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마지막 날 저녁부터 지금까지 아주 지독한 몸살이 붙어있다. 8일에 한국에 돌아왔으니 일주일 동안 바이러스와 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중인거군. 한국 오자마자 몇 자 적어보려고 했던 일본 여행기를 이제 쓴다.]
일본 회사원으로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오랜 친구에게 매번 하던 얘기가 생각이 났다. “나 한국 가면 네게 한번 간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그렇게 서너 번 했던 말이 되살아났다. 시간이 너무 흘러 그 말이 빈말이 되지 않도록 소식을 물었다.
“너 어디 산다고 했지?”
“나고야!”
“그간 너를 찾아간 친구가 있었나?"
“아직 없지.”
타국에서 홀로 직장 생활 동안 친구가 한 번도 온 적 없다는 한마디가 바로 일본으로 떠난 트리거가 됐다.
영국에 있는 동안 나는 통화하는 모두에게 말하곤 했다. "한번 와라. 내가 있을 때 오면 그래도 여행이 편하지 않겠니?" 하지만 올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루 이틀간으로 되지 않을 곳으로의 여행 계획이 쉬울 리 없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해가 지나도록 가족도, 친구도 찾아오는 이가 없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홀로 서운해 하며 못 오는 이유를 떠올리며 그들을 변호했다. 아니 나를 변명했다. 그러나 지척인 일본은 이야기가 다르지 않은가.
그렇게 오직 타지에서 일하는 내 친구 잘 사는지 한번 보러 떠났다.
영국에서 돌아온 뒤 사람들이 물었다. “외국에 그렇게 오래 살면 힘들지 않아?" 사실 오래 살다 보면 점차 적응이 돼서 생활 자체가 힘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것은 휑한 마음이다. 문화 차이에 대한 간극 또한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친구가 출근 한 시간 나는 나고야의 친구 집 문도 잠그지 않은 집에 입성(?) 할 수 있었다. 친구의 동선을 한 번에 유추할 수 있는 그 단순하면서도 외로움이 묻어나는 방에 들어간 순간 영국에 있던 때의 내가 보였다. 한 번에 많이 조리해서 냉장고에 비축해놓은 닭볶음탕,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침대 친 일인용 텐트, 베란다의 음료수 캔에 채워진 담배꽁초...
좁은 방에 친 텐트는 난방비와는 다른 이유일 수 있다. 작은 방조차도 홀로인 사람에게는 허허벌판처럼 허전해 텐트를 치고 더 좁고 외진 곳으로 피난하는 마음.
친구와 만나는 시간은 한국에서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한국 술집에서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둘의 모습은 그대로 일본에 얹어놓은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와 잠자리를 준비하는 친구에게서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발견했다. 나에게 조심스럽게 묻는 그 질문에서…
“나 방송 틀어놓고 자는데 괜찮아?”
“상관없어.”
그러곤 컴퓨터로 한 사람이 열심히 떠드는 방송을 틀고 볼륨을 낮춘 채로 텐트 안으로 들어간다. “잘 거지? TV 끊다?”라고 묻는 것이 옳지 않은가? 아니다.
영국에서의 나는 잠들 때 머리맡에 항상 영화 관련 팟캐스트를 틀어놓았다. 적막이 싫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친구에게는 자는데 이런 걸 왜 틀어놓냐고 구박을 했다.
“한국에서 TV 틀어놓고 많이 자잖아. 그런 거야”
타지의 친구는 이렇게 외로움과 싸우며 사는구나.
_by 이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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