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바다사자와의 만남

그림일기_98

by motif


우울한 전조


태평양을 바라보며 '헤르모사 해변(Playa Hermosa)을 산책 중이었다. 바다에서 다가오는 한 검은 물체가 보였다. 물체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침에 해안에 닿자 성큼성큼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제야 그가 바다사자(Zalophus californianus)라는 것을 알았다. 나와 야간의 거리를 둔 채 잠시 머물렀다. 눈망울은 검고 귓바퀴는 새끼손가락 한마디 만큼 작았다. 다시 방파제를 향해 걸었다. 이 바다 포유류의 지느러미는 우리의 팔과 다리 같은 역할을 잘 해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갈비뼈가 형태가 드러날 만큼 날씬했다.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나 서핑보드로 그들 다시 바다로 유인했지만 꼼짝하지 않았다. 또 다른 남자가 반건조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나타났다. 한 마리를 던져주자 그는 미친 듯이 그것에 집착했다. 남자는 다른 한 마리를 가지고 그를 바다로 유인했다. 물가까지 갔던 그는 다시 뭍으로 올라왔다.

대형견 한 마리가 그에게 다가갔다. 둘은 서로를 경계하다가 잠시 코와 코를 맞댔다. 인간에게 편입된 동물과 야생의 동물 교감은 사람에 의해 일순간으로 끝이 났다. 한참 뒤 안전요원이 다가와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나는 현장을 떠났다가 두어 시간 뒤에 다시 그 장소를 찾았다. 그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나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암컷인지 수컷인지, 성체인지 새끼인지, 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는지, 뭍으로 나온 이유는 무엇인지, 어떻게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는지, 여전히 두렵다면 왜 그것을 감수하는 지...


돌이켜보니 내가 그에게 해서는 안 될 표현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씬하다, 는 말. 그는 날씬해서는 안되는 동물이지 싶다. 바다환경에서 그의 몸은 지방으로 무장한 몸이 되야하지 않을까. 그의 몸을 다시 살피니 그제야 지느러미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견갑골 뼈가 둥글게 솟아나고 등마루의 뼈 골격이 뚜렸해지면서 마디 하나하나가 갈비뼈로 이어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갈비뼈가 끝나는 배 아랫부분은 왼쪽과 오른쪽 가슴의 가죽이 붙어 배 아래로 쳐져 있있다. 얼마나 굶었으면 저 몸이 되었을까!


독도 방문에서 보았던 자료가 생각났다. 한 때 4만여 마리가 서식하던 강치(바다사자류)는 구한말 울릉도와 독도의 공도정책이 폐지되어 그들의 서식지가 줄고 가죽과 기름을 얻기 위한 일본 어민의 남획으로 멸종되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포유류는 패배자다. 날씬한 바다사자는 그렇게 승자의 세계에서 목숨을 걸고 있다.


"날씬한 바다사자

20231113

강민지“


https://youtu.be/zhzMaGZ9v7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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