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58
멕시코 '망자의 날(죽은 자의 날 11월 1일과 2일 이틀간)'의 둘째 날인 11월 2일 오전, 일찍 숙소를 나섰다. 우버로 도착한 곳은 엔세나다의 도시 안에 있는 판테온(panteón 영묘), 판테온 하르딘 모델로(Panteon Jardin Modelo)였다. 며칠 전부터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추천받은 곳이다. 도심에 있고 크고 잘 관리된 공원묘원으로 멕시코 사람들이 조상을 모시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멕시코 사람들은 11월 1일과 2일의 양일간의 '망자의 날' 행사 중에서 집안에 제단을 만들어 조상을 기리는 것은 물론 묘지를 찾아서 정리하고 꽃으로 단장한 뒤 제물을 올리고 촛불을 밝힌 다음 함께 고인을 추억한다는 것이다.
오전 이른 시간이었지만 판테온으로 들어가는 골목은 교통이 차단되었다. 한 블록전에 차에서 내려 걸었다. 길 양편은 갖은 좌판들로 북적였고 들고 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판테온에서 나온 한 할머님이 나를 보고 웃어주었다. 그 할머니를 인근 나무 벤치에 앉히고 물었다. 동행한 따님이 할머님과의 소통을 도왔다.
-할머님, 저의 어떤 모습이 할머님을 기분 좋게 하셨나요?
"흰 수염이 아름다워서요."
-할머님의 미소를 머금은 모습이 제 수염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ㅎㅎ 당신의 그 말도 아름답습니다. 당신은 어느 나라에서 왔나요?"
-한국에서 왔습니다. 한국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으세요?
"조금은 알지요. 북한이라면 신앙심이 매우 깊고 고귀한 사람들로 들어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나라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한국은 남과 북이 많이 다른 체제를 가지고 있답니다. 북한은 종교가 자유롭지 않습니다.
"미안합니다.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군요. 헛갈린 이 늙은이를 용서하세요."
-벌써 판테온에 다녀오시는 거예요?
"남편과 내 딸을 만나러 왔습니다.(동행한 딸이 자신의 동생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언제 세상을 떠나셨나요?
"1989년에 63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떠났고 전 이제 87세가 되었습니다."
-남편 떠나고도 34년이나 흘렀는데 어떤 마음으로 살아오셨습니까?
"그가 내게 남겨준 의무들을 열심히 수행하며 살았습니다. 내 아들과 딸들을 부양하는 일이었죠. 그러다 보니 이 나이가 되었습니다. 내가 그 일들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지요."
판테온은 큰 축제의 장이었다. 마리아치의 음악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가족들은 가족의 묘비 앞에 그늘막을 치고 음식을 나누거나 대화중이었다. 바비큐 도구를 펴고 고기를 굽는 사람도 있었다. 이미 다녀간 가족들의 묘비 앞에는 '셈파수칠(cempasúchil 메리골드)'로 십자가를 만들어 단장한 모습에서 하나같이 지극한 정성이 느껴졌다.
묘지의 형태는 보편적인 땅 위의 묘지로부터 벽에 층별로 여러 공간을 만든 곳, 별도로 넉넉한 공간을 만들어 구별된 공간에서 가족 모두가 함께 고인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까지 다양했다. 이곳의 장례문화에는 화장이 없었고 여전히 화장을 꺼리는 경향이지만 느리게 인식이 전환되고 있는 단계이다. 가족끼리 다양한 방법으로 추모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몇 가족들과 대화를 했다.
-행복한 표정들입니다?
"저는 로돌포 발렌주엘라(Rodolfo Valenzuela)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였고 이 모두와 함께 사랑했던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이 보다 좋은 날이 있을 수 없죠. 당신은 물을 마시겠습니까 맥주를 마시겠습니까?"
-맥주 주세요. 한국에도 동일한 문화가 있습니다. 1년에 한번 산소를 찾아가 음식을 올리고 고인의 영혼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답니다.
" 조상님을 섬기는 방식이 비슷하군요."
-그리고 가족 중심적이고 자식을 잘 돌보고 거둬야 한다는 부모로서의 의무와 효도하는 마음을 가진 자식들의 마음도 너무나 닮아서 놀랐습니다. 그래서 더욱 멕시코 사람들에게 정이 갑니다.
