는 날 문자할게.“

오늘의 나는 나의 온전함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도와 기도 같은 삶에 빚지고 있다. 내가 사랑받지 않는다고 여기는 순간에도 나는 사랑받고 있었다. 호텔의 엘리베이터에서 미소를 지어주었던 그 여성, 메트로버스에서 그의 발등을 밟았지만 '괜찮다'라고 해주었던 그 남자로부터...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를 위해 새로운 날을 기도로 시작한다.


"누군가의 기도에 빚진 삶


20231014

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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