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66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황혼이 내리는 시간, 집을 나섰다. 숙소로부터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산토 토마스 광장(Plaza Santo Tomás)은 Miramar 거리 한 블록의 차량 통행을 막아 광장으로 조성한 곳이다. 이 광장의 양편에는 1888년에 설립된 산토 토마스(Santo Tomás) 와이너리의 양조시설과 물류창고가 있었다. 새로운 설비 도입과 함께 양조시설 전체를 도심에서 포도원으로 옮겨가고 오랫동안 비어있었다. 이 대형 건물들은 역사성만 남기고 도시의 새로운 문화지역으로 탄생시킨 곳이 산토 토마스 광장이다.
차가 다니던 도로는 오래된 대형 와인 오크통들과 유물이 된 와인 생산 설비들이 듬성듬성 놓였다. 용도를 다한 기계들이 조각품이 된 것이다. 새로운 감각이 가미되자 힙스터 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낡은 시간에 자신의 과거를 투영하면서 감정이 이입된다. 매일 들어오는 크루즈선의 승객들도 찾기 시작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인접한 C. Séptima 도로의 두 블록이 벼룩시장으로 변한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머금은 건물들은 각종 레스토랑과 카페테리아, 내추럴 와인바, 수제 맥줏집, 식품점, 선물가게 등으로 거듭났고 광장은 다양한 문화행사의 공간 되었다.
이곳의 공간을 임대할 경제력이 충분치 않은 신혼부부 Antonio 와 Miriam 셰프는 친구 바 앞 야외에 조리 테이블 하나, 손님 테이블 하나의 초미니노점 레스토랑을 냈다.
"한식, 일식 등 동양 퀴진에 관심 있는 아내의 아이디어입니다. 저도 다른 레스토랑의 셰프로만 일하다가 처음으로 제 레스토랑을 갖게 된 것이죠. 수입도 월급쟁이로 일하는 것보다 좋습니다. 이곳에서 1년 정도 일하면서 돈을 모아서 시내에 저희 레스토랑을 갖는 것이 목표입니다. 식당 주방에서만 일했기 때문에 고객과 직접 접촉해 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에서는 고객과 대화하면서 각각의 취향을 직접 파악하고 조리에 반명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식당 경영 수업까지 하는 셈이죠. 동양 요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저희가 동양문화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요리에 있어서는 멕시코처럼 매운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점, 그것을 단맛과 조화시키는 것도 좋았습니다. 김치와 같은 발효음식은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김치도 저희가 직접 담습니다."
허세를 빼고 오너레스토랑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부부의 도전이 싱그럽다.
도시재생의 성패는 결국 곤텐츠이다. 하드웨어를 개선하고 편의성을 높였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사람들의 유입되어 그 지역이 활성화되려면 사람들의 반복 방문이 가능하도록 하는 콘텐츠가 없이는 다시 도시의 정체성을 흐리게 할 뿐이다.
최근 지난 20여년 간 미국의 맥주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고수했던 미국의 버드라이트가 모델로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 모델로가 멕시코 맥주이다. 멕시코 맥주는 16세기 콩키스타도르에 의해 시작되었다. 에르난 코르테스는 1542년, 카를 5세 황제에게 맥주 생산 허가를 요청했고 그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멕시코에서의 직접 생산은 몇년간만 이루어지고 스페인에서 직접 가져와 극소수만 소비했다. 직접 멕시코에서 생산해 대중들도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18세기 말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내가 구태어 황혼에 날개를 편 부엉이가 된 것은 엔세나다의 크래프트 맥주(craft beer)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현재 멕시코는 크래프트 맥주문화가 급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의 가장 북쪽의 티후아나(Tijuana)와 최남단의 카보 산 루카스(Cabo San Lucas), 그리고 이곳 엔세나다(Ensenada)이다. 풍부한 해산물, 로컬 치즈, 올리브 오일 등 좋은 지역 식재료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는 외식산업에서 와인과 크래프트 맥주가 선택의 폭을 크게 넓혀주게 되므로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엔세나다는 참기 어려운 유혹이다.
크래프트 맥주의 경우,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멕시코 와인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엔세나다에서 크래프트 맥주의 성장은 도시의 커텐츠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요소이다.
엔세나다의 크래프트 비어를 견인하고 있는 회사는 벤들란트 양조장(Wendlandt Cervecería)이다. 2012년 첫 맥주가 출시된 이 회사는 매년 개최되는 멕시코 맥주축제인 '세르베사 멕시코(Cerveza México)'에서 최고의 IPA로 선정되는 등 많은 맥주 제조사들의 경연에서 수상했다. 아구아말라(Microbrewery Aguamala)와 트란스페닌술라 양조장(Cervecería Transpeninsular) 외에도 여러 마이크로 브루어리들이 있습니다. 나는 산토 토마스 광장에 있는 알타 바하(Alta Baja Cervecería)를 방문했다.
5명의 창업자가 힘을 합친 알타 바하의 양조장은 다른 곳에 있고 이곳은 직접 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장이다. 옥상에서 멀리 태평양을 마주 하고 섰다. 붉은 황혼이 어둠으로 바뀌고 있다. 뱃고동 소리가 들렸다. 낮 시간 광장을 배회했던 승객을 다시 태운 크루즈가 떠나고 있다. 홀로 나오자 원형 계단을 올라온 사람들이 더 늘었다. 그들은 도시의 노동을 크래프트 비어 한 잔으로 위로받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마이크로 브루어리 맥주는 이들의 저녁에 충만을 안길 뿐만 아니라 왜 다시 출근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이유가 되어야한다. 크래프트 맥주에는 각자의 취향을 반영한 개성과 이상을 향한 고군분투의 투혼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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