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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an 14. 2024

사막의 가장 숭고한 가치는 살아남는 것

Ray & Monica's [en route]_100


인간의 가식을 벗겨주는 풍경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의 사막을 따라 내려오면서 어느 순간도 경이롭지 않은 때가 없었다. 이 혹독하고 거친 표면을 뚫고 나온 식물들이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을 그 시간들이 가시로 온몸을 덮고 있는 식물들의 표정에 모두 새겨져 있었다. 언제 한 방울의 물이 주어질지 모르는 상황을 견디며 살아남아야 한다. 어디서나 맞닥뜨리는 생경한 모습의 사막은 인간이 가진 모든 가식들을 발가벗겨준다. 이곳에서 가장 숭고한 가치는 살아남는 것이다.     

온갖 활엽수가 이루는 초록의 여름 숲, 그 숲의 변신이 보여주는 화려한 가을 숲, 이 모든 것으로 풍요로운 온대에서 살아온 내가 다가갈 수 없었던 한계선에 살고 있는 생명들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배울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배움이다.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는 바하 칼리포르니아주(Baja California)와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주(Baja California Sur)로 구성되어 있다. 바하 칼리포르니아주(Baja California)의 원래 이름은 바하칼리포르니아노르테주(Baja California Norte)였다. 스페인어 'Norte'는 '북쪽'을, 'Sur'는 '남쪽'을 의미하므로 '북바하칼리포르니아'와 '남바하칼리포르니아'이다. 현재의 바하칼리포르니아주는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주와 구별하기 위해 붙였던 'norte'를 떼어버린 이름이다.     

'알타칼리포르니아(Alta California)'라는 이름도 있었다. 스페인어 'Alta'는 '위쪽'이라는 뜻으로 '아래쪽'이라는 뜻인 'Baja'의 상대적 개념으로 영어로는 'Upper California'가 된다. 알타칼리포르니아는 바하칼리포르니아 북쪽의 광대한 지역으로 1821년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 멕시코 영토가 되었다가 1848년 미국-멕시코 전쟁의 패배로 미국에 할양되어 현재의 캘리포니아 주가 되었다.     

이런 지리적, 역사적 배경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즉 알타칼리포르니아에서 시작한 여정을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의 끝인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주의 남단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아메리카 서부 여정을 일단락 짓고 싶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토도스 산토스는 그 여정의 95%쯤에 해당하는 곳으로 카보산루카스(Cabo San Lucas)와 산호세델카보(San José del Cabo)를 비롯한 반도의 최남단 해안지역들을 일컫는 로스 카보스(Los Cabos)에 도달하는 것으로 그 계획은 마무리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지역의 생물권을 특정 짓는 결정적인 산맥인 시에라 데 라 라구나(Sierra de la Laguna)와 이 반도의 동단인 카보 풀모(Cabo Pulmo)를 포함하고 싶었다.     

대중교통과 히치하이크로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토도스 산토스에서 그곳을 꿈꾸지만 그저 꿈으로 끝날 것이 뻔한 곳이었다. 버스는 산호세 델 카보가 반도의 마지막 정거장이다.     


#로스카보스 #LosCabos #TodosSantos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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