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64
낯선 도시의 새벽에 눈을 뜨면 바깥에 어둠이 걷혔는지를 확인하고 각자의 하루를 시작한다.
함께 집을 나가기도 하고 한 사람만 집을 나가기도 한다.
오늘은 아내가 집에 남았습니다.
아침 공기를 폐부 깊숙이 받아들일 심산인지 파티오(patio)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해는 산 위로 솟았지만 거리는 아직 텅 비었다.
잠을 깬 비둘기들이 전깃줄 위로 모여 일제히 동쪽으로 돌아앉았다.
그들의 기다림이 무엇 때문인지를 금방 알았다.
한 노인이 나타나자 땅으로 내려왔다.
한낮이면 승용차들로 가득했을 SEARS 주자창은 일순 이들의 차지다.
봉지 속 모이를 모두 쏟은 노인은 무심히 돌아섰다.
얼핏 대면한 그의 얼굴이 나를 향해 묻는듯 싶다.
"네가 유해조류라고 말할 자격이 있어?"
참새는 한발 늦었다.
그렇게 아침을 해결한 비둘기들은 도시의 지붕 위로 흩어지고
한 사나이가 흰 벽에 짙은 그림자를 만들며 지난다.
그가 어디로 무슨 목적으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아는 것은 그가 공사판 흙을 쓸어주거나
정차한 자동차를 무작정 닦아주며 밥을 구한 다는 것.
그리고 이곳으로부터 두 블록 뒤 쓰레기 더미 코너에서 나머지 시간을 보낸 다는 것.
필경 그는 그곳에서 지난 밤을 보내고
내려간 체온을 올리기 위해 햇살 속으로 나왔을 것이다.
그가 지나친 벽에는 두 팔로 떠받쳐진 향수사진이 맑은 아침햇살에 찬연하다.
사거리 모서리 인도에서 모자 노점을 하고 있는 아저씨는 노변 주차장에 차를 댔다.
부지런함의 대가로 오늘 하루 차 때문에 호출당할 일은 면했다.
왼쪽 다리를 잃은 휠체어 아저씨는 행인도 없는 인도에서 동전 컵을 내들었다.
그가 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되었는지를 알지 못하겠다.
한 아저씨가 햇살을 마주하며 부지런히 리어카를 밀고 있다.
과일 노점상 모녀는 오늘도 어제와 같은 자리에서 차 문을 열었다.
그 모녀를 살피는 사이 리어카 아저씨는 벌써 제자리를 찾아 의자를 내렸다.
해물요리 메뉴를 내고 있는 아저씨는 블랙마켓(Mercado Negro)에 다녀오느라
과일상 보다 조금 늦었지만 서둔 나머지 개점은 먼저 했다.
이분은 콕텔레스 데 콘차스(Cocteles de Conchas), 세비체(Ceviche), 해산물 토스타다(Tostada de Mariscos)을 만들어주거나 굴, 새우, 문어를 구어 팔면서 밤 10까지 이 포장마차에서 하루 14시간을 보낸다.
리어카 뒤 해바라기와 국화는 아저씨가 무시로 버리는 허드렛물을 영양 삼아 물 부족으로 비상이 걸린 메마른 도시의 한편에서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치즈를 파는 부부가 식품도매시장, 마요리스타 메르카도(MAYORISTA MERCADO) 벽 끝에 자리를 잡았다.
남편은 인기척이 느껴지면 무조건 '치즈요, 좋은 치즈. 신선한 치즈요'라고 외친다.
혹 행인이 관심을 갖고 무슨 종류의 치즈냐고 물으면 가격을 말한다.
"이것은 30페소, 이것은 60페소, 저것은 80페소요."
그는 귀가 들리지 않는다.
74세인 그의 귀를 대신해 주는 이는 40세 부인이다.
두 사람은 바로 이 자리에서 4년 전에 만나 2년 전에 결혼했다.
내가 다가가자 토르티야에 치즈를 싸서 아침 요기를 하던 남편이
방금 만든 치즈타코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는 대신 내게 내민다.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할 수 있었는지를 물으면 짐작한 질문으로 답한다.
"그녀는 좋은 여자이고 진지한 여자이다. 그래서 존경하게 되었고 마음에 들어서 결혼했다."
치즈 한 봉지를 사는 사이 잡화 도매상도 문을 열었다.
문을 열기를 기다린 사람이 있었다.
폐지 수집상, 아저씨는 물건을 정리하고 던져지는 종이박스를 연신 메어 날랐다.
빵집에도 첫빵이 나왔다.
오늘은 17살 주인집 딸이 엄마를 대신하고 있다.
빵을 만들고 있는 분은 제빵사로 일한 지 60년이 되었다.
이 가게에서 마지막 20년을 일한 뒤 은퇴했지만 주인의 요청으로 일주일에 3일간만 나와서 일한다.
뱃고동 소리가 길게 울린다.
크루즈가 입항하고 있다는 신호다.
엔세나다는 수천 명이 승선하는 대평 크루즈가 매일 들고나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크루즈 항이다.
해는 중천으로 향하고 있고 관광객도 하나둘 모습을 보인다.
아침 6시부터 문을 여는 소나 센트로(Zona Centro)의 오래된 식당 엘부엔프로베초(El Buen Provecho)는 이미 만원이다.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대신 테이크아웃 커피를 주문했다.
아내와 함께 아침을 먹으려면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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