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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an 01. 2024

부디 지치지 마시고 평화의 걸음을 계속하시길...

Ray & Monica's [en route]_91


평화를 위한 포도 열두 알     



아내가 퇴직 후 나라밖에서의 삶을 실험하기 위해 집을 떠난 것이 올해(2023년) 3월 15일이었습니다. 제가 아내를 뒤따라 집을 나선 것이 5월 10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영국에서 만나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미국을 거쳐 멕시코로 순례길이 이어졌습니다.     

멕시코에 입국한지 116일째, 저희는 멕시코의 최서단이면서 바하칼리포르니아(Baja California) 반도의 최북단인 미국 샌디에고와의 국경도시 티후아나에서 버스와 히치하이크로 남하를 시작하지 78일째인 어제 이 반도의 최남단인 카보산루카스(

Cabo San Lucas)를 돌아 La Paz에 돌아오므로 서 이 아열대의 사막 반도의 종주를 마쳤습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한 달쯤 정주하면서 다시 순례 여정을 점검하고 몸과 마음을 정비하고 숨을 고른 뒤 동해의 태평양 반대편 끝 코르테스 해를 건너 멕시코의 본토로 들어가 멕시코의 중남부와 동부로의 순례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우리는 '평화'라는 의미의 이 도시, La Paz에 도착한 뒤 며칠을 묵으면서 다시 최 남단의 Todos Santos_Cabo San Lucas_San José del Cabo_Cabo Pulmo_Los Barriles을 돌아와야 하는 여정을 떠나면서 미리 한 달간의 숙소를 예약해 두었습니다. 라파스로 되돌아오는 7박 8일간 남단 여정이 어느 때보다도 마음 편안했던 것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였습니다.     

막연한 '자유'의 아이콘으로 노매드의 삶을 꿈꾸어온 사람에게 바하 칼리포르니아 사막지대의 종단을 통해 실제 노매드의 삶은 낭만적인 동경과는 거리가 있음을 재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매일 어느 길을 택할 것이며 어디에서 먹을 것을 어떻게 해결하고 밤에는 어디에서 유숙할 것인지를 찾아 방편을 강구해야 하는 일뿐만 아니라 이동 수단을 어떻게 맞추어 구간을 정해야 하며 대중교통이 없는 곳에서의 모험을 무릅써야 할지에 대한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는 연속이었습니다. 쿠미아이(Kumiai), 코치미(Cochimí), 과이쿠라(Guaycura), 페리쿠(Pericú) 와 같은 원주민들이 이 반도에 5천 년 이상 고립되어 담수를 구하기도 어려운 환경에서 수렵채집인으로 생존하는 것이 매일 얼마나 고된 날들이었을지 깊이 이해되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들에게도 그날의 하루치 먹거리를 마련해 생존해 돌아갈 큰 바위 아래의 동굴이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었을지를 짐작해 보곤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가족과 가정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8할의 행복 요건은 갖춘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 여정의 대부분은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그동안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수천가지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질문은 상대를 향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을 향한 질문이기도합니다. 질문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방법이죠.      

이곳에는 새해 전야 새로운 해를 환영하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12알의 포도를 먹는 전통이 있습니다. 각 포도 알은 새로운 해의 각 달에 대한 소원을 나타냅니다.     

저희는 우리를 초대해 준 Oxnar 가족과 함께 바비큐 파티로 새해 이브 파티에서 카운트다운 행사를 했습니다. 저는 포도 12알의 모두를 모든 가족의 평화와 평강을 비는데 사용했습니다.     

새해에도 각자 스스로에게 가장 편안한 속도의 보폭으로 지향하시는 곳을 향해 부디 지치지 마시고 평화의 걸음을 계속하시길...     

평화의 도시, La Paz에서 평화를 기원드립니다.

_2024년 1월 1일, 이안수·강민지 드림     



#갑진년 #새해 #라파스 #세계일주 #멕시코여행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BajaCaliforniaSur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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