"고맙습니다. 산다는 것에서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맥주를 마실 수 있고 그들과 함께 춤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이 있는지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때 다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와 인사를 건넸고 Rodolfo는 그 중의 한 명을 내게 소개했다.
"이 자는 화장장에서 죽은 자를 불태우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돌아다니는 마귀라고 말하는 그자가 바로 이자입니다."
그도 함께 폭소를 터뜨렸다. Rodolfo가 그에게 물었다. "맥주 마실래?" 술 대신 물을 달라고 했다. 그는 여전히 근무 중이었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떠나려는 그를 붙잡아 세우고 물었다.
-당신은 시신에 불을 넣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나요? 그리고 사는 것은 무엇이고 죽는 것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화장을 마치면 내 친구와 산책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다. 살아있다는 것은 친구와 산책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죽는 다는 것은 더 이상 그 산책을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순간을 살아야겠다'라는 것이 화장을 하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그가 서둘러 자리를 떠났을 때 다시 Rodolfo에게 물었다.
-당신은 정말 마귀가 있다면 그 마귀를 어떻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그 놈이 우리를 망치지 않도록 친구로 만들어야지요."
축제로 승화된 이 날도 장례는 멈추지 않았다. 일반 추모객의 차량 진입이 금지된 이날도 장례차량이 들어오고 영내의 화장장은 쉬지 않았다. 화장장에는 큰 밴드로 구성된 마리아치들의 연주와 노래가 계속되었다.
판테온 중앙 거리에서 묘지를 예약받고 있는 여직원에게 묘원에 따른 다양한 디자인과 그 차이들을 물었다. 그녀는 대답 뒤에 미소를 띄며 물었다.
"누구의 자리가 필요한가요?"
멕시코 죽음의 날 기념은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브리지로서의 문화적 이벤트였다. 죽은 가족이나 친구의 영혼을 환영하고 환대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조선시대의 반보기가 생각났다. 한번 출가하면 가사와 노동으로 친정 방문이 쉽지 않았던 시절 모녀가 시집과 친정집 중간쯤에서 만나 한나절 회포를 푸는 중로상봉(中路相逢). 산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판테온은 죽음을 삶의 일부로 통합하는 중로상봉의 장소였다.
많은 사람들이 기적에 대해 얘기한다. 그 기적을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적은 만들어진다고 여긴다. 그 기적을 창조하는 하나는 화목이지 싶다. 나는 멕시코 엔세나다의 이 판테온을 방문하고 기적을 느꼈다. 가정이 화목한 사람들은 매일에 걱정이 없다는 것, 그리고 행복을 갈구하지 않아도 매일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블루존(Blue Zone)은 장수마을을 연구해온 댄 뷰트너(Dan Buettner) 박사가 정립한 개념으로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을 일컫는다. 그는 일본 오키나와(주된 식단 ; 채소, 고구마, 생선), 이탈리아 사르데냐(Sardinia, Italy 통곡물, 콩, 레드와인), 코스타리카 니코야반도(Nicoya Peninsula, Costa Rica 검은 콩, 옥수수, 열대 과일), 그리스 이카리아(Ikaria, Greece 야채, 콩류, 올리브 오일, 허브 차 , 미국 캘리포니아 로마린다( Loma Linda, California, USA 종교 공동체인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교인이 밀집된 지역. 채식주의자나 페스카타리아 식단(생선과 해산물을 먹음), 규칙적인 신체 활동, 사회적 연결과 공동체에 우선순위)까지 5대 지역을 지칭했다. 가정이 화목하면 그 가정이 블루존이 될 수 있다. 멕시코 망자의 날(죽은 자의 날), 판테온 방문에서 얻은 귀한 선물이다.
●Ray & Monica's [en route]_46 | 멕시코 망자의 날(El Día de los Muertos)_1
https://blog.naver.com/motif_1/223236679222
●Ray & Monica's [en route]_52 | 멕시코 망자의 날(El Día de los Muertos)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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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 & Monica's [en route]_57 | 엔세나다 망자를 기념하는 가정집 방문
https://blog.naver.com/motif_1/223255537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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