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에 대한 73세 할머님의 조언

Ray & Monica's [en route]_65

by motif


엔세나다 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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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아내 홀로 즐기던 해변 산책을 따라 나섰다. 엔세나다 해변(Ensenada Municipal Beach, Playa Municipal Ensenada)은 도시가 시작되는 곳부터 끝나는 곳까지 이어진 긴 모래해변이다. 사람들로 넘치는 미국 쪽 캘리포니아의 유명 해변들과는 달리 도시와 접해있으면서도 마치 도시에서 멀리 떠나온 것 같은 한가하고 고요한 서정을 누릴 수 있다.


백사장이 길뿐만 아니라 넓다. 태평양 파도가 끝없이 모래를 다지는 수변부쪽은 단단해서 바닷물의 간지럼을 발등으로 느끼면서 오래 산책을 하거나 반려견과 달리기를 해도 마치 잘 가꾼 트랙을 달리는 것 같다. 승마를 즐길 수도 있다. 스케이트보드 파크가 있어 젊은 사람들도 태평양의 바닷바람으로 땀을 식히며 보드를 즐길 수 있다. 특히 태평양의 일몰시간은 사람의 발길을 잡아 세운다.


함께 나간 덕분에 해산물 포장마차에서 두 종류의 해산물 메뉴를 주문했다. 캄페차나(Campechana :새우, 조개, 문어 등 여러 해산물을, 토마토, 고추, 양파, 아보카도와 소스로 버물린 해산물 칵테일)와 세비체(ceviche). 우리나라 회에 익숙한 사람은 날것 그대로의 해산물들을 갖은 채소와 양념으로 버무린 이 시푸드 칵테일을 멕시코 사람만큼이나 좋아할 메뉴이다.


모녀가 함께 일하는 이 포장마차에서 어머님이 음식을 만드는 동안 따님이 우리 부부를 궁금해했다. 크루즈를 타고 왔는지를 물었다. 엔세나다에서 우리를 만나는 현지인들의 공통된 질문이다. 매일 입항하는 크루즈선의 승객들이 이 도시의 관광산업에 큰 공헌을 하고 있음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그녀의 질문에 충분히 답했으니 질문은 자연스럽게 내 차례가 되었다.


-해산물점 엘 베니(Mariscos El Benny)라는 간판까지 걸린 것으로 보아 오래된 포장마차인듯 싶습니다?

"이 자리에서 23년째입니다."

-어머님이 주인이신가요? 아니면 따님이 주인이세요?

"엄마가 주인입니다. 저는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죠.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나와서 엄마를 돕습니다."

-이곳에서 23년이나 일하신 어머님은 연세가?

"엄마는 연세가 많아질수록 나이 밝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지금 다른 손님께 가신 동안 말씀드리면 일흔셋이세요. 쉰 살에 이 포장마차를 시작하셨죠?"


그때 어머님이 돌아오셨고 나는 다시 어머님께 나이를 물었다. 69세라고 하셨다. 어머님께 되물었다. "어머님, 사실은 따님이 73세라고 알려주었어요? 어머님은 4년째 69세인가요?" 어머님은 폭소를 터뜨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요리가 나온 뒤 할머님과 다시 대화를 이었다.

-부인이 부지런해서 돈을 잘 버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남편이 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남편은 일을 하고 있지 않으시죠?

"ㅎㅎㅎ 맞아요. 동갑인 남편은 50살이 되자 더 이상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내가 일을 시작한 겁니다."

-그럼 할아버지께서는 23년째 쉬고 계세요?

"집에서 쉬고 있어요."

-쉬기만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뭘 하면서 쉬시나요?

"노래하고 술 먹고, 혹은 술 먹고 노래하고..."

-23년간이나 이 두 가지만 하셨다는 겁니까?

"몇 년 전부터는 한 가지만 하세요."

-그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노래만 해요. 병이 나서 술을 못 먹게 되셨어요."

-술 때문에 싸운 적이 있나요?

"그럼요. 매일 마시니까."

-노래까지 좋아하셨으니 술은 얼마나 많이 마셨을지 이해가 가요. 혹시 다시 태어나면 결혼을 하시고 싶으세요?

"네. 할 거예요."

-일 안 하시고 술 많이 드시면서 할머님을 애태우셨는데도요?

"다른 남자와 할 거예요."

이 지혜로운 할머님께 우리 문제에 대한 질문을 드렸다.


-은퇴한 저희는 10년을 둘이서 여행하기로 하고 반년을 함께 지냈더니 싸울 일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각자 따로 여행해야 할까요?

"아니요. 계속 함께 해야 합니다. 혼자 여행하게 되면 자신의 즐거움을 찾아 다시 누군가와 싸워야 합니다. 그러니 화해 방법을 아는 부부끼리 싸우는 것이 더 좋습니다."

-부부간에 싸우지 않고 지낼 방법은 없을까요?

"제가 아는 한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도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https://youtu.be/HPflvSnMT7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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